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구단 명성’ 걷어찬 SK,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프로야구 청정지역이라고 불리던 SK와이번스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건·사고들이 SK 2군에서 벌어졌다. 올 시즌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팀 성적과 맞물려 SK의 2020년은 치욕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KBO리그 명문구단의 길을 걷던 SK가 왜 이렇게 망가졌고, 어디까지 망가질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14일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경기를 갖는 SK에 관련한 소식이 터졌다. 지난 5월말 퓨처스팀(2군) 선수단의 음주 및 무면허 운전과 선후배 폭행 사건이 수면 위에 드러났다. 신인급 선수들이 잦은 숙소 복귀 지각과 숙소 무단 외출 등 행위를 했고, 이에 선배 2명이 이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얼차려를 줬으며 가슴과 허벅지를 치기도 했다.

게다가 신인급 선수 2명은 숙소로 복귀하면서 경찰에 적발되지 않았으나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을 한 사실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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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이를 6월 7일 인지하고, 내사 후 자체 징계를 부과했다. 체벌을 가한 선배 2명에게 제재금과 주의를 내렸으며. 신인급 선수 2명에게는 구단 내 가장 무거운 제재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구단은 자체 징계와 교육 측면에서 성찰의 시간과 기회를 주기 인근 사찰로 보내 3주간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SK는 이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알리지 않고, 묻었다. 의도적인 은폐시도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선수단 내 잡음이 퍼지자, 뒤늦게 KBO에 보고했다.

해명은 궁색했다. SK는 “구단은 조사 결과, 모든 사항을 자체적 징계 사항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은폐를 시도하고 나서 “선수단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하고 해당 선수들이 물의를 일으킨 점 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뻔한 사과만 내놨다.

2000년 창단 후 단기 간에 왕조를 구축했던 SK이기에 팬들 반응은 대부분 실망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SK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건강한 선수단 관리를 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였기에, 이번 사건에 충격을 받은 이들도 적지 않다.

SK는 큰 사건 사고 없이 구단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내야수 강승호가 음주운전을 하고 이를 구단에 알리지 않고,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결국 강승호를 임의탈퇴 처리하는 강수를 뒀다. 클린 구단에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였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 선수단의 일탈이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쳐도, SK의 사후처리 과정은 아마추어 같았다. 쉬쉬하기 급급했고, KBO가 추구하는 클린베이스볼과는 동떨어진 조치였다.

올 시즌 SK는 하위권으로 처진 성적과 함께 선수단 관리 측면에서도 막장이었음이 드러났다. 선진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며 명문구단의 길을 걷던 SK가 왜 이렇게 망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인위적인 선수단 변동에 따른 팀 컬러가 유지되지 못한 점, 경직된 팀 분위기 등등이다.

KBO는 뒤늦게 상벌위원회 개최와 해당 선수들과 구단에 대한 제재를 예고했다. 하지만 KBO 징계로 SK구단의 과오를 덮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SK에서도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 은폐에 가담했던 관계자들은 전부 책임져야 한다. 망가져도 너무 망가져 버린 ‘클린 SK’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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