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디스 전도 필요한 것이 프로 스포츠다.
KBL은 지난 13일 김승기 캐롯 감독의 구단 비방 행위의 건, 그리고 게이지 프림(현대모비스)의 스포츠 정신을 위배한 파울의 건 및 해당 심판 경기 운영 미숙에 관한 건과 관련, 14일 오전 재정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재정위원회는 KGC가 KBL에 요청하면서 열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과 프림 모두 KGC와 관련이 되어 있다.
프림의 경우 지난 11일 KGC전 4쿼터 중반 하프 코트를 넘어가는 과정에서 변준형의 후두부를 가격했다. 그러나 이 장면을 지켜본 심판들은 어떤 판정도 내리지 않았다. 고의성 짙은 플레이였기에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이 불렸어야 했지만 놓쳤다. 재정위원회를 통한 제재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김 감독과 관련한 건은 과연 재정위원회로 이어질 문제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KGC는 구단 차원에서 정식으로 항의를 하거나 아니면 맞불 작전을 통해 대응할 수도 있었다. 장외 설전도 프로 스포츠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인데 KBL을 끌어들이며 차단해 버렸다.
김 감독은 캐롯으로 이적한 후 쉬지 않고 KGC를 디스했다. KGC 감독 시절 특정 시기에 부족한 지원을 받은 설움, 그리고 뛰어난 성적을 올렸음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에 대한 울분을 토해냈다. 그동안 외부로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부분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다소 과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없는 말을 지어내지는 않았다.
이때 KGC는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 김상식 KGC 감독은 이러한 스토리 라인에 포함되지 않은 인물이기에 특별히 언급하는 걸 자제했다. 김 감독과 갈등이 있었던 전삼식 전 단장은 이미 농구계를 떠났다. 현재 김 감독과 불편한 관계로 남아 있는 건 KGC 프런트인데 그들은 5라운드 전까지 어떤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무시하겠다는 입장으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KGC가 갑자기 재정위원회 카드를 꺼냈다. 김 감독이 지난 10일 kt전에 앞서 급여조차 밀리는 지금이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힘든지 묻는 질문에 “전삼식 전 단장으로부터 아끼는 것에 대해 너무 잘 배운 것 같다. 그때 배운 것들을 통해 지금 팀 운영을 잘하고 있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비꼰 것을 구단 비방이라는 사유로 정의했다. KGC는 김 감독의 오랜 시간 이어진 디스에 대해 무시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마음속에 쌓아놨고 그걸 알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재정위원회 요청이다.
KGC가 김 감독을 제재하기 위해 재정위원회의 손을 빌린 건 가장 확실한 방법을 선택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굳이 힘쓰지 않고 답이 나오는 싸움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규리그 1위를 굳히기 위해 달리고 있는 만큼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게만 보면 현명한 판단으로도 보인다. 다만 재미와 남자다움을 동시에 잃은 선택이기도 했다.
프로 스포츠에서 경쟁보다 중요한 건 없다.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싸움을 하는 만큼 이기기 위해선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디스 전은 하나의 재미를 끌어낼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KBL은 유독 라이벌, 갈등, 경쟁에 대해 인색하다. 형평성과 균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스토리 텔링에 약하다. 모두가 행복하고 웃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KBL과 같은 프로 스포츠는 에덴 동산이 아닌 전쟁터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 웃으면 누군가 울어야 한다. 그런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재정위원회는 이야기의 재료로 어울리지 않는다.
김 감독의 KGC 디스는 분명 지켜야 할 선을 넘나들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그러나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만약 KGC가 다른 방법으로 맞불을 놨다면 그 재미는 배가 됐을 것이다. 재정위원회보다 더 통쾌한 반격을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재밌는 이야기가 쓰일 수 있었다. 하나, 좋은 과정을 만들 수 있었던 순간은 지났고 이제는 배가 떠나버렸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김 감독과 KGC의 스토리는 재정위원회라는 변수로 ‘노잼’이 됐다.
때로는 남자답게 싸울 필요가 있다. 하지만 KGC는 김 감독과의 정면 승부를 피하고 KBL의 손을 빌리고 말았다. 그들 입장에선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니다. 다만 더 멋진 방법도 있었다. 그동안 당했던 디스에도 떳떳했다면 KBL의 뒤가 아닌 김 감독의 앞에 섰어야 하지 않을까.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