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엽이 아내 고(故) 서희원을 향한 1년의 시간을 ‘조각’으로 남겼다. 단순한 추모를 넘어, 사랑과 기억, 방향과 약속까지 모두 담긴 하나의 세계였다.
2일 구준엽은 자신의 SNS를 통해 서희원의 추모 조각상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과 손편지를 공개했다. 서희원이 세상을 떠난 지 약 1년 만에 전한 근황이었다.
영상 속 구준엽은 초기 스케치 단계부터 전체 디자인,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조각상에 혼을 불어넣는 모습이었다. 조형물 제작 현장에서는 실제로 조각을 다듬고 구조를 점검하는 모습도 포착돼, ‘제작자’이자 ‘남편’으로서의 시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해당 조각상은 대만 신베이시 진산구 금보산(진바오산) 추모공원 비림 명인 구역에 설치됐다. 2일 오후 2시 15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제막식이 엄숙하게 진행됐고, 유가족과 지인들이 함께 고인을 기렸다.
공개된 조각상은 흰색의 서희원 형상 중심으로, 하나의 ‘갤럭시’를 이루는 구조다. 서희원은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은 채 눈을 살짝 감고 서 있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긴 머리와 머리 위 리본 장식, 바람에 스치는 듯한 주름의 롱스커트는 생전의 소녀 같은 분위기를 섬세하게 구현했다. 표정은 과장 없이 평온했고, 옅은 미소는 고요한 여운을 남겼다.
조각상 주변에는 원형 구조물이 설치돼 있으며, 그 안에 9개의 큐브가 배치됐다. 이는 태양을 포함한 9개의 행성을 의미한다. 구준엽은 영상에서 “서희원은 자신을 ‘외계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말하곤 했다”며 “시원이만의 갤럭시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희원은 숫자 9를 자신의 행운의 숫자처럼 여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요소는 조각상 옆에 설치된 거울 큐브다. 이는 서희원이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배치된 장치로, 조형물 일부가 주변 풍경과 서희원의 모습을 함께 비추도록 설계됐다. 조각상이 일방적인 추모의 대상이 아니라, 여전히 ‘존재하고 바라보는 존재’임을 상징하는 장치로 읽힌다.
조각상이 바라보는 방향 역시 의미를 품고 있다. 서희원이 향하고 있는 각도는 남쪽 약 208도다. 208도 방향에는 타이베이가 위치해 있으며, 그곳에는 서희원의 가족들과 구준엽의 삶이 있다. 동시에 208은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인 2월 8일을 의미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공간과 숫자, 기억이 하나로 맞물린 설계였다.
조각상 앞으로 이어진 9개의 계단 역시 갤럭시 구조의 일부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서희원의 조각상과 마주하게 되는 동선은,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시간과 마음을 상징하는 듯했다.
제막식 현장에서는 깊은 침묵과 울음이 교차했다. 분홍색 천이 걷히자 자연스럽게 박수가 이어졌고, 이내 고요가 흘렀다. 서희원의 어머니는 조각상 앞에 다가가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두 차례 조각상에 이마를 대고 묵념했다. 이후 조각상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고, 이를 본 구준엽은 조용히 다가가 어머니를 깊게 안았다. 두 사람은 우산 아래에서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비를 맞았다. 현지 매체는 이 장면을 두고 “안개처럼 번지는 빗속에서 애잔함이 극대화된 순간”이라고 전했다.
구준엽은 영상 말미에서 “시원이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됐다. 하지만 항상 곁에 머물러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조각을 만들었다”며 “오늘 이 자리에 와준 모든 분들께 희원이의 남편으로서 감사드린다”고 눈물로 인사를 전했다.
함께 공개된 손편지에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사랑이 담겼다. “춥진 않을지, 덥진 않을지 오빠는 언제나 걱정이다”, “우리 다음에 만나면 영원히 같이 있자”는 문장은, 조각상보다 더 조용히 마음을 울렸다.
조각상에 거울까지 더해 완성된 서희원만의 ‘갤럭시’. 그 중심에는 여전히 같은 방향, 208도를 향해 서 있는 사랑이 있었다. 구준엽의 1년은 그렇게 눈물과 손길로, 하나의 세계가 됐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