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불과 열흘 전이다. 건강한 줄 알았던 김병지(47)의 공식 석상 모습을 본 날은 지난 20일이었다.
K리그 홍보대사로 위촉된 그는 2017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K리그 클래식 베스트11 골키퍼 부문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배우 설인아와 “요즘은 골문이 아니라 문화재를 지키고 있다”라며 가볍게 대화를 나누던 그의 표정은 결코 어둡지 않았다.
시상을 마친 그는 도움 없이 무대를 내려갔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의 걸음걸이가 다소 불편해 보였다는 것을.
김병지의 교통사고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교통사고가 발생한 시점은 지난 19일. 시상식 하루 전날이었다. 아무도 몰랐다. 그조차도.
교통사고 후유증은 심각했다. 시상식에 참석했던 날, 다리에 마비 증상이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를 온전히 쓸 수 없었던 그는 청천벽락 같은 말을 들었다. 허리디스크 파열. 결국 수술대까지 올랐다.
입원 치료 중이나 다시 건강을 되찾을 지는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신경 손상으로 감각을 되찾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김병지는 “다리에 마비가 왔는데 감각이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탄식했다.
김병지는 도전자였다. 늘 세상의 편견에 싸웠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프로는 나이가 아니라 실력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축구팬에게 김병지는 ‘꽁지머리’ ‘괴짜’가 아니라 ‘철인’으로 기억된다. 술은 물론 탄산음료도 멀리 했던 그다. 철저한 몸 관리는 모두의 귀감이 됐다.
2015년까지 골문을 지켰다. 그의 나이 45세. K리그 통산 706경기 출전. K리그에서 그보다 많은 경기를 뛴 선수는 없었다. 현역 1위는 469경기의 이동국. 좀처럼 깨기 어려운 기록이다. 그럼에도 “상보다 열심히 뛰는 젊음이 부럽다”던 김병지였다.
김병지의 도전은 현역 이후에도 계속됐다. 바쁘게 활동했다. K리그 홍보대사는 물론 방송 축구 해설위원으로도 축구팬과 만났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이기도 하다. 또한, 선행에도 앞장섰다. 'TEAM2002' 회장을 역임 중인 그는 지난 6월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들과 함께 세탁기 100대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김병지의 더 큰 꿈은 지도자였다. 그는 골키퍼 최초로 K리그 감독을 꿈꿨다. 터키를 한일월드컵 3위로 지도한 세뇰 귀네슈 감독 같이 해외에는 골키퍼 출신 감독이 적지 않다. 스페인을 이끌고 있는 훌렌 로페테기 감독도 골키퍼 출신이다. 하지만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는 골키퍼 출신 감독이 없다. 골키퍼 출신은 골키퍼 코치로 역할이 국한됐다.
김병지는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나 다시 건강하게 일어서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시련일지 모른다. 지금껏 편견을 이겨내며 오뚝이처럼 일어섰던 그였기에 빠른 쾌유와 함께 도전을 응원한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