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욱(26·FC 서울)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다. 조영욱은 2018시즌 서울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을 때부터 자신감도 넘쳤다. 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성실한 자세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데뷔 시즌부터 서울의 중심에 있었다.
그런 조영욱에게 2025시즌은 프로 데뷔 후 가장 힘들었던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올여름 이적시장에선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고 서울에서만 뛰어왔던 조영욱의 이적설이 불거졌다. 조영욱이 서울의 전력 보강을 위한 트레이드 카드로 거론됐다.
서울은 12월 10일 멜버른 시티(호주)전을 끝으로 2025년 일정을 마무리했다. 조영욱은 후반 21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아 마지막까지 뛰었다. 이날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한 해를 마무리한 조영욱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났다.
조영욱을 프로 데뷔 시즌부터 오래 봐왔다. 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쳤던 조영욱의 얼굴이 평소와 크게 달랐다.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MK스포츠’가 조영욱과 나눈 이야기다.
Q. 2025년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어려운 시즌이었다. 많이 아쉽다. 아직 ‘기분이 어떻다’고 정리하긴 어려운 것 같다. 많은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지금은 여러 가지 생각이 공존하는 것 같다.
Q. 지난 시즌들과 비교했을 때 올 시즌은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
준비 과정에서 달랐던 건 없다. 나는 매 시즌 매 순간 온 힘을 다했다. 항상 나를 아껴주고 응원해 주는 팬들을 위해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올 시즌엔 그 마음이 압박감으로 다가온 것 같다. 그게 나를 더 어렵게 만든 것 같다. 하지만, 핑계 댈 생각은 없다. 프로의 숙명인 것 같다. 내가 이겨냈어야 한다.
Q. 프로에 데뷔하기 전부터 연령별 대표팀에서 큰 활약을 했다. 조영욱은 늘 큰 기대를 받는 선수다. 스트레스가 대단히 심한 시즌이었을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이겨내려고 했나.
최대한 신경을 안 쓰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정말 힘들었다. 나도 모르겠다. 지금 나만 생각하고 이야기하자면, 나는 서울이란 팀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팀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비난받았다. 그게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상황 속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이곳저곳에서 많은 이야기가 들렸지만, 운동장에서 내 가치를 증명하고자 더 땀 흘리려고 했다.
Q.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이적설이 있었다. 지난 얘기니까 그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얘기해줄 수 있나.
앞서서도 말했지만, 나는 서울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좋은 감정이 아니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이해는 됐다. 여긴 프로의 세계 아닌가. 마음이 참 복잡했다. 그때 고민도 많이 했다.
Q. 제시 린가드가 멜버른전을 끝으로 서울을 떠난다.
린가드가 떠난다는 걸 알고 이야기를 나눴다. 린가드에게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행복했다”고 했다. 나는 냉정하게 린가드에게 많이 부족한 파트너였다. 린가드는 그런 나를 항상 배려해 줬다. 나도 그라운드에서 린가드와 함께 뛸 때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린가드에겐 고마운 마음뿐이다. 린가드가 한국을 떠난다. 이젠 린가드의 팬으로 열렬히 응원하려고 한다. 린가드가 어느 팀으로 향하든 행복하게 축구했으면 좋겠다. 늘 응원하겠다.
Q. 린가드는 K리그 역사상 최고의 경력을 가진 선수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선수다. 린가드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무엇이 가장 다르다고 느꼈나.
멘털이 확실히 남달랐다. 승리욕도 대단했다. 린가드는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나아가고자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린가드는 상황이 어떻든 텐션을 낮추지 않으려고 했다. 린가드는 높은 텐션을 유지하면서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선수다. 린가드는 주변 동료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리더십도 갖췄다. 정말 대단한 선수다.
Q. 조영욱은 서울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큰 사랑을 받으며 뛰어왔다. 군 복무할 때를 제외하곤 서울을 떠난 적이 없다. 올해로 서울과의 계약이 끝나지 않나. 재계약, 이적 가능성이 공존하는 것으로 안다. 조영욱의 거취를 궁금해하는 팬이 많을 것 같은데.
감추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모르겠다. 나도 모른다. 내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부분도 있다. 나는 여전히 서울을 사랑한다. 한편으론 내가 서울에 남는 것이 맞겠느냔 생각도 든다. 마음이 너무 복잡하다. 무엇이라고 명확하게 말하기 어려운 단계다.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팬들에겐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다. 나를 비난한 팬들도 팬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팬들의 비난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내게 관심이 있어서 비난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더 죄송하고 감사한 것 같다.
[상암=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