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티볼’ 일타강사 “롯데맨으로 받은 사랑, 돌려드려야죠” [안준철의 휴먼터치]

“아직도 ‘선수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기억해주셔서 고마운 마음뿐이죠.”

김대륙(29)은 이제 티볼 강사로 활동 중이다. 롯데 자이언츠에 소속으로 수비에서 뛰어난 재능을 펼쳤던, 이름처럼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했던 그 내야수 김대륙이 맞다.

2015년 롯데에서 데뷔해 지난해까지 뛴 김대륙은 여전히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긴 하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팀에서 방출된 뒤 롯데의 사회공헌사업 프로그램인 티볼 강사로 올해 3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지난해 현역시절 수비 훈련에 한창이었던 김대륙. 계속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티볼 전도사로 역할이 바뀌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난해 현역시절 수비 훈련에 한창이었던 김대륙. 계속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티볼 전도사로 역할이 바뀌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는 부산시교육청과 연계해 2016년부터 티볼 보급 사업을 진행 중이다. 티볼의 장기적 활성화를 위해 선수 출신 티볼 코치가 학교를 순회 방문해서 티볼에 대한 기초 지식과 함께 캐치볼과 타격 등을 지도한다. 롯데에서 스카우트와 운영팀에서 근무했던 조규철 감독과 함께 부산 지역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있다. 티볼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김대륙은 “변형된 야구라고 보시면 된다. 간단히 야구는 투수가 던지는 공을 타자가 치는 것이라면, 티볼은 투수는 없고, 티(T) 위에 놓인 공을 타자가 때리면서 플레이가 시작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도 야구공보다 물렁물렁하고, 경기 규칙상 슬라이딩이 허용되지 않아서 남녀노소, 장애우까지 즐길 수 있다. 야구를 하고 싶지만, 접하기 어려운 친구들한테 티볼은 함께 재밌게 할 수 있는 스포츠다”라고 덧붙였다.

이젠 티볼 전도사가 된 김대륙이었다. 김대륙은 “아이들이 모두 즐겁게 접할 수 있어 야구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더해지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다니기에 아직도 그를 선수로 아는 교직원, 아이들이 많다. 김대륙은 “초등학교에 방문하면 명함을 드리는데, 그러면 ‘아…’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어떤 아이들은 ‘선수님’이라고 하기도 한다. 제가 그렇게 야구를 잘 한 선수가 아닌데,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젠 ‘선수’라기 보다는 ‘코치’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김대륙은 1군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던 처지였다. 포철공고-동아대 출신인 김대륙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48순위로 지명받아 신인 시절부터 1군에서 기회를 받았다. 하지만 수비 실력보다 타격에서 깊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고, 2017년을 끝으로 현역으로 병역을 마치고 2019년 팀에 돌아왔다. 타격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2019시즌이 끝난 뒤에는 호주 질롱코리아로 뛰면서 2020시즌을 준비했지만, 1군 경기 출전은 전무했다. 김대륙은 “질롱코리아를 다녀와서 준비도 많이 했다. 솔직히 선수 생활을 하면 분위기라는 게 있다. ‘저 선수는 올해까지 하고 방출되겠다’ 이런 느낌이 제게도 있었다. 그래서 시즌 중반에 그런 분위기를 읽어서 (은퇴) 생각을 좀 빨리 했던 것도 있었다. 내가 몰랐다면 더 하고 싶었겠지만, 사실 편했던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솔직히 야구랑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싶었다(하하하). 방출되고 다른 일을 해보려고 했지만,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게 야구라서 결국 이렇게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김대륙의 웃음소리는 활기차게 변했다.

티볼 강사로서 아쉬운 점은 많은 아이들과 호흡하지 못하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업이 제한적이다. 김대륙은 “3월 한 달 동안은 수업이 쉽지 않았는데, 4월부터는 일주일에 4~5차례씩 학교를 찾아가 수업을 하고 있다”며 “원래 계획이면 더 많은 학교, 울산 지역 학교도 찾아가는 것이었는데 코로나19가 다시 심해져 계획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한 뒤 한숨을 쉬었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노트북과 씨름한다. 업무일지, 업무계획서 작성 등 선수 시절 해보지 못한 문서 작업을 해야 한다. 김대륙은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 모르는 건 조규철 감독님께 배우면서 터득했다. 처음엔 어려웠는데, 지금은 모든 게 새롭고, 그런 부분이 내게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껄껄 웃었다.

무엇보다 티볼을 통해 어린 아이들과 호흡하는 게 적성이 잘 맞는다. 김대륙은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는데, 저희 때는 티볼이란 게 알려지지 않았고, 야구를 하는 분위기가 강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원래 아이들은 좋아하는데, 아이들이 밝게 웃고, 즐겁게 티볼을 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아이들과 함께 웃고, 즐기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상대로 티볼 강습 중인 김대륙 "코치." 이젠 선수보다 코치가 익숙한 티볼 강사다. 달라지지 않은 건 롯데 유니폼이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초등학생 상대로 티볼 강습 중인 김대륙 "코치." 이젠 선수보다 코치가 익숙한 티볼 강사다. 달라지지 않은 건 롯데 유니폼이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가끔은 만원 관중이 들어찬 부산 사직구장 타석에 들어서는 꿈을 꾸기도 한다는 그이지만, 이내 “선수들만 느낄 수 있는 그런 쾌감이 있다. 생각은 나지만, 하고 싶진 않다”며 “제가 받은 사랑을 이제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계속 롯데 유니폼을 입고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방출됐을 때 서운한 마음보다는 그래도 제게 다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롯데 잘할겁니까?’인데, 그럼 ‘잘할끼다’라고 답해줍니다.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동료들을 믿는 마음에서 얘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계속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에게 야구가 즐거운 스포츠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습니다.” 김대륙의 진심이었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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