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윤석화라는 이름이 남긴 것…‘신의 아그네스’ 이후 40년

배우 윤석화는 하나의 작품이나 한 시기로 설명될 수 없는 이름이었다. ‘신의 아그네스’로 시작된 그의 존재감은 40년에 걸쳐 무대와 사람들 사이에 깊게 남았다.

19일 연극계에 따르면 윤석화는 이날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뇌종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남편과 아들, 딸이 상주로 조문객을 맞고 있다.

윤석화를 연극계의 상징으로 만든 출발점은 1982년 초연된 연극 ‘신의 아그네스’였다. 그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 아그네스를 연기하며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연기로 관객과 평단의 시선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당시 침체돼 있던 공연계에서 이 작품은 연일 매진을 기록했고, 윤석화는 단숨에 ‘연극계 최초의 스타 배우’로 자리 잡았다.

배우 윤석화는 하나의 작품이나 한 시기로 설명될 수 없는 이름이었다. 사진=사진 공동취재단
윤석화.사진=연합뉴스 제공

이후 그의 행보는 특정 장르나 틀에 머물지 않았다. 1인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 ‘햄릿’, ‘마스터 클래스’ 등에서 윤석화는 나이와 역할의 한계를 넘어서는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60대에 무대에 올라 오필리아를 연기한 ‘햄릿’은 그의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남았다.

뮤지컬 ‘명성황후’, ‘아가씨와 건달들’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고, 영화와 드라마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며 매체를 가리지 않는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배우에 그치지 않고 제작자, 기획자, 연출자로서 공연예술의 구조 자체를 고민해온 점 역시 윤석화를 특별하게 만든 이유였다.

무대 밖에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돌꽃컴퍼니 설립, 공연예술계 월간지 ‘객석’ 인수, 대학로 소극장 ‘정미소’ 운영까지, 윤석화는 한 배우의 커리어를 넘어 공연 생태계 전반에 흔적을 남겼다.

2022년 악성 뇌종양 수술 이후에도 그는 “하루를 살아도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말로 무대를 향한 마음을 놓지 않았다. 2023년 연극 ‘토카타’에 짧은 우정 출연으로 관객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장면은, 그가 끝까지 배우였음을 보여주는 순간으로 남았다.

‘신의 아그네스’로 시작된 윤석화의 40년은 단순한 연기 경력이 아니라, 한국 공연예술이 지나온 한 시대의 기록이었다. 무대 위에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삶으로 이어온 이름. 윤석화는 그렇게 오래 남는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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