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1414억원 먹튀’ 제이든 산초는 이미 시작부터 행복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산초는 과거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맨유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간절히 영입을 원했던 선수다. 그리고 무려 7300만 파운드(한화 약 1414억원)를 투자, 그를 영입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산초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시절 분명 뛰어난 선수였다. 2018-19시즌 13골 20도움을 기록, 활약했고 2019-20시즌에는 20골 20도움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020-21시즌 역시 16골 20도움을 기록, 3시즌 연속 높은 가치를 지닌 선수라는 걸 증명했다.
그렇게 맨유로 향한 산초. 문제는 오자마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는 것이다. 처음 올드 트래포드에 입성했을 때만 하더라도 솔샤르는 ”맨유 최고의 전통을 이어갈 선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산초는 자신을 원했던 솔샤르와 오랜 시간 함께하지 못했다. 이후 여러 감독을 경험했고 에릭 텐 하흐와는 최악의 관계가 됐다. 결국 1군 전력에서 완전히 제외, 임대만 다니는 선수가 됐고 이제는 맨유와의 결별을 앞두고 있다.
솔샤르는 ‘나락’으로 향한 산초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리고 그는 그동안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전해줬다.
솔샤르는 ‘더 오버랩’과의 인터뷰에서 “맨유는 산초 영입을 추진했다. 당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옵션이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었다. 기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파이널 서드 지역에서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를 더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산초는 기술과 연계 플레이를 보여줄 선수였고 확실히 다른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산초는 맨유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도르트문트를 시작으로 첼시, 아스톤 빌라 등 무려 3번의 임대 생활을 했다. 맨유는 물론 임대된 모든 곳에서 이전의 퍼포먼스를 보이지 못했다.
솔샤르는 “사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적하기 전, 휴가를 갔다가 다이빙을 했다는데 그때 귀에 염증이 생겼다. 결국 병원에 가야 했다”며 “그래서인지 프리 시즌 첫 10일은 정말 힘들어했고 제대로 훈련도 하지 못했다. 맨유에 오기 전부터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지금껏 알려진 적 없는 일이다. 산초는 정말 고생했다. 그리고 나와 산초가 함께 제대로 호흡을 맞출 기회도 없었다. 그가 다시 살아났을 땐 내가 팀을 떠나 있었으니까”라고 더했다.
모든 사회가 그렇지만 결국 스포츠에서도 선수는 좋은 지도자를, 지도자는 좋은 선수를 만나야 한다.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솔샤르와 산초는 결국 감독과 선수로서 함께 성공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 중 한 명은 맨유를 떠났고 또 다른 한 명은 곧 맨유를 떠날 예정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