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만 만나면 울었던 ‘농구대통령’, ‘코트 위의 여우’ 덕분에 처음 웃었다 [KBL PO]

‘농구대통령’이 오랜만에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고양 캐롯은 지난 10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77-71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업셋에 성공하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간신히 특별회비 10억원을 내고 6강 플레이오프에 참가한 캐롯. 급여조차 밀리는 상황에서 에이스 전성현마저 부상을 당하며 싱거운 시리즈가 될 것이란 전망에도 김 감독과 현대모비스의 ‘천적 관계’는 대단히 깊었다. KBL 역대 최고의 업셋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 캐롯이다.

‘농구대통령’이 오랜만에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사진=KBL 제공

이날 김 감독과 캐롯 선수단 외 또 한 명의 남자가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캐롯의 선수단 운영 총괄 대표 허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실 허 대표 입장에선 미묘한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현대모비스는 사실상 자신의 친정이기도 하다.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프로 출범 이후 초창기까지 몸담았던 전신 기아가 지금의 현대모비스이기 때문이다.

선수 시절의 영광을 기아와 함께한 허 대표다. 도저히 적수를 찾을 수 없어 ‘농구대통령’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전주 KCC의 감독으로 부임한 후 그와 현대모비스는 악연이었다.

2005년 KCC의 지휘봉을 잡은 허 대표는 2015년 중도 사퇴하기 전까지 10년 넘게 감독 생활을 했다. 그 과정에서 2008-09, 2010-11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2010-11시즌 우승은 KCC의 마지막 ‘우승 경험’이기도 하다.

단기전에서 보여준 허 대표의 승부수와 카리스마는 분명 남달랐다. 특별한 공격, 수비 전술보다는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동기부여 유도에 강한 지도자였다. 그렇기에 KCC는 ‘슬로우 스타터’로서 단기전의 강자로 오랜 시간 군림할 수 있었다.

문제는 현대모비스, 당시 모비스에 너무 약했다는 것이다. 2005-06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2009-10시즌 챔피언결정전 2승 4패, 그리고 2011-12시즌 6강 플레이오프 3전 전패 등 단 한 번도 웃을 수 없었다.

현대모비스만 만나면 무너졌던 ‘농구대통령’, 그가 선택한 김승기 감독이 제대로 복수했다. 사진=KBL 제공

허 대표는 KCC를 이끈 10시즌 동안 6번의 봄 농구를 경험했고 그중 2번을 우승, 4번은 6강과 4강에서 쓰러졌다. 2007-08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이상민이 이끈 서울 삼성에 업셋 및 스윕 시리즈를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현대모비스에 무너졌다.

특히 2009-10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은 백투백 우승을 노리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좌절감이 더 컸다. 만약 모비스를 극복하고 우승했다면 그들보다 먼저 스리-피트를 달성한 주인공이 됐을 것이다.

그런 허 대표를 김 감독이 웃게 했다. 아이러니하게 김 감독은 허 대표와 달리 현대모비스만 만나면 싱글벙글 웃었다. 단기전에서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만 만나면 악마가 되는 ‘코트 위의 여우’ 김승기 캐롯 감독은 이번에도 승자가 됐다. 2016-17시즌 4강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2017-18시즌 6강 플레이오프, 그리고 2020-21시즌 4강 플레이오프까지 유재학 감독을 상대로 압도했던 그는 ‘만수’의 제자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마저 울리며 4전 전승이란 압도적인 차이를 냈다.

10년 넘게 현대모비스를 넘지 못한 허 대표. 이제는 감독이 아님에도 자신이 선택한 김 감독의 힘을 이용해 지난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었다. 캐롯과 현대모비스, 역대 최고의 업셋 시리즈가 담은 또 하나의 비하인드 스토리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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