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017년의 끝자락이 열렸다. 12월1일은 영하 7도의 추운 날씨였다. 겨울이라는 계절에 걸 맞는 그런 날씨였다.
12월1일, 프로야구는 비활동기간의 시작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 제69조은 연봉대상기간을 매년 2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로 규정하며 참가활동기간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즉 이 기간 이외를 비활동기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 마디로 두 달 동안은 휴식기라는 얘기다.
물론 푹 쉬진 않는다. 12월은 한 해를 돌아보는 기간이다. KBO는 물론, 야구 유관단체, 언론사별로 주최하는 시상식 스케줄이 빡빡하다. 먼저 2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2017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가, 다음날(3일)에는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 시상식이 열린다. 이어 6일 일간스포츠 시상식, 8일 카스포인트 시상식, 11일에는 동아스포츠대상과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12일 일구회 시상식이 잇따라 개최된다. 13일에는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대미를 장식한다. 시상식별로 시상 부문은 다르지만, 한 시즌 동안 프로야구를 빛낸 선수들은 수상의 영광과 함께 그동안 흘린 땀을 보상한다.
비활동기간 팬들과 함께 하는 자리도 많이 마련된다. 2일 대구에서는 양준혁야구재단이 주최하는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가 열렸다. 프로야구 레전드인 양준혁 재단이사장(MBC스포츠 해설위원)과 이종범 MBC스포츠 해설위원이 편을 갈라 이벤트 경기를 펼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해설위원이 직접 경기에 나서는 것은 물론, 선수가 아닌 아나운서 연예인들도 경기를 함께 한다. 무엇보다 포지션 파괴라는 이색적인 장면이 팬들을 즐겁게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투수들은 타석에, 타자들은 마운드에 올랐다. 박세웅(롯데)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신재영(넥센), 김대현(LG)는 장타를 펑펑 쳤다. 박종훈(SK)과 이민호(NC)는 라이온즈파크 좌측 담장을 넘기는 대포를 쏘아 올렸다. 벌써 올해로 6번째를 맞았고, 반응도 뜨겁다. 대회 수익금은 전액 이웃돕기 성금으로 쓰여진다.
각 구단 별로 팬페스트 행사와 봉사활동도 열린다. 올해 프로야구 대권을 차지한 KIA타이거즈는 12월의 첫 날 광주에서 팬페스트 행사를 펼쳤다. 시즌 개막 때 내걸었던 공약인 ‘우승 시 걸그룹 댄스’도 지켜졌다. 에이스 양현종을 필두로 젊은 선수들이 여장을 하고 숨겨왔던 끼(?)를 보여줬다. 한국시리즈 상대였던 두산 베어스도 3일 잠실에서 팬페스트인 곰들의 대화 행사를 연다. 신인 한용덕 감독이 취임한 한화 이글스는 2일 연탄배달봉사활동과 팬페스트 독수리한마당을 열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외야수 나지완(32)이 품절남이 됐다. 나지완은 12월 2일 낮 12시 광주 홀리데이인호텔 컨벤션홀에서 신부 양미희(24) 씨와 화촉을 밝혔다. 사진(광주)=김재현 기자
12월, 야구는 결혼의 계절이기도 하다. 11월까지 쉼 없이 달린 선수들에게 짬이 나는 시간이라 결혼식이 몰린다. 12월 주말은 야구선수들과 관계자들의 결혼스케줄로 빡빡하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 나지완(KIA), 한동민(SK)도 12월의 첫 주말인 2일 나란히 품절남 대열에 합류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12월에 잡힌다. 12월은 일종의 가정의 달인 셈이다.
물론 대부분의 선수들이 개인훈련을 이어간다. 비활동기간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스프링캠프가 2월1일부터 시작되면서, 선수들은 두 달 동안 알아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 선수들은 대부분 자신의 소속팀 홈구장 훈련시설이나, 사설 트레이닝 시설, 또는 자비로 해외 훈련을 떠난다. 누구에게는 절치부심의 시간이고, 누구에게는 더 나은 내년을 위한 준비기간이다. 12월에도 땀방울은 마르지 않는다.
12월 춥다. 야구도 없다. 다만 야구는 쉬지만, 야구를 하는 사람들은 쉬지 않는다. 그게 12월 야구의 풍경이다. jcan1231@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