[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 성사된 ‘단군매치’, 그리고 ‘20승 투수’ 맞대결. 관심을 모았으나 외인 에이스의 완벽투는 볼 수 없었다.
악전고투. 25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마운드 위의 헥터 노에시(30·KIA)와 더스틴 니퍼트(30·두산)는 고전했다. 나란히 5회 홈런을 맞기도 했다.
헥터와 니퍼트는 소속팀의 외인 에이스다. 또한,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다. 니퍼트는 2016년, 헥터는 2017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KIA 헥터는 25일 광주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1차전서 4회 이후 제구 난조를 보이며 흔들렸다. 사진(광주)=김재현 기자
KIA와 두산은 1차전 선발투수를 놓고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카드도 공개했다. 두 팀 감독은 시리즈의 기선을 제압할 첫 판에 에이스 카드를 꺼내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이다.
경기 전까지 무게는 헥터에 좀 더 실렸다. 정규시즌에서 두 차례(4월 13일 잠실·6월 21일 광주) 맞대결에서 모두 헥터가 이겼다. 헥터는 2승을, 니퍼트는 2패를 기록했다.
더욱이 니퍼트의 구위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니퍼트는 지난 17일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⅓이닝 6실점(5자책)으로 부진했다.
150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졌으나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제구가 흔들렸다. 특히, 3회와 5회 야수 실책 후 실점을 했다. 김태형 감독은 “에이스가 이겨냈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예상과 비슷한 전개였다, 헥터는 공격적인 피칭으로 플레이오프 타율 0.355를 기록한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구위가 뛰어났다. 두산의 타구는 뻗어나가지 못했다. 투구수 관리도 잘했다. 1회초 19개의 공을 던졌으나 2회초와 3회초에는 각각 11개와 7개로 줄었다.
반면, 니퍼트는 이날 초반 변화구 제구가 잘 안 됐다. 1회말 볼만 10개(50%)였다. 4사구만 2개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다. 진땀나는 승부. 그러나 나지완을 낙차 큰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고비를 넘겼다.
2회말을 유일하게 삼자범퇴로 막았으나 중견수 박건우의 호수비 도움을 받았다. 이범호의 타구는 외야 펜스 가까이 날아갔다. 그러나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던 김태형 감독이다. 적어도 니퍼트는 그 주문을 수행했다. 3회말 2사 2루 위기서도 로저 버나디나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불을 껐다.
두산 니퍼트는 25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 한국시리즈 1차전서 4회까지 꿋꿋하게 버텼다. 그러나
5회말 버나디나에게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사진(광주)=천정환 기자
하지만 4회 이후 양상이 달라졌다. 헥터는 4회초 박건우를 공 1개로 처리한 뒤 8연속 볼을 던졌다. 갑작스런 제구 난조. 양의지를 내야 땅볼로 유도했으나 2루수 안치홍이 포구 실책을 했다. 병살타로 끝낼 이닝이 만루 위기로 흐름이 꼬였다.
더욱이 박세혁(12구)과 오재원(8구)은 끈질기게 헥터를 물고 늘어졌다. 그리고 오재원에게 던진 헥터의 8번째 공이 높았다. 밀어내기 볼넷과 함께 0의 균형이 깨졌다. 헥터는 4회초에만 34개의 공을 던졌다. 3회까지 37구와 비교하면 꽤 많았다.
헥터의 구위도 떨어졌다. 두산 중심타선과 3번째 대결서 고개를 숙였다. 5회초 1사 2루서 박건우, 김재환, 오재일에게 잇달아 안타를 맞았다. 그 중 2개는 홈런이었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1-0에서 5-0으로 벌어졌다.
꿋꿋하게 버티던 니퍼트도 한 방을 얻어맞았다. 5회말 1사 1루서 비디오판독으로 판정이 번복된 뒤 흔들렸다. 이명기가 병살타가 아닌 유격수 땅볼을 치고 출루한 것. 김주찬을 볼넷으로 내보낸 니퍼트는 버나디나에게 3점 홈런을 허용했다. 두산은 5점차 리드의 여유를 잃었다. 2점차 승부는 살얼음판이었다.
니퍼트는 그래도 헥터와 3번째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6회말 1사 1루서 이범호와 김민식을 연속 삼진으로 잡으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6이닝(106구) 5피안타 1피홈런 2볼넷 1사구 3실점.
6회초까지 105개의 공을 던진 헥터는 7회초 심동섭과 교체됐다. 6이닝 6피안타 2피홈런 3볼넷 2탈삼진 5실점(4자책). 첫 번째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기대에 걸맞은 피칭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