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고전을 딛고 또 한 번 성과를 냈다. 분명한 저력을 보여줬다. 단 과제도 명확하다.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이야기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7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쉴 틈없이 달려온 대회는 23일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에서 열린 페회식을 끝으로 17일 간의 열전을 마쳤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하며 종합 13위에 위치했다. 2022 베이징 대회(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14위)의 성적을 뛰어넘었으나 아쉽게 종합 순위 ‘톱10’ 진입은 이루지 못했다.
무엇보다 ‘전통의 효자종목’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에서도 빛났다. 지난해 무리한 지도자 교체 시도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이번 대회를 준비했고, 캐나다, 네덜란드 등 외국팀들의 전력 상승으로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지만,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휩쓰는 등 확실한 결과를 냈다.
시작은 좋지 못했다. 대회 첫 메달 종목이었던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에서 김길리가 커린 스토더드(미국)에게 걸려 넘어지는 불운으로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다행히 곧 반등한 한국이다. 남자 1000m에서 막내 임종언이 동메달, 남자 1500m에서 황대헌이 은메달, 여자 1000m에서 김길리가 동메달을 따며 분위기를 뒤집었다. 이후 여자 3000m 계주에서는 기적의 역전 레이스를 펼치며 마침내 금메달과 마주했다. 특히 2018 평창 대회 고의 충돌 의혹으로 사이가 멀어졌던 최민정과 심석희가 힘을 합친 장면은 큰 울림을 남기기도 했다.
끝까지 좋았다. 마지막날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수확했으며, 여자 1500m에서는 김길리, 최민정이 각각 금메달,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4년생으로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막내 김길리의 존재감이 컸던 대회였다.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로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유일의 2관왕이 됐다.
앞선 두 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획득했던 ‘여제’ 최민정의 ‘라스트 댄스’도 아름다웠다.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보태 통산 7번째 메달을 목에 걸며 진종오(사격), 김수녕(양궁), 이승훈(스피드스케이팅·이상 6개)을 넘어 동·하계 올림픽 한국인 최다 메달 신기록을 세웠다. 통산 금메달 4개로 전이경과 함께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 공동 1위이기도 하다.
모든 목표를 다 이룬 최민정은 밀라노에서의 여정을 마친 뒤 올림픽 은퇴를 선언했다.
이처럼 밀라노에서 제 몫을 해낸 쇼트트랙이지만, 과제도 명확하다. 한국은 마지막 날 김길리가 여자 1500m 정상에 서기 전까지 개인전에서 단 한 명도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세계 최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경쟁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아울러 초반 여유롭게 달리다 막판 스퍼트를 발휘하는 한국식 레이스 운영 역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전술적인 변화 및 새로운 훈련법 수용이 필요해 보이는 상황. 더불어 경쟁국들에 비해 선수층이 얇은 한국으로서는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낸 선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만하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