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 돌파요? 진짜로 어안이 벙벙합니다.”
잘 봐야 400만이었다. 시사회 직후 작품에 대한 호불호도 강했고, 심지어 ‘마이너’하다고 일컬어졌던 오컬트 장르인 만큼 초반 영화 ‘파묘’를 향한 기대치는 엄밀히 말해 ‘높다’라고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개봉 후 모든 예측은 빗나갔다. ‘잘 만든 오컬트 영화’라는 극찬과 함께 개봉과 동시에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한 영화 ‘파묘’는 지난 2월 22일 개봉 첫 날부터 무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며 여전히 극장가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 첫 천만 관객 돌파 영화’라는 수식어와 더불어 ‘국내 오컬트 영화 최초 천만 관객 돌파’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파묘’는 한 번은 아쉽다며 여러 차례 극장을 찾는 N차 관람객이 등장하는 것은 기본, 급기야 ‘영화를 보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단순한 인기를 넘어 ‘신드롬’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파묘’ 천만 관객 돌파 소감이요? 진짜로 어리벙벙합니다. 손익분기점만을 바라보고 갔는데, 천만 돌파라니. 영화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까 부담감도 있고 ‘더 잘 만들 걸’ 하는 자괴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시간이 살면서 또 언제 오겠습니다. 요즘은 그저 마음 편하게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파묘’의 천만 돌파, 이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에게 이 같은 인기가 실감이 나는지에 대해 물었더니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말로 희한합니다. 영화를 하는 동료 감독이나 스테프들이 시사회 때 보고 나오면서 햇던 말이 ‘진짜 마니악하다. 파이팅’이었거든요. 다만 개봉 후 많은 관객들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진다’고 해주셔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천만이라니. 정말 예상은 못했었어요. 실제로 ‘파묘’를 만들 때까지 흥행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영화 시나리오를 준비할 때 ‘잘 만들어야겠다’는 부담감은 있었죠. 여전히 ‘천만 돌파’라는 말이 아직 실감이 나지는 않아요. 다만 같이 영화를 만든 투자사도 그렇고 제작사, 홍보 마케팅을 같이하는 팀들, 배우들 모두 좋아하시다 보니, 저도 덩달아 좋은 것 같아요. 다들 웃으면서 일을 하고 있고, 좋은 분위기가 이어져서 즐겁습니다.”
장재현 감독은 영화의 인기요인의 모든 공을 좋은 연기를 펼쳤던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만든 스태프들, 영화 투자사와 제작사, 그리고 영화의 홍보 마케팅까지, 작품을 위해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파묘’의 인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모두 손발이 잘 맞았고, 개봉을 한 시기도 좋은 시기이지 않았는가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최민식 선배님을 비롯해,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등 배우들의 케미가 잘 모였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분들이 캐릭터의 페이소스를 잘 살려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배우와 캐릭터의 궁합이 영화에 가장 큰 흥행 요인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파묘’의 인기 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배우들의 ‘홍보 활동’이다. 특히 최민식의 경우 무대인사에서 관객들이 건네는 다양한 팬사템을 직접 착용, ‘할꾸’(할아버지 꾸미기)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뜨거운 인기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최민식 선배님이 매번 하시는 말씀 중 하나가 ‘이 맛에 영화한다’입니다. ‘할꾸’로 찍히는 것도 좋아하시지만 관객과 만나서 호흡하는 것이 정말 좋다고 말씀하세요. 특히 오랜만에 극장에 사람이 꽉 차는 것을 보고, 작품이 사랑을 받는 것을 직접 느끼시니 정말 좋아하세요. 다른 배우 분들도 와글와글한 극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열기를 느끼면서 영화 배우로서 행복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옆에서 보는 저도 같이 기분이 좋습니다.”
이어 장재현 감독은 초반 ‘파묘’의 긴장감을 이끌어 나갔던 박지용 역의 김재철 배우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김재철 배우에게는 뿌듯함보다는 미안함과 감사함이 공존하고 있어요. 사실 본인이 많이 드러나지 않는 역할인데 정말 살신성인으로 영화를 해주셨거든요. 초반에 더 많이 드러내지 못해서 미안하고, 개인적으로 큰 빚을 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재철 배우의 경우 충무로에서 굉장히 포텐이 있는 배우로 알려져 있어요. 이번 영화를 통해 앞으로 더 잘 돼서 좋은 역 맡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잘 만든 스토리와 좋은 배우들, 그리고 공들인 연출까지, ‘파묘’는 영화의 재미를 좌우하는 삼박자가 잘 맞아서 떨어진, 이른바 발란스가 좋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비록 중후반부에 ‘험한 것’의 등장과 함께 오컬트 장르에서 중요시되는 ‘공포’ 요소가 다소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마저도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진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 흥미로웠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파묘’가 장르영화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에 “관심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파묘’의 상승세를 지켜보면서, 우선 앞으로 함부로 예측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제가 영화를 오랜만에 찍었는데, 그 사이 좋은 장르 영화가 나와서 ‘파묘’가 더욱 관객들이 친근하게 다가가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앞서 좋은 영화들이 나온 덕분에 작품을 보는 폭이 더욱 넓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
외국에서 반응도 뜨겁다. 장재현 감독은 이에 대해 “저도 의외의 반응”이라면서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영화를 만들 때 어떠한 메시지나 사상을 우선시 가지 않았었다”라며 인기요인을 분석했다.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첫 번째 목표로 두는 것이 ‘장르적으로 재밌는 영화’ ‘긴장감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파묘’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한국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장르적인 즐거움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외국 관객들이 이 같은 부분을 높게 평가해 준 것이 아닌가 싶어요.”
‘파묘’는 장재현 감독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파묘’는 남다른 자식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캐릭터가 남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의 후반작업 막바지 때 보는데, 캐릭터들이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페이소스가 느껴진달까. ‘엔딩크레딧’을 보면 배우들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 나오는데, 사실 배우들의 얼굴을 한 번 더 이미지로 볼 수 있도록 급하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파묘’는 ‘묘벤져스’가 남지 않았나 싶어요.”
장재현 감독은 차기작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본 것이 없다’고 이야기 했다. 아직은 ‘파묘’와 잘 사귀고 있는 중이라고.
“관객들은 재밌는 이야기를 따라간다고 생각해요. 다음 작품은 이야기를 적다 보면 나올 거 같은데, 지금은 파묘와 잘 사귀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생각해 본 건 없습니다. 이제 슬슬 헤어질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바람이 있다면 ‘파묘’가 오랫동안, 작게라도 오래 걸려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그동안 저도 그 핑계대고 쉴 수 있으니 말이죠. 하하.”
[금빛나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