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미친 제안이 아니면 잔류할 것이다.”
당초 이적이 유력해보였던 김민재(28)의 거취가 바이에른 뮌헨 잔류로 점차 굳혀지는 분위기다.
독일 축구 유력지 키커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은 라이프치히와의 개막전서 대승을 거둔 이후 더는 김민재의 이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상상을 초월하는 제안이 들어오지 않는 한도에서 이 선수는 더는 판매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을 것이다. 이 한국인 수비수는 앞으로도 독일 명문 구단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독일에서 최고의 권위와 공신력을 자랑하는 키커의 보도인만큼 사실상의 잔류 오피셜과 가까운 보도 내용이다. 더불어 불과 일주일 전 까지만해도 김민재의 이적을 강하게 주장하는 동시에 그를 판매를 원하는 막스 에베를 단장의 의중을 이유로 들어 막말에 가까운 ‘무용 이적설’까지 쏟아냈던 독일 언론의 태세 전환이기도 하다.
앞서 독일 매체 스포르트1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김민재는 더 이상은 팀의 핵심 계획에 포함되지 않는다.
뮌헨이 다요 우파메카노와 요나단 타를 중심으로 새 시즌을 구상하게 되면서 더는 김민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서 ”복귀 예정인 이토 히로키와 멀티 자원인 요시프 스타니시치를 백업으로 두고 있어 김민재는 그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김민재는 이제 뮌헨의 차기 계획에서 더는 맡을 역할이 없다. 그런 김민재를 구단 수뇌부는 매각 시키려 한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지난 시즌 뮌헨의 주전 수비수로 안방을 지켰던 김민재가 두 차례 수술을 받고 아직도 복귀하지 못한 이토에게 백업에서도 밀릴 것이란 사실상 폭언에 가까운 평가 속에 나온 이적설이었다.
시즌 종료 이후 독일 국가대표팀의 수비수인 요나단 타가 합류하면서 김민재가 점차 주전에서 밀려나는 분위기는 강해졌다. 실제 프리시즌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두드러졌다. 빈센트 콤파니 뮌헨 감독은 주로 타와 우파메카노 콤비를 먼저 선발 출전 시키거나 주요한 경기에 배치하는 양상이 뚜렷했다.
거기에 김민재에 대해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해 왔던 에베를 뮌헨 스포츠 디렉터 역시 “누군가 떠나고 싶다면 나는 그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사실상 김민재의 이적에 열린 입장을 드러내면서 이적설은 순식간에 불이 붙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재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 등에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지속적으로 구단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왔다. 시즌이 시작해서도 김민재의 입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김민재는 슈투트가르트와의 독일 슈퍼컵에서도 교체로 투입됐다. 프랑스와 독일 등의 매체들은 김민재의 세리에A 컴백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지속적으로 이적설을 제기했다.
그리고 리그 개막전서 김민재가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바이에른 뮌헨은 23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RB라이프치히와 2025-26 분데스리가 1라운드 홈 경기에서 6-0 대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김민재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 후반 23분 타를 대신해 경기에 투입된 이후 해리 케인의 해트트릭 골을 어시스트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에 투입된 이후 정확한 패스와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보여준 김민재는 후반 32분 케인의 해트트릭 달성을 도왔다. 중원에서 정확한 전진 수비를 통해 상대 패스를 끊어낸 뒤 그대로 돌파를 시도했다. 김민재는 상대 페널티 박스 앞까지 말 그대로 ‘폭풍 질주’를 했다.
여러 명의 수비수들의 경합을 돌파했다. 케인은 김민재의 속도에 맞춰 침투를 이어갔다. 이어 김민재가 왼쪽으로 찔러준 패스를 페널티 박스 안에서 이어받아 침착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케인의 해트트릭골인 동시에 6-0으로 달아나는 완벽한 쐐기골이었다. 케인은 득점 후 김민재와 기쁨을 나눴고, 김민재의 뺨을 두드리며 해트트릭을 도운 것에 감사를 표했다.
경기 이후 극찬도 쏟아졌다. 그간 김민재를 향한 혹평을 쏟아내며 ‘억까’에 앞장 섰던 독일 빌트는 김민재에게 2점이란 높은 평점을 매겼다. 독일은 통상 1점~5점의 평점으로 활약상을 평가하는데 낮을 수록 활약상이 뛰어난 것이다. 빌트는 유독 김민재에게 박한 4~5점의 평점만을 매겨왔고 혹은 그가 부진한 경기를 펼치면 6점이란 이례적인 혹평을 쏟아내길 주저하지 않았던 매체다.
40m 폭풍 드리블의 임팩트 외에도 김민재는 해당 경기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패스 성공률 100%(21/21), 걷어내기 2회, 가로채기 1회, 리커버리 1회 등 3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좋은 활약을 펼쳤다.
결국 눈으로 드러난 팩트와 활약상에 뮌헨 보드진도 김민재를 잔류시키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 모양새다.
김민재의 입장에선 잔류라는 한 고비는 넘어섰다. 당분간 백업 멤버라는 입지 자체는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지만 긴 시즌에서 언제든 기회는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