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투수 최원준이 올 시즌 7경기 만에 첫 승을 달성했다. 단 2득점의 지원이었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평균 1.25득점 지원을 받았던 최원준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6회 마지막 순간을 아찔하게 넘기면서 승리를 달성한 최원준은 이제 본격적인 승수 쌓기에 나선다.
최원준은 5월 1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5탈삼진 3사사구 1실점으로 팀의 4대 1 승리에 이바지했다.
1회 말 선두 타자 이정후에게 2루타, 김혜성에 볼넷을 내준 최원준은 1사 1, 2루 위기에서 러셀을 헛스윙 삼진, 이원석을 2루수 뜬공으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최원준은 2회 말 1사 뒤 김휘집에게 2루타 허용에도 후속 타자들을 막고 실점을 막았다. 3회 말에도 1루 주자 이정후를 견제사로 잡아 이닝을 마무리했다.
두산 타선은 4회 말 양석환의 선제 2점 홈런으로 먼저 리드를 잡았다. 양석환은 4회 말 무사 1루 상황에서 상대 선발 투수 최원태의 초구 136km/h 슬라이더를 통타해 비거리 125m짜리 대형 좌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개인 시즌 7호 아치.
2대 0 리드를 안은 최원준은 5회 말을 삼자범퇴로 넘기고 승리 투수 요건을 충족했다. 최대 위기는 6회 말이었다. 최원준은 6회 말 이정후에게 2루타, 임지열에게 안타를 맞고 무사 1, 3루 위기를 맞이했다.
김혜성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 한숨을 돌린 최원준은 김태진에게 중견수 방면 희생 뜬공을 맞아 이날 첫 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이원석과 박찬혁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 최원준은 2사 만루 위기에서 김휘집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힘겹게 6회를 마무리했다.
두산은 8회 초 양의지의 솔로 홈런과 9회 초 허경민의 적시 2루타로 4대 1까지 달아났다. 7회 이병헌, 8회 정철원, 9회 홍건희로 이어진 필승 계투진도 무실점 쾌투로 최원준의 첫 승을 지켰다.
이날 최원준은 총 96구 투구 가운데 스트라이크 63개를 기록했다. 최원준은 최고 구속 140km/h 속구(33개)와 더불어 슬라이더(47개)와 커브(13개)로 키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최원준이 그동안 잘 던지고도 승리 투수와 인연이 없었다. 다행히 오늘 드디어 승리를 얻었기에 기쁘고 축하한다. 양의지, 양석환의 홈런이 결정적이었고 지난 주말 경기에 이어 오늘도 야수들이 수비에서 집중력 있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시즌 첫 마수걸이 승리를 달성한 최원준은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최근 5경기 동안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투구 밸런스와 구속이 안 좋아서 고민이 많았다. (양)의지 형이 ‘고민한다고 되는 거 아니니까 자신 있게 던져’라고 말씀하셔서 생각을 비우기 시작하자 조금씩 좋아지는 느낌”이라며 고갤 끄덕였다.
최대 위기였던 6회 말엔 사인을 바꾼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 있었다. 최원준은 2대 1로 앞선 6회 말 2사 만루 위기에서 김휘집에게 4구째 136km/h 속구를 던졌다. 이 공은 잘 맞은 타구였지만, 중견수 방면으로 날아가 정수빈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갔다.
최원준은 “6회 말 위기에서 의지 형이 줄 점수는 주고 1루 주자만 잘 묶자고 하셔서 집중해서 공을 던졌다. 사실 마지막 공에서 의지 형은 슬라이더 사인을 냈다. 웬만하면 고갤 안 흔드는데 변화구 제구가 잘 안 되니까 내가 속구 사인으로 바꿨다. 만약 그 타구가 넘어갔다면 모든 게 내 탓이었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탄도가 낮아서 수빈이 형이라면 충분히 잡아줄 수 있다고 믿었다”라며 미소 지었다.
최원준은 이날 등판 전까지 경기당 평균 득점 지원 1.25득점으로 리그 선발 투수들 가운데 가장 적은 득점 지원을 받고 있었다. 이날도 최원준 등판 이닝 동안 두산이 내준 점수는 2득점에 불과했다. 그래도 최원준은 그 2득점 지원의 리드를 6회까지 결국 지켰다.
최원준은 “형들이 득점 지원과 관련해 너무 미안해하더라. 그게 야수 형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나도 오히려 미안했다. 의지 형도 내 등판 경기 때는 토시나 글러브 색깔을 바꿔서 들어올 정도로 신경을 써주셨다. 사실 선취점을 안 내줘야 하는 게 선발 투수 첫 번째 임무인데 그런 게 잘 안 풀려서 오히려 타자들이 조급해지는 느낌이라 내가 더 신경을 썼다”라고 강조했다.
양의지와 호흡을 맞추는 첫 풀타임 시즌도 최원준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 최원준과 양의지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 비중을 높이는 볼 배합 변화도 함께 구상했다. 지금까지는 최원준에게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최원준은 “지난해까지는 마운드 위에서 타자 약점에 대해 계속 고민하면서 공을 던졌다. 그런데 의지 형이 오니까 그런 걸 생각 안 하고 사인대로 던지니까 마운드 위에서 마음이 편안하다. 긴 이닝 소화와 투구수 절약에 확실히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투수들이 안 풀릴 때 모든 걸 다 자기 탓으로 돌리는 의지 형을 보면서 왜 최고의 포수인지를 느낀다”라며 힘줘 말했다.
최원준은 올 시즌 토종 선발진을 이끄는 맏형 역할을 맡고 있다. 곽빈, 김동주, 최승용 등 어린 선발 투수들의 활약상과 어우러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이뤄지는 분위기다.
최원준은 “내가 따로 어떤 얘기를 할 필요도 없이 동생들이 너무나 잘 던져주고 있다. 물론 안 풀릴 때가 분명히 찾아온다. 나는 마음이 열린 사람이라 언제든지 질문을 하면 답변을 할 준비가 됐다. 동생들이 너무 잘 던지니까 내 자리가 위태해지는 느낌이라 한 경기 한 경기 더 집중하게 된다. 이제 (곽)빈이는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일 정도다(웃음). 얼른 와서 외국인 투수처럼 던지길 바란다. 올 시즌 후배들을 잘 이끌어서 야구가 열리는 가장 마지막 날까지 공을 던지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고척(서울)=김근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