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감독이 이제 수원삼성의 비상을 이끈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수원행을 선택한 이유와 함께 앞으로 그려나갈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2일 수원시 권선구 도이치오토월드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K리그2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수원은 명가재건을 위해 제11대 감독으로 이 감독을 선임했다. 이 감독은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며 광주FC와 결별했다. 다수의 팀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이 감독의 의견을 수용한 수원과 손을 잡게 됐다.
4시즌 동안 광주에서 지도력을 입증한 이 감독은 수원의 승격과 함께 그 이상을 바라보고자 한다. 12명에 달하는 사단을 꾸려 함께 수원 재건 작업에 나선다. 취임 기자회견에도 마철준 수석코치, 조용태 코치, 신정환 골키퍼코치, 김경도 피지컬코치, 박원교 분석코치가 함께 자리했다.
어색한 표정으로 취임 기자회견장에 입장한 이 감독은 강우영 수원삼성 대표의 축하를 받았고, 2026시즌 새 유니폼을 들어 올리며, 본격적인 ‘이정효 수원 체제’를 알렸다.
이 감독은 “수원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팀이다. 저를 선택해 줘서 큰 영광”이라며 “취임식 자리에서 큰 감독을 받았다. 이를 준비해 준 수원 구단 직원분들한테 너무 감사하다. 저와 함께 일하는 코칭스태프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줬다. 그만큼 따뜻하게 맞이해준 강우영 대표님이 있었기에 우리 팀이 수원에 올 수 있었다. 수원이 원하는 큰 목표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 다음은 이정효 제11대 수원삼성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 일문일답.
- 지금까지 바라본 수원은 어떤 팀이었는가.
수원을 잘 보지는 못했다. 그동안 제가 처해 있는 상황, 제가 하고자 하는 축구에 집중하느라 바빴다. 볼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승강 플레이오프는 유심히 지켜봤다. 축구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제가 인상 깊게 봤던 장면은 하나 있다. 실점 후 경기를 풀어가는 것보다는 선수들의 마인드, 프로 의식이 저와 다른 것 같았다. 그 부분에 있어서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미팅을 통해 바꿔가고 싶다.
- 수원의 진정성 때문에 지휘봉을 잡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가.
오늘 구단에서 우리 코칭스태프를 한 명 한 명 호명하고 존중해 주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강우영 대표님이 저와 우리 코칭스태프를 얼마나 원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따뜻하게 맞이해 줬는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 같다. 너무나 큰 존중을 표해줘서 마음이 움직였다. 오늘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섞이면 안 된다’는 문구를 봤다. 하지만 스포츠는 사람의 감정이 정말 많이 좌우된다. 스포츠는 사람이 하는 운동이다. 강우영 대표님이 우리 사단을 얼마나 원했고 예의를 표해줬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수원으로 향한 이유다.
- 선수단에 가장 처음 강조한 부분은.
‘우리는 하나다’라고 말했다. 축구에 대한 부분을 짧게 이야기했다. 하나가 돼서 골을 넣고 막는 것에 대해서다. 결국 우리가 하나가 돼야 한다. 그리고 아침에 만나서 인사하는 방법에 대해서 강조했다. 인사하는 방법은 주먹을 맞닿는 것. 간단한 스킨십을 하면서 짧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 눈을 맞춰 서로의 안부를 물어본다. 이 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 다수의 1부 팀 제안을 뿌리치고 수원을 선택한 이유는.
저한테 1부와 2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정효를 원했고 캐릭터를 존중해 줬는지를 먼저 봤다. 수원은 저의 인터뷰, 선수 지도 과정에 대한 선입견 없이 이정효라는 사람을 원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있게 됐다.
- 수원은 삼성이라는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최근 10여 년 동안 투자를 크게 줄여왔다. 강우영 대표로부터 명가 재건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는가.
제가 하기 나름이다. 얼마나 좋은 성과를 만들고 어떤 축구를 하는지 보여준다면 투자는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해서 선수 영입 과정에 놓여 있다. 방병식 실장님, 서형진 팀장님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선수 영입에 있어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상당히 크다.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나게 해볼 생각이다.
- 선임 발표 이후 10일 동안 여유가 있었다. 그 사이 어떻게 보냈는가.
전화기를 많이 들고 있었다. 컴퓨터를 켜고 일을 했다. 선수 영입 건, 선수 가상 스쿼드를 짠다고 코칭스태프와 매일 소통했다. 방병식 실장님, 서형진 팀장님과 전화를 통해 많이 소통했다. 바쁜 게 당연하다. 그래야 시즌이 여유로울 것 같다.
-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전술가들에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다. 수원 부임 후 광주 시절과 비교해 이정효의 축구가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가.
선수가 좋고 나쁘고에 연연하지 않는다. 팬 입장에서 봤을 때 조금 더 퀄리티가 좋은 축구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일 것 같다. 제가 구단에 무리하게 무언가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구단과 소통하면서 나아가는 편이다. 기존 수원에 어린 선수들 중에는 좋은 재능을 가진 선수가 많다.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훈련이 중요하다. 질 좋은 훈련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영입을 요청했고 일정 부분 확정됐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목표가 크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가.
K리그2도 그렇고 K리그1도 마찬가지로 목표는 같을 것이다. 우승하기 위해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잘 모르는 분들이 있다. 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너무 거창하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승이든 챔피언스리그든 클럽월드컵 진출이든 과정이 먼저다. 올해 가장 큰 목표는 2026시즌 개막전 결과다.
- 큰 목표까지 향하는 데 타임라인이 있는가.
당연히 계획을 짰다. 우리 팀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조금은 돌아갈 것 같다. 하지만 그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달려가겠다. 그 기간 동안 저와 우리 팀,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 수원삼성이라는 팀, 저와 스태프들, 선수들이 더 큰 무대를 경험하면서 점진적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 광주 감독이 됐을 당시와 지금의 이정효는 무엇이 다른가.
처음 감독이 됐을 때는 이렇게 많은 기자가 오지 않았고 많은 관심도 받지 않았다. 지금은 4년이 지났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제가 하는 축구와 말에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 지금 저에게 보여주고 있는 많은 관심과 집중을 어떻게 우리 선수들에게 가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
- 선수들과 나눈 대화 중 인상적인 부분이 있는지.
축구적인 부분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 선수들과 차근차근 알아가자고 말했다. 부담되지 않는다. 그저 개막전에서 어떻게 축구를 하고 결과를 가져오고 팬들을 만족시킬지 생각 중이다. 부담 가질 시간이 많지 않다. 수원은 가장 큰 팬덤을 가진 팀이다.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 부담감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 없다.
- 수원 팬들이 이제 같은 편이 됐다. 어떻게 바라보는가.
제 와이프가 수원 팬들의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해서 지난해 간 적이 있다. 정말 열정이 넘치는 팬들이다. 팬들이 경기장에 찾아와 주실 것이다. 많은 응원도, 질타도 필요할 것 같다. 응원이든 질타든 우리 축구를 보고 많은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다.
- 광주 시절 ‘광주다움’이라는 말로 축구를 재정의했다. 수원에서는 ‘수원다움’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그동안 제가 해왔던 대로 축구를 할 예정이다. 이번에 영국을 다녀온 뒤 느낀 점이 있다. 조금 더 업그레이드해서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선수들과 잘 소통하면서 축구한다면 이전보다 박진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 취임 기자회견에서 코치진과 동행했다. 광주에서만 12명의 팀원을 데려왔다. 사단이 함께 움직여야 했던 이유와 역할은 무엇인가.
2022년 처음 감독을 시작했을 때 미래가 정해지지 않은 초보 감독과 함께했던 사람들이다. 정말 힘들게 저와 같이 시즌을 보내고 싸워왔다. 이분들이 없었으면 제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어느 팀을 맡더라도 우리 코칭스태프와 함께한다면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각자 역할을 잘 알고 있고 주어진 계획과 목표에 확실한 사람들이다. 경험과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 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축구를 구현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 축구 인생에서 두 번째 도전이다. 본인 스스로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난해 코리아컵 결승 후 이광용 아나운서에게 축구에만 더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외적인 부분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제 축구 인생에서 축구 외적인 부분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오늘 기자회견 이후로 저는 더욱 축구에만 집중해야만 한다.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수원 팬들이 있다. 기자분들이 제가 연락을 받지 않더라도 기분 나빠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 수원의 최대 라이벌은 어디인가.
우리 팬들과 서포터다. 많이 오셔서 큰 응원과 에너지를 보내주신다. 저는 좋지만 일부 선수들이 부담감을 느끼는 듯하다. 우리 선수들이 이를 이겨내야 할 것 같다.
- 4년 동안 ‘비주류의 희망’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제는 주류로 올라왔다고 생각하는가. 또 제2의 이정효를 꿈꾸는 지도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사명감이 있다. 제가 안 되길 바라는 분들이 많다. 광주에 있었고 지금은 수원이라는 명문 구단에 왔기 때문이다. 더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더 그렇게 봐주시면 좋겠다. 하나하나 무너뜨리고 깨부시면서 전진하고 싶다. 제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많은 아마추어 지도자, 능력 있는 지도자들이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 노력은 누구나 한다. 힘들 때 버티는 사람은 누구도 이기지 못한다. 계속해서 버티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 꼭 버티길 바란다.
- 광주에서 이룬 것 중 가장 화나고 좌절했던 경험이 사우디(ACLE 8강)인 걸로 알고 있다. 이 역시 넘어서고 싶은 마음이 클 것 같은데.
당연히 그리고 있다. 또 한 번 호르헤 헤수스 감독을 만나고 싶다. 알 힐랄에 0-7로 패했다. 선수들이 벽을 느꼈을 것이다. 저도 그랬다. 하지만 다시 경기를 돌이켜 봤다. 그 벽을 넘어서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축구에 대해 계속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다. 끊임없이 버티고 노력하면 저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 같다.
- 전지훈련으로 향한다. 수원을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은가.
어떤 팀을 만들기보다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선수들에게 계속 강조하고 있다. 결과만 생각한다면 선수들이 나태해질 것 같다. 그래서 훈련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싶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알아서 잘한다.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알아서 잘한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잘하는 선수는 잘 알려주면 잘한다. 잘할 수 있도록 방법을 계속해서 알려주면 된다.
- 선수 영입을 언급했다. 유력 후보들도 이름이 나오고 있다. 힌트를 줄 수 있는가.
선수 이적과 관련해서는 구단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제가 계속 바라보고 있는 선수는 멀티 플레이어다. 찾고 있는 포지션은 센터백, 골키퍼, 공격형 미드필더를 볼 수 있는 윙포워드다.
- 워낙 어록이 많다. 올 시즌 각오를 사자성어나 관용어로 표현해 준다면.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다. 오기 전에 와이프가 해준 말이다. 오늘도 인터뷰 실수할까 봐 해준 것 같다. ‘이청득심’이다. 많이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는 말이다. 앞으로 제 인생에 밝은 빛을 줄 것 같다.
- 영국 출국 전에 현지 감독을 보러 간다고 했다. 어떤 감독이 인상적이었는가.
철학이 뚜렷한 감독을 좋아한다. 지금 프리미어리그에서 트렌드가 하나 있다. 설명할 수 없지만 첼시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봤다. 첼시가 구현할 수 있는 플레이를 수원 선수들에게 요구할 수 있을지도 고민됐다. 1부터 5까지 놓고 봤을 때 첼시가 5라면 수원은 4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번 만들어 보겠다.
- 이정효 감독에게 축구란 무엇인가. 축구로 인해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가.
제가 감독을 하고 있는 이유를 물어보면 저는 이름이 유명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못하는 선수도 아니었다. 항상 2%, 5% 부족했다. 그래서 내가 가르치는 선수들에게는 그 2%, 5%를 더해주고 싶다.
또 방어적인 인생보다는 도전적인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제 축구에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유소년 선수들은 실수를 많이 해야 경험을 쌓고 실력이 는다. 실수를 권장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실수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항상 안전하고 방어적인 태도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 휴대전화를 비롯해 사용 중인 기기가 타 사 제품이다.
당연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부터 홍보를 해야 그룹에서도 많은 투자를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잘한다면 많은 투자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원=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