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보고 싶어요” 엄지원 오열했지만…KBS 연기대상, 올해도 고질병 ‘공동 대상’ 도돌이표

트로피의 무게를 물리적으로 나눈 탓일까, 아니면 떠난 스승을 향한 그리움의 무게 때문일까. 배우 엄지원이 故 이순재를 떠올리며 쏟아낸 오열은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지만, KBS는 올해도 어김없이 ‘공동 대상’ 카드를 꺼내 들며 스스로 최고 권위 상의 가치를 희석시켰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31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열린 ‘2025 KBS 연기대상’의 피날레는 안재욱과 엄지원이 장식했다. 두 사람은 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등을 통해 올 한 해 KBS 드라마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대상 트로피를 나란히 거머쥐었다.

이날 시상식은 축제보다는 ‘추모’의 성격이 짙었다. 작년 대상 수상자이자 불과 한 달 전 영면에 든 故 이순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시상자로 나선 최수종은 “선생님의 수상 소감에서 배우의 품격을 느꼈다. 인기가 아닌 연기로 받는 상이라는 책임감을 갖자”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트로피의 무게를 물리적으로 나눈 탓일까, 아니면 떠난 스승을 향한 그리움의 무게 때문일까.사진=김영구 기자

대상의 영예를 안은 안재욱은 기쁨보다는 뼈아픈 반성을 앞세웠다. 그는 “한창때는 수상이 불발되면 불평불만을 쏟아내기 바빴다. 하지만 지난해 이순재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내 그릇이 작았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라며 “과거의 저는 참 ‘멍청이 배우’ 같았다. 선생님께 직접 상을 받았다면 더 영광이었을 텐데 그립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공동 수상자인 엄지원은 이름이 호명된 순간부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무대에 오른 그는 “미치겠다”며 울먹이다 결국 오열했다. 엄지원은 “2002년 데뷔작에서 故 여운계 선생님을, 2012년 ‘무자식 상팔자’에서 이순재 선생님을 만났다”며 “두 분은 제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자 너무나 큰 스승이셨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라고 소감을 전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두 배우의 진정성 있는 눈물과 소감은 뭉클함을 자아냈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시상식이 끝난 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공동 대상이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KBS는 그간 유독 공동 수상을 남발하며 ‘참가상’, ‘개근상’ 논란을 빚어왔다. 올해 역시 안재욱과 엄지원 두 사람에게 대상을 공동 수여함으로써, 치열했던 경쟁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상의 희소성을 낮췄다는 지적이다. ‘챙겨주기 식’ 시상이 반복되면서, 배우가 흘린 눈물의 진정성마저 기계적인 ‘나눠 먹기’ 관행에 묻히는 모양새다.

고인을 향한 존경과 추모로 채워진 2025년의 마지막 밤이었지만, ‘단독 대상’을 배출하지 못한 KBS의 결단력 부족은 옥에 티로 남았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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