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내면 지는 거다” 80억 포수, LG 시절 영광 잊어야 하는 이유

“짜증 내면 지는 거다.”

FA 포수 유강남이 4년 80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하며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몸값에서 알 수 있듯 롯데는 유강남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강민호 삼성행 이후 5년 동안 주전 포수가 없었던 아쉬움을 유강남이 모두 씻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강남에게는 “짜증 내면 안 된다”는 지상 과제가 주어졌다.

유강남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유강남은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 최강의 투수들을 상대했던 포수다.

LG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는 국내 최강이었고 불펜 투수들도 각 유형 별로 최고 투수들이 모아져 있었다. 앞으로 만나게 될 롯데 투수들 과는 수준 차이가 크게 났다.

유강남이 짜증을 내서는 안 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투수들만 상대하면 포수가 계획한 대로 제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롯데 투수들은 LG 투수들과 다르다. 유강남의 리드를 쫓아오지 못할 수 있다. 계획 대로 볼 배합이 풀리지 않았을 때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김성근 전 감독은 애제자인 박경완이 현대서 SK(현 SSG)로 팀을 옮겼을 때 따로 연락해 크게 혼을 낸 적이 있었다. 투수들을 대하는 자세가 틀렸다는 지적이었다.

김 전 감독은 박경완에게 전화를 걸어 “투수를 상대할 때 짜증 내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다시는 그런 태도를 보여선 안된다. 현대의 최고 투수들과 지금 성장하고 있는 SK 투수는 제구에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마다 포수가 짜증을 부리면 젊은 투수들이 성장할 수 없다. 쌍방울 시절의 어려웠던 시기를 잊어선 안된다. 그때처럼 갖춰지지 않은 투수들을 상대하는 법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꾸짖었다.

당대 최고의 포수였지만 투수를 마음으로 안아주지 못하면 평범한 투수들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김 전 감독의 생각이었다.

박경완은 이후 SK 투수들을 이끌 때 일부러라도 더 편안하게 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박경완은 “나도 모르게 투수들에게 좋지 않은 행동이 나왔던 것 같다. 워낙 좋았던 투수들(현대)만 상대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투수들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었다. SK 투수들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눈높이를 낮추고 볼 배합과 블로킹을 하며 포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당시를 회상한 바 있다.

유강남에게도 비슷한 일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몇몇 투수들을 제외하고 롯데 투수들의 전체적인 실력은 떨어진다 할 수 있다.

배영수 신임 투수 코치가 롯데를 맡은 뒤 “롯데에 A급 투수가 몇 명이나 되느냐. 대부분 D급 투수들‘이라고 냉정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당장 폭투 숫자부터 줄여야 한다. 유강남이 몸을 던지는 투혼을 보여줘야 한다. 그럴 때 마다 흔들리는 투수를 안정시키는 몫 까지 해내야 한다.

한 투수 출신 해설 위원은 “유강남이 초반에는 다소 헤맬 수 있다. 수준 높은 LG 투수들만 상대하다 롯데 투수들의 공을 받으려면 답답할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럴 때 포수로서 좀 더 포용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에 맞는 볼 배합을 하고 또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짜증을 내면 지는 거다. 최대한 롯데 투수들을 안아주고 이해하려 할 때 전체적인 성적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강남은 LG 시절의 경험을 롯데에서 녹아들게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LG 시절의 성공적 경험만 생각해선 곤란해질 것이다. 롯데는 또 롯데 투수들만의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수준에 맞춘 맞춤형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그 수준에 맞는 투수 운용을 할 때 80억 원이라는 엄청난 몸값도 아깝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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