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오른 프로 무대. 김준환의 농구는 이제 빛나기 시작했다.
봄 농구가 좌절된 수원 kt. 2017-18시즌 이후 무려 5년 만에 맛본 아픔이다. 그러나 얻은 게 없었던 건 아니다. 하윤기의 성장을 확인했고 다양한 스타일의 가드들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중 김준환의 최근 활약은 다음 스텝을 기대케 했다.
송도중-고, 그리고 경희대까지. 김준환의 농구 인생은 꽤 화려했다. 송도의 별이었고 경희대 시절에는 대학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했다. 대학 무대에서도 최고의 수비를 자랑하는 고려대를 상대로 42점을 퍼부으며 득점 기계다운 퍼포먼스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첫 프로 도전은 좌절이었다. 2020 KBL 신인 드래프트, 차민석이 최초의 고졸 출신 전체 1순위로 빛났을 때 김준환은 쓸쓸히 현장을 떠났다. 10개 구단 중 단 한 곳의 부름도 받지 못했다. 모두가 놀랐고 이해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김준환이 지명되지 않자 경희대가 KBL과 프로 구단들에 밉보인 것이 아니냐는 루머까지 퍼질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경희대 출신 선수가 단 한 명도 지명되지 않았다. 심지어 김준환은 1라운드 후반, 2라운드 초반 지명이 유력했다. 지금 생각해도 단 1%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준환은 쓰러지지 않았다. 폐쇄적인 한국농구판에서 KBL이 아니라면 대학 졸업 후 커리어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던 그때였다. 그럼에도 B.리그 구단들과의 접촉, 3x3 농구 경험 등 1년을 바쁘게 살아갔다. 그리고 2021 KBL 신인 드래프트에 일반인 신분으로 재도전, kt에 2라운드 9순위로 지명됐다.
김준환이 팀을 찾지 못한 채 홀로 시간을 보냈던 2021년 2월, 그는 기자에게 “드래프트 미지명 이후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만약 프로에 갔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이다. 너무 감사하고 또 고마운 분들이 많다. 어느 정도 위안 삼고 있는 부분이다. 이분들이 힘을 주는 만큼 나 역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 포기는 없다. 아직 젊은 만큼 멈추지 않고 달려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결국 뜻했던 바를 이뤘다.
물론 프로 무대에 섰다고 해서 당장 기회가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2021-22시즌 kt는 우승을 노리는 강팀이었고 독보적인 존재 허훈이 있었다. 그의 옆에는 정성우가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팀내 최고 유망주 박지원조차 뛰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준환에게 주어질 출전 시간은 없었다.
2022-23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월 3경기, 11월 1경기, 12월 1경기가 전부였다. 상무에 지원했지만 탈락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아무것도 되지 않았던 상황. 하지만 김준환은 D리그 모든 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 서동철 감독에게 확실히 어필했다. 그렇게 3월이 됐고 다시 1군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지난 25일 창원 LG전에 출전한 김준환은 20분 동안 10점을 기록했다. 하루 뒤 열린 전주 KCC전에선 36분 44초 출전, 17점을 폭발했다. 패색이 짙었던 4쿼터 종료 직전, 연장으로 이끄는 극적인 3점포를 터뜨리는 등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결코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20년 당시 프로 구단들의 미지명은 확실한 오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말이다. 더욱 기대되는 건 김준환의 농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kt의 2022-23시즌은 아픔으로 가득하지만 김준환에게는 농구인생의 전환점이 될 시기이기도 하다. 올 시즌이 끝나면 김준환의 계약은 1년만 남게 된다. 이제는 슬슬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김준환은 상무 추가 모집에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가 나온 후 남은 1년을 뛰고 입대할지, 입대 후 다음 1년을 뛸지에 대해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