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코트 위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삼척시청의 이연경이 오랜 기다림 끝에 통산 1,000골을 돌파하며 여자 핸드볼 리그 역사상 역대 5번째 ‘1,000골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연경은 지난 16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열린 신한 SOL Bank 25-26 핸드볼 H리그 여자부 1라운드 SK슈가글라이더즈와의 경기에서 개인 통산 1,000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992골에서 멈췄던 기록은 약 1년의 시간과 부상 공백을 지나 이번 시즌 초반에야 완성됐다.
의외로 기록의 순간은 담담했다. 이연경은 “지난 시즌 부상 때문에 늦어지긴 했는데, 1000골을 넣고도 사실 잘 몰랐다”며 “돌이켜보면 많이 못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1,000골이 됐더라. 정말 뜻깊고 감사한 기록”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시즌은 작년에 못 했던 걸 다 발휘하고 싶다. 골보다는 팀에 더 도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3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달성한 1,000골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20대 초반의 후보 시절과 일본 리그 진출, 그리고 지난 시즌을 통째로 쉬게 했던 부상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었기 때문이다. 이연경은 “부상으로 한 시즌을 쉬어보니 뛰고 있는 선수들이 너무 부러웠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대표팀과 팀에서 뛸 수 있다는 것에 하루하루 감사하며 열정이 다시 살아났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간절함은 이번 시즌 삼척시청으로의 이적과 함께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증명되고 있다. 개막 후 4경기 만에 21골을 몰아치며 득점 랭킹 6위에 올랐고, 삼척의 ‘중거리 슛 부재’를 단숨에 해결했다. 박새영 골키퍼가 “연경 언니의 슛을 보면 속이 뻥 뚫린다”고 극찬할 정도다.
이연경은 적지 않은 나이와 부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량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아직 제가 원하는 퍼포먼스를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만족하면 더 이상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나이가 든 티를 안 내려고, 할 수 있는 한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상 이후 오히려 더 단단해진 태도다.
평소 기록이나 개인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이연경은 1,000골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자체에 감사함을 표했다. 지난 시즌 많은 나이에 부상을 입었기에 자칫 1,000골 기록을 앞두고 코트를 떠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삼척시청 유니폼을 입은 선택은 기록보다는 ‘마무리’를 향한 고민의 결과였다. 부상과 나이를 동시에 마주한 상황에서 이연경은 “어느 팀에서 가장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시기에 좋은 제안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계청 감독의 신뢰에 대해 “다친 선수, 나이 든 선수를 불러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큰 용기를 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팀 내에서 이연경의 존재감은 단순히 한 포지션을 책임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는 지난 2023/24시즌 경남개발공사로 이적하면서 만년 하위 팀을 리그 준우승 팀으로 이끌었고, 첫 전국체육대회 우승까지 견인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삼척시청 역시 2년 연속 준우승에서 벗어나 우승을 목표로 이연경을 영입했다. 이에 대해 이연경은 “이미 팀에 뛰어난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부담을 안 가지려고 삼척에 왔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연경의 시선은 이제 기록 너머를 향한다. 개인 목표는 이미 내려놓았지만, 팀 목표는 분명하다. “챔프전은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역할을 해줘야 챔프전에서도 비등비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며 “팀이 원하는 걸 해내는 게 제 목표”라고 강조했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의 기대 속에서 스스로에게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1,000골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은 이연경.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기록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상을 딛고 다시 코트에 선 해결사는 이제 삼척시청의 우승을 향해,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핸드볼’을 향해 다시 달리고 있다.
< 이연경 프로필 >
1991. 10. 02.
황지초등학교-황지여자중학교-황지정보산업고등학교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2016 베스트7, 20-21 챔피언전 MVP, 베스트7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은메달
2024 아시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25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사진 제공=한국핸드볼연맹>
[김용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