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성 권투선수가 3350일(9년2개월1일) 만에 세계 정상을 노리게 된 가운데 한국인 역대 최다 파이트머니보다 2배 이상을 받는다는 소문은 MK스포츠 취재 결과 사실이 아니다.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수용인원 1.5만)에서는 1월24일 오하시 프로모션이 주최하고 일본복싱커미션(JBC)이 주관 및 인정하는 대회가 열린다. 챔피언 이노우에 나오야(32)와 도전자 김예준(33)의 슈퍼밴텀급(55.3㎏) 통합타이틀매치가 메인이벤트다.
김예준은 1월21일 오전 일본에서 사단법인 한국복싱커미션(KBM) 황현철 대표를 만났다. ‘10억 원 같은 구체적인 대전료 규모가 거론되고 있다’는 질문을 받자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도 “그만큼은 못 받는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국내 전문가로 손꼽히는 KBM 황현철 대표는 tvN SPORTS 해설위원을 겸하고 있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이노우에 나오야의 글로벌 에이전시를 맡고 있는 미국 Top Rank와 계약을 통해 김예준과 챔피언전을 대한민국 시청자한테 방송한다.
챔피언 백인철(64)이 1990년 3월 프랑스 리옹의 팔레 데스포르 드제를랑에서 세계복싱협회(WBA) 슈퍼미들급(76.2㎏) 타이틀 3차 방어전을 치른 대가인 35만 달러(약 5억 원)가 여전히 한국인 파이트머니 1위다.
팔레 데스포르 드제를랑은 1991년 남자테니스 최고 권위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결승전을 개최한다. 당시 유럽 권투 시장에서 백인철의 높은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경기 장소다.
JBC의 이노우에 나오야는 세계복싱평의회(WBC) 세계복싱기구(WBO) 국제복싱연맹(IBF) WBA 챔피언이다. KBM 선수로 출전하는 김예준은 WBO 슈퍼밴텀급 11위 자격으로 나선다.
이노우에 나오야는 공식 전적 매체 ‘복스렉’ P4P(체급 불문) 랭킹 1위에 빛나는 글로벌 톱스타다. 2014년부터 ▲WBC 라이트플라이급(49㎏) ▲WBO 주니어밴텀급(52.2㎏) ▲WBA IBF WBC WBO 밴텀급(53.5㎏) ▲WBC WBO WBA IBF 슈퍼밴텀급까지 네 체급을 석권했다.
김예준은 슈퍼밴텀급에서 △2014년 4월 WBC 유스(23세 이하) 챔피언 △2015년 3월 IBF 아시아 챔피언 △2024년 5월 WBO 동양 챔피언을 거쳤다. 국제복싱연맹 아시아 타이틀은 2016년 11월 3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2020년대 세계 일인자와 맞붙는 만큼 1만2720일(34년9개월26일) 만에 대한민국 프로권투 대전료 신기록을 수립하는 것 아니냐고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김예준은 1월22일 오후 슈퍼밴텀급 통합타이틀매치 조인식을 겸한 일본 현지 기자회견에 참석하면서 구체적인 금액이 적힌 계약서를 직접 보고 서명하게 된다.
앞서 일본 스포츠잡지 ‘코코카라넥스트’는 “부상 재발에 따른 샘 굿맨(27·호주)의 기권이 1월11일 발표됐다. 오하시 프로모션은 이번 대회 언더카드 참가 예정이었던 김예준으로 급히 상대를 바꿨다”고 보도했다.
샘 굿맨은 WBO 동양 챔피언 및 IBF 인터콘티넨털 챔피언을 지냈다. 원래는 샘 굿맨(27·호주)이 2024년 12월 24일 이노우에 나오야한테 도전할 예정이었지만, 눈 위를 다쳐 2025년 1월 24일로 연기됐지만, 부상이 재발했다.
국제복싱연맹이 지정한 의무 도전자, 즉 이노우에 나오야가 반드시 타이틀 방어전을 치러야 하는 선수로서 슈퍼밴텀급 통합타이틀매치를 앞뒀지만, 왼쪽 눈 위가 두 번이나 찢어져 무산됐다.
‘코코카라넥스트’에 따르면 김예준은 1월24일 이노우에 나오야 vs 샘 굿맨의 메인이벤트에 앞서 진행되는 경기 중 하나로 누군가와 대결할 계획이었다. 김예준은 “굿맨이 처음 다쳤을 때 언더카드로 합류했다”며 일본 언론 기사가 맞다고 확인했다.
“한 달 정도면 문제없이 준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시합 제안에 응했다”며 설명한 김예준은 “물론 이노우에 나오야와 하게 된 것은 전혀 예상 밖이다. 뛸 수 있겠냐는 얘기를 듣고서는 깜짝 놀랐다”며 불과 2주를 앞두고 대체 선수로 결정되기까지를 돌아봤다.
김예준은 브리즈번 웨스트 엔드 복싱 스페셜리스트 유나이티드 파이트 팀에서 WBO 밴텀급(53.5㎏) 챔피언 출신 제이슨 멀로니(34·호주)와 훈련하며 언더카드 시합을 대비했다.
프로복싱 슈퍼밴텀급 통합타이틀매치 및 이노우에 나오야와 대결로 변경되자 한국에서 비자 발급 업무를 처리하고 일본으로 건너와 3차례 훈련을 마친 것이 1월21일 오전까지 김예준의 준비 상황이다.
브라질 TOP2 도박사 ‘포커스타스’는 김예준 승리에 배당률 20.00을 설정했다. 이노우에 나오야를 이길 확률을 5%로 계산했다는 얘기다. 두 선수가 무승부로 우열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의 수에 대한 배당률은 26.00 및 가능성 3.8%다.
‘포커스타스’는 캐나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 등에서도 주요 온라인 베팅 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김예준 패배 확률은 91.2%로 평가했다.
이노우에 나오야는 2012년 10월 데뷔 후 4355일(11년11개월2일) 무패다. KO승률 89.3%(25/28)는 ‘경량급은 파괴력이 떨어진다’는 일반적인 상식마저 깨고 있다.
그러나 일본 신문 ‘스포츠닛폰’은 “한일전 7경기를 모두 이긴 일본인 킬러”로 김예준을 소개했다. 다양한 종목에서 한국 vs 일본이 흔한 스포츠 분야에서 보기 드물게 이노우에 나오야가 프로복싱 데뷔 29경기 만의 첫 한일전이라는 것 또한 주목했다.
김예준은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훈련하고 있다. 한국 권투선수가 왜 강한지를 보여줄 때가 온 것 같다. 우리나라의 모든 기운이 느껴질 수 있는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 그러면 제가 한 번 보여드리겠다”며 예고했다.
앞서 김예준은 ‘오하시 프로모션’을 통해 “이노우에 나오야는 항상 대결을 가정하며 연구한 존재다. 모든 힘을 발휘하여 커리어 최대 승부를 개인 통산 8번째 한일전 승리로 장식하고 싶다”는 자신감을 일본 언론에 전했다.
‘스포츠닛폰’은 “KO승률 42.1%(8/19)의 샘 굿맨은 기교파로 꼽힌다. 김예준은 KO승률 61.9%(13/21)가 말해주듯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시합 13일을 남기고 발생한 대진 수정으로 인해 이노우에 나오야가 심리적으로 다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걱정했다.
김예준이 2025년 1월23일 계체를 통과하면 2015년 11월 WBC 미니멈급(47.6㎏) 타이틀매치에 도전자로 참가한 배영길(46) 이후 처음으로 남자복싱 월드 챔피언 매치 한국인 출전자가 된다.
WBA WBC IBF WBO는 프로권투 4대 기구로 묶인다. 대한민국 남성 메이저 세계챔피언은 2006년 12월 WBC 페더급(57.2㎏) 왕좌에 등극한 지인진(52)이 마지막이다.
이후 2010년 8월 김지훈(38)이 IBF 라이트급(61.2㎏) 챔피언 결정전에 참가했고, 2013년 11월 손정오(44)가 WBA 밴텀급 타이틀 도전자로 나섰다.
그러나 ▲김지훈 만장일치 판정패 ▲손정오 1-2 판정패 ▲배영길 9라운드 TKO패 등 지인진을 끝으로 최고 권투선수 자리를 노린 한국 남성의 시도는 모두 무산됐다.
# 2006년 12월
지인진
도전자
만장일치 판정승
WBC 페더급 챔피언 등극
# 2010년 8월
김지훈
IBF 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
만장일치 판정패
# 2013년 11월
손정오
도전자
WBA 밴텀급 타이틀매치
1-2 판정패
# 2015년 11월
배영길
도전자
WBC 미니멈급 타이틀매치
9라운드 TKO패
# 2025년 1월24일(예정)
김예준
도전자
슈퍼밴텀급 월드타이틀매치
WBC WBO WBA IBF 통합
2012년~ 28승 무패
KO/TKO 25승 무패
# 세계 타이틀 획득 경력
2014년 WBC 라이트플라이급 WBO 주니어밴텀급
2018년 WBA 밴텀급
2019년 IBF 밴텀급
2022년 WBC WBO 밴텀급
2023년 WBC WBO WBA IBF 슈퍼밴텀급
2012년~ 21승 2무 2패
KO/TKO 13승 무패
2014년 04월 WBC 유스 챔피언
2015년 03월 IBF 아시아 챔피언
2015년 07월 IBF 아시아 타이틀 1차 방어
2015년 12월 IBF 아시아 타이틀 2차 방어
2016년 11월 IBF 아시아 타이틀 3차 방어
2024년 05월 WBO 동양 챔피언
[강대호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