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건강한 1주일이 다시 주어진다면 이강인(20·발렌시아)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싶다.”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새해 첫날 방영된 유튜브 다큐멘터리 ‘유비컨티뉴’ 3화에서 했던 말이다. 그러나 이강인 출전이 확실시되는 올림픽축구대표팀 국내 평가전을 단 5일 남겨두고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고인은 2007년 감독으로 출연한 유소년축구 리얼리티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 시즌3에서 참가자 이강인을 처음 만났다. 남다른 기량으로 시청자를 놀라게 한 이강인은 4년 후 발렌시아 유소년팀 입단으로 유럽축구 경력을 시작했다.
故 유상철 감독이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 시절 자신을 찾아온 이강인으로부터 인사를 받은 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벤치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MK스포츠DB
유상철 감독은 ‘날아라 슛돌이’ 촬영 기간 이강인에게 진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넌 다 좋은데 스피드가 좀 아쉽다”는 충고는 훗날 예언과도 같은 날카로운 시각이었다는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날아라 슛돌이’ 시즌3 제작진은 마치 아버지와 아들 같던 둘의 다정한 지도와 훈련을 담은 깨알 같은 영상들로 시청의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유상철 감독은 프로그램 종료 후 이강인이 ‘발렌시아의 보물’로 불리며 스페인축구에서도 손꼽히는 유망주가 됐다는 소식에도 기쁨을 잘 표현하지 않았다.
유상철 감독은 ‘한 번쯤 스페인에 가서 이강인 하는 걸 직접 보지 그래요? 방송 콘텐츠로도 좋을 텐데’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내가 가면 부담만 주지… 아무 도움도 안 된다”며 거절해왔다.
‘이제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강인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인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은 지 5달 만인 그해 10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아 투병하는 것이 세상에 알려졌다.
유상철 감독이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나가볼 수 있는 외국은 일본 정도가 한계였고 그나마도 2020년 봄 이후 세계적인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유비컨티뉴’에서 유상철 감독은 “내가 건강하고 코로나19 시국이 아니었다면 2020-21 라리가를 보러 스페인에 가려고 했다”며 이강인 발렌시아 경기를 직접 관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암 투병이 아니라도 스페인 방문은 쉽지 않지만, 국가대표팀 홈경기라면 어느 정도 소원을 풀 수 있었다. 이강인은 2019년 10월 스리랑카를 상대로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유상철 감독은 9일 후 인천 K리그1 잔류가 걸린 중요한 경기가 있어 보러 올 수가 없었다.
유상철 감독이 건강을 되찾았다면 오는 12일 올림픽대표팀이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가나를 상대하는 친선경기는 이강인 실전을 현장에서 볼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암세포 전이를 견디지 못하고 7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