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전설적인 지도자가 경기장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안양 정관장과 TNT 트로팡 기가의 2023-24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조별리그 A조 경기가 열린 6일 안양실내체육관. 경기 종료 43초를 남긴 상황에서 대단히 소란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상황은 이렇다. 4쿼터 종료 43초 전, TNT 선수들과 먼로가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신경전을 펼쳤다. 그 전 상황에서 한 백발의 남자가 먼로를 밀치면서 시작됐다.
TNT 선수들도 먼로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렌즈 아반도를 비롯해 동료 선수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주먹다짐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TNT는 먼로가 자신들의 벤치 근처에서 작전을 엿듣고 있었다고 생각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정관장이 102-95로 앞서고 있었던 만큼 TNT 벤치는 충분히 예민한 상태였다. 물론 상대 벤치 근처에 서서 오해받을 행동을 한 먼로도 그리 지혜롭지는 않았다.
불행 중 다행히 큰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신 코트로 난입한 백발의 남자가 퇴장당했고 TNT는 벤치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이 백발의 남자는 촛 레예스 TNT 총감독이다. 국제대회를 즐겨본 국내 농구 팬이라면 필리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더 익숙한 얼굴이다. 최근 TNT 지휘봉을 조조 라스티모사 감독에게 건넨 뒤 총감독으로서 자리하고 있다.
레예스 총감독은 10년 넘게 필리핀을 이끌고 대한민국과 아시아 무대에서 수차례 경쟁했다. 2005년부터 대표팀 감독이 됐고 이후 또 다른 전설적인 지도자 옝 귀아오 감독과 번갈아 가며 수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최근에는 2023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에서의 부진을 사유로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놨다. 자국에서 열린 농구월드컵에서 NBA리거 조던 클락슨과 함께했음에도 부진해 홈 팬들에게 야유를 받기도 했다.
레예스 총감독이 필리핀은 물론 아시아 내에서도 명성 있는 지도자라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감독’이 아닌 ‘총감독’이 코트 안으로 들어오는 건 분명 정상적이지 못한 일이었다. 더불어 상대 선수를 밀치는 행동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과거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 예선 필리핀과 호주의 난투극 때도 FIBA로부터 1000만원이 넘는 벌금을 받았던 레예스 총감독이다. 사유는 난투극 선동이었다.
심판들의 판단은 명확하고 신속했다. 그들은 레예스 총감독을 관중석에 앉을 수도 없게 했다. 그리고 정관장은 승리했으며 TNT는 패했다.
난투극과 같은 큰 이슈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다행인 하루였다. 뜨거운 승부의 이면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