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순위 신인의 심장은 ‘비브라늄’만큼 단단했다.
수원 kt 소닉붐은 5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대혈전 끝 93-90으로 승리했다.
무려 92.3%(48/52)의 4강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이 걸린 경기, 이 끝을 장식한 건 패리스 배스도 허훈도 아닌 ‘특급 신인’ 문정현이었다.
90-90으로 맞선 4쿼터 막판, kt는 현대모비스의 이른 공격을 막아낸 후 마지막 공격 기회를 얻었다. kt는 배스, 그리고 허훈이 있었고 결국 두 선수 중 1명이 마지막 공격을 책임질 듯했다.
현대모비스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배스에게는 최진수, 허훈에게는 박무빈이 붙어 있었다. 이때 변수가 발생했다. 3점슛 라인에 정확히 서 있었던 문정현의 위치가 너무나 좋았고 배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현대모비스는 문정현을 완벽하게 놓쳤다. 함지훈이 뒤늦게 맞으려 다가섰지만 이미 문정현의 손에서 볼이 떠난 뒤였다. 그렇게 날아간 볼은 정확히 림을 통과했고 대혈전을 끝내는 위닝 3점슛이 됐다.
함지훈의 문정현 체크가 늦었던 건 이해하기 어려운 수비는 아니었다. 문정현이 그 순간 3점슛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가 서 있었던 위치, 타이밍 등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정규리그 31.1%의 3점슛 성공률을 생각하면 배스와 허훈을 놓치는 것보다는 나름 괜찮은 수비였다.
kt 입장에서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문정현의 3점슛은 공격 제한 시간 9초를 남겨둔 상황에서 림으로 날아갔다. 배스와 허훈에게 다시 볼을 건네준 뒤 승부를 보는 선택지도 있었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가 곧 승리와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승부수였다.
하지만 문정현의 심장은 ‘비브라늄’만큼 단단했다. 자신에게 전해진 흐름, 그리고 리듬에 따라 3점슛을 시도했고 또 성공했다. kt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예비 스타 플레이어, 전체 1순위 신인이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은 최고의 한 방이었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단기전은 정규리그와 달리 변수가 적다. 54경기의 정규리그를 치르는 동안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한 후 치르는 경기이기에 결국 ‘해줄 때 해주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손끝에서 운명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미치는 선수’가 필요하다. 이날 kt에는 문정현이 제대로 미쳤다. 그가 기록한 8점 중 마지막 3점은 배스의 32점, 허훈의 20점만큼 가치가 높았다.
5판 3선승제의 1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다만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고 그 차이는 매우 크다. 문정현은 그 중심에 있었고 전체 1순위 신인의 위닝 3점슛은 KBL 역사에 남을 순간이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