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오창석 감독, 혜택 마다한 숭고한 제자 사랑 [특별기고]

- 죽음을 눈앞에 두고 대표팀 감독직 사임
- 제자의 올림픽 훈련 공백 우려한 지도자
- 남자마라톤 오창석 감독 운명 9일전 결심
- 순직 혜택 마다한 숭고한 제자 사랑
[MK스포츠] 그는 사경을 헤매면서도 오직 한국 남자마라톤의 도쿄올림픽 입상만 생각했다. 죽음을 9일 앞두고 대한육상경기연맹에 아들을 보내 대표팀 감독 사직서에 서명했다. 하루빨리 후임 감독을 선임하라는 메시지였다.

자신의 지병으로 대표팀 감독의 빈자리가 오래가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사직하지 않고 운명했다면 공무중 순직 처리 혜택도 받을 수 있었으나 그는 숭고한 제자 사랑을 택했다.

장남이 대리로 감독 사직서에 서명
오창석(왼쪽) 감독과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 국가대표 오주한. 둘 다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가 선명하다. 사진=오창석 감독 제공
오창석(왼쪽) 감독과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 국가대표 오주한. 둘 다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가 선명하다. 사진=오창석 감독 제공
5일 새벽 서울 삼성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한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남자마라톤 오창석(59·백석대 교수) 감독의 실화다. 지난해 2월부터 해발 2300m 고지대인 케냐 캅타갓에서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 국가대표 오주한(33·청양군청·케냐명·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을 지도해온 오 감독이 일시 귀국한 것은 지난 4월 11일. 만료된 비자 발급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자가 격리 중이던 오 감독은 미열의 감기 증세를 보여 고향인 충남 청양과 천안 등지의 지역 병원을 전전했으나 병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급기야 케냐 풍토병으로 의심되는 질환이 악화하자 4월18일 서울삼성병원 응급실에 입원했으나 정확한 병명을 찾지 못하고 위중한 상태가 계속됐다.

오 감독은 이런 와중에 육군 상병인 장남 정택(29)군을 대한육상경기연맹에 보내 감독 사직서에 대리 서명을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육상연맹은 후임 감독 선임 작업에 들어가 빠르면 이달 안에 신임 감독이 케냐 현지에서 오주한의 훈련을 독려할 수 있게 됐다.

신임 감독으로는 김재룡(55) 한전 감독이 유력하다. 김 감독은 지난 4월4일 치러진 마라톤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올림픽 참가기준기록을 통과한 심종섭(30·한전)을 지도하고 있으며 평소 오 감독과도 카톡을 통해 선수 지도 방법 등을 교류해온 사이다. 오 감독은 지난달 심종섭이 도쿄올림픽 참가 티켓을 따내자 김 감독에게 “조속한 시일 내에 케냐로 들어와 함께 훈련하자”고 제의해 놓은 상태.

‘제2의 정봉수 감독’ 꿈 못 이루고 안타까운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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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육군 대위로 상무 마라톤팀 감독을 맡았던 오 감독은 당시 김이용 제인모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지도했고 고려대에서 운동생리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구파다. 그는 이후 미국 큐레이 마라톤팀 감독을 맡으면서 케냐 선수들과 인연을 맺었고 2007년 오주한을 발굴해냈다. 2시간 5분 13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보유한 오주한은 2011년 이후 경주와 서울 국제마라톤에서 모두 7번 우승했으며 2018년 우여곡절 끝에 귀화에 성공,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이봉주가 은메달을 딴 이후 25년 만에 한국이 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유망주로 꼽혀왔다.

오주한은 작년 3월 트레이너로 고용된 세계적인 코어 훈련전문가 티모리모로부터 마라톤 근력 강화 훈련을 받아왔으며 티모리모는 오주한이 2시간 3, 4분대 기록으로 올림픽 메달권에 들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오 감독은 황영조 이봉주를 길러낸 정봉수 감독을 롤모델로 삼아왔으나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영면했다.

오 감독에게 오주한은 자식 같은 제자 오 감독은 2018년 한국으로 귀화한 오주한에게 ‘한국을 위해 달린다’(走韓)는 뜻의 이름을 지어주었고 자신의 고향인 청양군 정산면에 오주한 소유의 ‘마라톤 하우스’를 짓는 등 도쿄올림픽 이후 한국에서 살게 되는 오주한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여왔었다.

금강변에 새로운 마라톤 코스와 함께 훈련장을 건설, 청양을 마라톤의 메카로 가꾸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었으나 도쿄올림픽을 3개월 앞두고 아깝게 생을 마감했다.

빈소는 청양군 정산면 미당장례식장으로 발인은 7일 오전 7시. 041-94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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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세(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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