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황태자’의 몰락, 한국 야구 아까운 보물을 잃었다

추락한 ‘삼성 황태자’ 윤성환(41)의 기사를 출고한 뒤 한 투수 출신 해설 위원과 연락이 닿았다.

이야기 말미, 그가 윤성환의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 야구가 보물 하나를 잃었다. 지도자로서 정말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스스로 인생을 망치며 야구계도 피해를 보게 됐다”고 했다.

윤성환이 경기 중 고개를 떨구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윤성환은 통산 135승을 거둔 KBO리그의 대표 우완 투수였다. 하지만 그가 ‘보물’이라는 표현을 들어야 할 정도의 성적을 냈는지에는 고개가 갸웃 거려졌다. 그 정도 레벨의 기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현역 최다승 투수’라는 딱지를 달고 살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남기지는 못했던 선수다.

그렇다면 그 해설위원은 왜 윤성환에게 ‘보물’이라는 표현을 쓴 것일까.

그건 윤성환이 가진 투구 기술이 특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해설위원 A는 “윤성환은 최고의 제구력을 가진 선수였다. 공 하나를 넣었다 뺐다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투수였다. 그리고 슬라이더와 커브를 둘 다 잘 던지는 투수였다. 이론상 슬라이더와 커브는 공존이 대단히 어렵다. 두 구종을 같이 잘 던질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윤성환에게는 그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후배들에게 그 노하우가 전수될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성환은 심판을 테스트하는 투수로도 유명했다.

선발로 등판하면 일단 애매한 곳에 공을 하나 던져 본다. 스트라이크 콜이 올라가면 거기서 공 하나를 더 빼 본다. 여기서 볼 판정을 받으면 이후에는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공 위주로 투구를 했다. 가장 먼쪽 존을 익혀 뒀다가 결정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심판의 판단 능력을 시험해 본 뒤 본격적으로 자신의 투구를 시작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슷한 곳으로 공을 던져 심판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도 그의 특기 중 하나였다. 심판의 존을 흔들어 놓으면 어이없는 볼에도 스트라이크 판정이 내려질 수 있다.

계속 심판의 존을 자극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볼 배합을 이끄는 능력이 탁월했다.

A 해설위원은 “윤성환의 제구력은 역대급 이었다. 그러나 그 노하우는 거의 전수된 적이 없다. 윤성환에게 좀 더 시간이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150km가 넘는 광속구를 던지는 선수들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중 제구까지 잡는데 성공한 투수는 아직 많지 않다. 윤성환의 제구 능력이 그들에게 전수 된다면 정말 무서운 투수들을 키워내는 지도자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윤성환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발로 차 버렸다. 한국 야구계에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윤성환 보다 윤성환의 재능이 더 아깝다”고 털어놓았다.

인간 윤성환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윤성환의 기술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뜻이었다. 윤성환의 진짜 기술이 후배들에게 제대로 전수 돼 150km대 광속구가 제구가 되는 엄청난 괴물 투수를 만들어 내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이젠 모두 부질없어졌지만 말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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