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12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을 기록한 정현우(19)가 동시에 역대 2위에 해당하는 122구 혹사 논란에 휩싸였다. 이 논란은 정현우의 ‘이후’가 정의할 것이다.
‘슈퍼루키’ 정현우가 2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8피안타 7볼넷 4탈삼진 6실점(4자책)을 기록, 프로 데뷔 이후 생애 첫 승리를 거뒀다. 키움은 타선도 화끈하게 터지면서 17-10으로 기분 좋은 대승을 거뒀다.
특히 정현우는 KBO리그 역대 12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서 선발승을 기록했다. 키움 구단으로는 역대 2014년 하영민 이후 10년만이자 2번째로 나온 진기록이다.
하지만 정작 경기 종료 후 관심은 역사적인 기록과 승리에 대한 조명 대신 ‘혹사’에 쏠리고 있다. 바로 정현우가 신인 투수로서 이례적이고 가혹한 수준의 122구라는 많은 투구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122구는 프로 무대에서 최근 1경기서 보기 쉽지 않은 많은 투구수다. 특히 신인 투수의 데뷔전에서 감당해야 할 투구수로는 놀라운 수준이다. 실제 정현우는 역대 고졸 신인 데뷔전 투구수 2위를 기록했다. 이 부문 1위 기록이 지금으로부터 30여년도 훌쩍 전인 1991년 김태형이 롯데 자이언츠 소속으로 기록한 135구다. 그것도 당시 김태형은 OB 베어스를 상대로 9이닝 1실점 완투를 기록한 것이다.
정현우 이전 2위 기록도 시간을 훌쩍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키움 히어로즈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 유니콘스에서 김수경이 1998년 데뷔전서 기록했던 120구였다. 정현우 이전까지 역대 신인이 데뷔전서 120구를 넘긴 사례가 이 두가지 경우 뿐이었는데 30여년을 훌쩍 넘은 2025년에 이런 투구수가 다시 나온 것이다.
여러모로 많은 기대가 쏠렸던 경기였다. 2025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키움 지명을 받은 정현우는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 연일 호투를 펼쳐 많은 기대를 받았다. 시범경기 3차례 등판에서 평균자책 0.82 역투를 펼친 정현우는 데뷔전 선발 로테이션 한 축을 꿰찼다.
전체 랭킹 1위 루키가 시범경기부터 이만한 기대감이 드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흔치 않다. 신인 투수로 범위를 확장해도 정현우와 같이 많은 관심 속에서 데뷔 선발 경기를 치른 선수가 많지 않을 정도다.
경기 초반만 해도 프로의 무대는 혹독했다. 1회부터 정현우는 2루타, 폭투, 내야 땅볼로 첫 실점을 했고, 이후에도 2루타, 볼넷 적시타를 허용하며 2실점째를 했다. 2회에도 수비 불안에 흔들리며 자신도 볼넷을 내줬고 최형우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4실점째를 했다.
하지만 이후 의연하게 버텨냈다. 3회 2사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이겨낸 정현우는 4회까지 투구수 93구로 추가 실점 하지 않고 버텨냈다.
어린 투수들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투수들의 투구수 관리에 매우 계획적이고 민감한 홍원기 키움 감독의 성향, 무엇보다 11-4로 키움이 크게 앞서고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5회 말 교체가 유력해 보였다.
그런데 정현우는 이후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사실 이것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투구수 15구 내외로 이닝을 마무리했다면 일반적인 1경기 한계 투구수 기준인 110구 이내인 108구 정도로 끊고 역사적인 데뷔전 선발승도 챙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닝 선두타자 변우혁에게 단타, 김태군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정현우는 후속 타자 김도현에게 2루타를 맞고 1사 2,3루에 몰렸다. 투구수는 이미 105구가 된 상황. 일반적인 교체 타이밍에서 키움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현우는 이후 최원준을 삼진으로 솎아 냈지만 이후 패트릭 위즈덤에게 볼넷을 허용해 만루에 몰렸다. 이어 정현우는 나성범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6실점(4자책) 째를 했다. 그러나 끝까지 키움은 투수 교체를 선택하지 않고 정현우에게 마운드를 맡겼고, 그는 최형우를 좌익수 뜬공 처리하고 이닝을 매조지하면서 승리 투수 요건을 채웠다. 총 투구수는 122구.
여러 차례 교체 타이밍이 있었던 만큼 결과적으로 홍원기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정현우에게 데뷔전 선발승 기회를 끝까지 챙겨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 승리보다 정현우의 혹사가 크게 부각됐을 정도로 122구는 큰 논란이 됐다. 바로 부상 우려 때문이다. 아직 신체적으로나 프로 단위 레벨에서의 투구에 대한 부담감 면에서나 여러모로 기량과 상태가 완숙해지지 않은 신인 투수에게 122구는 지나치게 큰 부담이란 것이 혹사를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이다.
프로 경력이 긴 투수들이라도 100구 이상의 투구가 신체에 큰 무리가 가고, 이때문에 규칙적으로 휴식일을 지키는 것이 확립된 현대야구에서 자칫 정현우의 데뷔전 투혼이 부상 등으로 이어진다면 찬란한 미래를 가진 선수에겐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데뷔전 승리의 가치와 정신적인 성장’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40년 역사를 넘긴 프로 야구에서 단 11명 밖에 없는 영광스러운 기록인 동시에 5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진다는 선발투수의 책임과 의무를 배운 것이 앞으로 정현우에게 큰 자산이 됐을 것이라고 봤다.
종합하면 아직 혹사 논란은 이르다. 아직 1경기 등판에 그쳤을 뿐이고, 키움이 팀 승리나 마운드 운용을 위해 정현우를 가혹하게 등판시킬 것이란 정황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
물론 그럼에도 개인적인 특성이나 차이는 분명 있겠지만 122구가 분명 신체적으로 부담이 됐을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후 다음 등판의 시기나 해당 등판 투구수 등을 비롯한 올 시즌 관리에 따라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신체적으로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회복력 등은 현재 최전성기인 정현우의 나이다. 얼마나 잘 쉬는지에 따라 122구 투구의 충격은 우려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올 시즌 전체의 관리와 함께 정현우가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여부다. 키움은 홍원기 감독 부임 이전부터도 투수들의 한계 투구수를 철저하게 지켜왔고, 여름 이후 선발투수들의 휴가를 시행하는 등 ‘혹사 및 휴식’에 대해서는 확실한 정체성과 철학을 갖고 있는 팀이다. 그런만큼 정현우를 남은 시즌 철저히 관리한다면 부담은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다음, 그 후의 모습들이 이날 데뷔전을 ‘역사적인 승리’ 혹은 ‘혹사’ 가운데 하나로 정의할 전망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