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빅보이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LG 트윈스는 박해민을 4년 총액 65억 원(계약금 35억 원, 연봉 25억 원, 인센티브 5억 원)에 지키는데 성공했지만, 환하게 웃지 못했다. 김현수를 놓친 까닭이었다. 김현수는 3년 50억 원(계약금 30억 원, 연봉 총액 20억 원)의 조건에 KT위즈와 손을 잡았다.
통산 타율 0.312(8110타수 2532안타) 261홈런 152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7을 적어낸 김현수의 이탈은 LG에게 너무나 뼈아프다. 당장 올해만 해도 140경기에서 타율 0.298(483타수 144안타) 12홈런 90타점 OPS 0.806을 올렸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지난 2023년 이후 2년 만이자 통산 네 번째(1990, 1994, 2023, 2025) LG의 통합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다행히 대안은 있다. 다음 달 전역을 앞두고 있는 이재원이다. 사실 아직 1군에서 큰 활약은 보이지 못했다. 2018년 2차 2라운드 전체 17번으로 LG에 지명된 뒤 통산 220경기에서 타율 0.222(509타수 113안타) 78타점에 그쳤다. 그래도 22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타고난 ‘힘’만큼은 진짜임을 입증했다.
최근 활약도 좋다. 퓨처스(2군)리그이긴 하지만 올해 상무에서 78경기에 나서 타율 0.329(277타수 91안타) 26홈런 91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시즌 후에는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2025 NAVER K-BASEBALL SERIES(K-베이스볼 시리즈) 체코와의 2연전에서 3타수 2안타 1홈런 1홈런 3타점을 올렸다.
사령탑도 이재원을 주목 중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통합우승을 확정한 뒤 “이재원을 키우면 팀이 더 단단해 질 수 있다. 부상자 나와도 크게 힘들지 않다. 우리는 성적과 함께 육성하는 팀”이라 말하기도 했다.
선수 본인의 자신감 역시 차올랐다. 체코와의 평가전 기간 만났던 이재원은 “(염경엽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 후회 없게 제가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어 “(상무 입대 전과는)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다. 멘탈적으로 제가 많이 흔들렸었다. 마인드 세팅을 바꿨다. ‘못 하면 어때’라는 생각으로 임하다 보니 확신이 많이 생겼다. 나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기회가 영원히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상, 부진 등이 되풀이된다면 자연스레 그 기회는 다른 경쟁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있다.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들었던 이재원은 “(LG 응원가를 들어) 좀 설렜다. (팬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실력을 먼저 보여드리고 응원을 감사히 받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