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KBO리그 출신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2년 8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한 김광현(32)이 그 주인공이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가장 큰 관심사는 그가 빅리그에서 어떤 역할을 맡느냐다. 김광현은 그동안 선발로 활약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성공하기에는 구종이 너무 단순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김광현은 이에 대해 입단 기자회견에서 “선발투수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팀에서 필요한 위치에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것이 첫 번째다. 팀에서 정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다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지금 위치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발언이다.
김광현의 보직을 예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척도는 계약 내용이다. 인센티브 등 세부 조항을 들여다보면 카디널스 구단이 그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알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카디널스는 김광현에게서 선발과 불펜 모두를 기대하고 있다. MK스포츠가 9일 새벽(한국시간) 입수한 세부 내역에 따르면, 선발 등판과 불펜 등판에 대한 인센티브가 모두 계약 내용에 포함됐다.
선발로는 15경기, 20경기에 선발로 나올 때마다 3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는다. 25경기에 선발 등판할 경우 40만 달러의 보너스가 더해진다. 불펜으로서는 40경기를 끝내면(Game finished) 5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는다. 이는 마무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는 불펜 투수에게 추가하는 보너스 조항이다.
각종 상에 대한 인센티브도 추가됐다. 올스타,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 디비전시리즈 MVP, 챔피언십시리즈 MVP, 월드시리즈 MVP에 대해 각각 5만 달러의 보너스가 걸렸다. 사이영상, 올해의 신인은 25만 달러다.
여기에 트레이드될 경우 1회에 한해 25만 달러의 보너스를 추가로 받는다. 매년 서울을 3회 왕복할 수 있는 1등석 비행기표가 제공되며 통역도 고용된다.
계약 내용은 그가 선발, 불펜으로 모두 활용 가능함을 말해주고 있다. 팀 상황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로테이션으로 활약한 마일스 마이콜라스, 잭 플레어티, 애덤 웨인라이트, 다코타 허드슨이 내년에도 로테이션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는 경쟁이다. 김광현은 다니엘 폰세 데 레온, 오스틴 곰버 등과 5선발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현재 세인트루이스 로테이션에는 좌완이 없기 때문에 김광현과 곰버가 가산점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 마무리로 뛰었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원래 보직인 선발로 돌아올 경우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김광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선발로 성공했다. 사진= MK스포츠 DB
선발 경쟁에서 밀린다고 해서 그것이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불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고, 다시 선발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작년에 네 명의 선발이 30경기 이상 소화하면서 단 7명의 선발로 162경기를 치렀다. 그런 일이 2020년에도 반복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어떤 경우든 성공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 해설을 맡고 있는 C.J. 니코스키는 지난달 김광현의 계약이 발표된 이후 그의 옛 동료인 제이미 로맥이 한 말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로맥은 "최악의 경우가 2이닝 이상 담당하는 필승조"라며 김광현의 성공을 예상했다. 로맥은 "김광현은 불펜으로 나오면 구속이 97마일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내 생각에 그는 선발이다. 그는 KBO리그의 분위기에서 오는 부담감을 이겨냈다. 엄청난 운동능력을 가진 선수"라며 김광현을 칭찬했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greatnem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