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는 화려했지만 마지막은 조용했다. 1세대 코미디언 故 배삼룡의 말년이 다시 조명되며,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이 왜 비슷한 결말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이는 개인의 잘못을 따지기보다, 준비되지 않았던 구조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다.
18일 MBN ‘특종세상’을 통해 공개된 배삼룡의 말년은 많은 이들에게 씁쓸함을 안겼다. 병원비조차 감당하지 못했고, 장례 역시 경제적 어려움 속에 치러졌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전성기 시절 개인 납세 1위를 기록할 만큼 큰 수입을 올렸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대비는 더욱 컸다.
배삼룡의 아들 배동진은 방송에서 “아버지는 돈을 많이 버셨지만 남겨진 것은 없었다”며 “두 번째, 세 번째 결혼 생활 속에서 재산이 모두 소진됐다”고 털어놨다. 특히 말년에는 재산 관리가 가족 외부로 넘어가며, 정작 치료와 장례를 앞두고는 아무런 대비가 남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인들의 증언 역시 안타까움을 더했다.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경제적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배삼룡이 생전에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점은, 개인사를 넘어 당시 연예계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떠올리게 한다.
배삼룡의 말년이 더욱 씁쓸하게 남는 이유는 단순히 재산의 행방 때문만은 아니다. 그를 지켜줄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그리고 노후를 대비할 구조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큰 질문으로 남는다.
1926년생인 배삼룡은 구봉서, 서영춘과 함께 1세대 코미디언 트로이카로 불리며 한국 슬랩스틱 코미디의 한 축을 이끌었다. ‘웃으면 복이 와요’ 등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준비되지 않은 말년이 있었다.
전성기와 말년의 간극이 유독 크게 느껴지는 배삼룡의 이야기는, 과거 한 인물의 비극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지금의 연예계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스타의 삶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남는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