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국제화에 실패하고 올림픽 정식종목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경기시간이다. 다른 단체 구기 종목에 비해 소요 시간이 너무 길다. 지난 해 한국프로야구 한 경기 평균소요시간은 3시간18분이었다. 올림픽 같이 단기 종합대회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시간제 구기 종목에 익숙해 있는 유럽 등에 야구를 보급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MLB)을 비롯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한국야구위원회(KBO) 등은 오래 전부터 경기시간 단축을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승부치기 도입, 고의4구 개정에 이어 최근엔 7이닝 경기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7이닝 경기에 대해 ‘야구의 가치를 훼손시킨다’며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그 만큼 시간단축이 절박한 과제란 반증이기도 하다.
야구 경기시간 단축을 위한 획기적 방안을 제안한다. 2스트라이크 이후 파울 볼을 쳤을 경우 수비수가 직접 잡지 못해도 타자는 아웃이 되는 것이다. 스리번트를 시도해 파울 볼이 돼 아웃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되면 경기시간은 절반 가까이 짧아질 것이며 투수들의 투구 수 또한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타자들의 대응도 달라져 매우 공격적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야구 자체가 매우 박진감 넘치게 전개돼 팬들의 흥미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야구규칙 9.15 <10.17>의 ‘2스트라이크 뒤 타자가 번트를 하였으나 파울 볼이 되었을 경우 스트라이크 아웃’이라고 돼 있는 규정을 약간만 손질하면 된다.
이에 대해 김제원 KBO 기록위원장은 “매우 흥미로운 발상”이라고 반겼다. 김 위원장은 “일부에선 야구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생각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7이닝 경기 보단 훨씬 야구의 가치를 지키면서 흥미를 배가시킬 수 있는 묘안”이라고 했다.
야구는 150년 넘는 역사를 거쳐 오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초창기엔 이닝 제한도 없었으며, 볼넷 규정도 없었다. 타자가 칠 때까지 승부가 계속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규정이란 틀 속에 온갖 인위적인 요소가 가미됐다. 보다 공정하고 흥미롭게 진행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근래 들어 ‘길어지는 시간’이 야구의 ‘공공의 적’이 됐다.
그 동안 KBO는 MLB의 결정을 따라하는 모양을 보여 왔다. 한 번 쯤 한국이 주도적으로 촉진 룰을 도입하고,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에 잔류하고,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되는데 한국야구가 앞장서길 기대해 본다. [dhkim@maekyung.com MK스포츠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