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영이가 자기 뜻대로 안 되니까 자신감을 크게 잃은 느낌이다. 해영이도 나름대로 머릿속이 복잡할 거다. 그래도 최근 점점 좋아지는 게 보이고 (양)현종이 형이랑도 함께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기에 마무리 투수답게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최근 KIA 타이거즈 투수 임기영이 MK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올 시즌 초반 부진을 거듭하는 팀 후배 정해영을 바라본 시선이다.
임기영의 시선처럼 정해영은 올 시즌 1군 데뷔 뒤 가장 좋지 않은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정해영은 올 시즌 16경기(14.1이닝)에 등판해 3승 1패 3세이브 평균자책 3.77 6탈삼진 6볼넷 WHIP 1.60을 기록했다.
최근 2년 연속 시즌 30세이브를 달성했던 마무리 정해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치다. 2020시즌 입단 첫 시즌부터 1군 무대에 자리 잡은 정해영은 2년 차인 2021시즌 팀 마무리 역할을 바로 맡아 시즌 34세이브로 구단 역사 최연소 시즌 30세이브 기록을 달성했다.
2022시즌에도 시즌 32세이브를 달성한 정해영은 올 시즌에도 당연히 마무리 보직을 맡아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정해영은 부진을 거듭하면서 마무리 자리에 대한 불안감까지 자아내게 만들었다.
우선 마무리 투수로서 가장 필요한 속구 구위 자체가 확연히 저하됐다. 정해영은 2021시즌 속구 평균구속 144km/h, 2022시즌 속구 평균구속 144.6km/h를 찍었다. 하지만, 2023시즌 정해영의 속구 평균구속은 141.4km/h까지 하락했다. 속구 평균구속이 139km/h대로 찍힌 경기도 있을 정도다.
뜬공/땅볼 비율도 완전히 달라졌다. 2021시즌(62땅볼/73뜬공)과 2022시즌(55땅볼/62뜬공)과 비교해 올 시즌 10땅볼/22뜬공으로 뜬공 비중이 확연히 높아졌다. 인플레이 타구 비율도 79.7%로 지난해(72.7%)보다 더 나빠졌다.
이런 악화된 세부 지표에 따라 5월 1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정해영의 부진이 이어졌다. 이날 7대 3으로 앞선 9회 말 마운드에 오른 정해영은 선두 타자 오재일에게 던진 2구째 138km/h 속구가 우측 담장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안타로 이어져 위기에 빠졌다. 이후 1사 뒤 김지찬에게 볼넷을 내준 정해영은 유격수 실책 탓에 실점을 허용했다.
정해영은 이어진 1사 2, 3루 위기에서 피렐라에게도 2구째 122km/h 슬라이더를 통타당해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결국, KIA 벤치는 구자욱 상대 타석에서 동점 및 역전 위기가 임박하자 정해영을 강판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후 최지민이 정해영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랐고, 구자욱과 강민호를 상대로 연속 땅볼을 유도해 한 점 차 세이브 상황을 지켰다.
이처럼 자신감을 완전히 잃은 듯 보이는 정해영에게 재충전과 재조정의 시간을 부여할 상황이 만들어졌다. KIA 벤치가 당분간이라도 마무리 보직 교체를 결정해 현재 가장 구위가 뛰어난 최지민이 임시 마무리 역할을 맡는 방향이 있다. 최지민에게 너무 큰 짐이 될 수 있다면 상황에 따른 집단 마무리 체제도 임시 답안이다.
아무리 팀 불펜 뎁스가 강화됐어도 결국 마무리 자리가 크게 흔들린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삼성 오승환 사례처럼 부진한 마무리 투수의 휴식과 재조정 기간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과연 2연승으로 반등에 성공한 KIA가 마무리 자리 교체라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