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세리머니 중단한 LG, 부담감은 DOWN·분위기는 UP [MK시선]

LG 트윈스는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10-3으로 이겼다. 이날 두산 베어스에게 덜미를 잡힌 삼성 라이온즈를 반 경기 차로 따돌리고 2위 자리를 탈환했다.

LG는 지난달 한때 선두 kt 위즈와의 격차가 7.5경기 차까지 벌어지면서 1위 경쟁에서 밀려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10경기에서는 6승 3패 1무로 반등에 성공했다. 그사이 kt가 4연패에 빠지면서 3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오는 9~10일 잠실에서 kt와의 올 시즌 마지막 2연전을 남겨두고 있어 막판 대역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교롭게도 LG의 상승세는 '시계 세리머니'가 중단된 지난주부터 시작됐다. LG 타자들은 지난 4월부터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더그아웃을 향해 손목을 내보이며 시계를 자랑하는 듯한 세리머니를 펼쳐왔다.

류지현(왼쪽) LG 트윈스 감독이 2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1회초 득점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채은성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시계 세리머니'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1998년 해외출장 중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는 LG 선수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명품 시계를 구입했다. 하지만 구 회장은 2018년 타계 전까지 LG의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보지 못했다. LG 선수단 전체는 올해는 꼭 금고에 잠든 시계를 꺼내겠다는 일념을 담아 '시계 세리머니'로 의지를 표현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부터 선수들까지 지나치게 우승을 의식하면서 후반기 부침을 겪었다. 이에 LG 주장 김현수는 과감하게 '시계 세리머니' 폐지를 결정했다. 대신 첫 안타를 치고 1루 베이스를 밟은 선수의 세리머니를 경기 내내 이어가기로 했다.



경기력과 큰 관련이 없는 변화를 줬지만 효과는 예상보다 컸다. 선수들 모두 승리에 대한 강박에서 조금은 벗어나 편안한 플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LG 유격수 오지환은 2일 경기 후 "선수들이 너무 윈나우에 얽매이는 것 같아 현수 형을 비롯한 베테랑들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 첫 타자 안타를 친 선수의 세리머니를 경기 때 따라 하는 쪽으로 의견을 냈다"며 "다음 타자는 그걸 기억해야 하고 있어야 하니까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재밌게 하면서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오지환은 또 "수아레즈도 곧 돌아오고 팀도 최근 경기력과 분위기가 모두 상승세에 있다"며 "kt와 3경기 차로 좁혀졌고 아직 우리와 2경기가 남아 있다. 끝까지 순위 싸움을 해볼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있고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적생 서건창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 30일 두산전이 끝난 뒤 "시계 세리머니는 결국 우승 바라보고 가는 건데 다들 너무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며 "요즘에는 첫 안타를 친 선수 세리머니를 따라 하면서 분위기 쇄신이 됐고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척(서울)=김지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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