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는 ‘뉴진스’, 손으로는 ‘계산기’…‘오만한’ 민희진의 ‘256억 던지기’ [MK★초점]

“제가 256억 원을 내려놓는 대신,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민형사 소송을 즉각 멈추고 모든 분쟁을 종결하길 제안합니다. 이 제안에는 저 개인뿐만 아니라, 뉴진스 멤버, 외주 파트너사, 전 어도어 직원들은 물론, 이 싸움에 휘말려 상처받은 팬덤을 향한 모든 고소와 고발 종료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민희진 오케이 레코즈 대표가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대금 256억 원 포기를 선언했다. 모든 건 다 ‘뉴진스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단, 조건이 붙었다. 하이브가 430억 원대의 대규모 청구 소송을 비롯해 자신과 뉴진스, 그리고 외주 파트너들까지 모든 소송을 취하하라는 것이다. 손실은 압도적으로 하이브에게 돌리고, 실속과 대의를 모두 챙긴 민희진의 화해 제안은 ‘묘수’일까 ‘꼼수’일까.

민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오후 종로구 모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24년 4월 ‘개저씨’와 ‘맞다이’ 등의 대표적인 어록을 남기며 그글 ‘국힙원탑’으로 만들어주었던 1차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하이브와의 타협을 제시했던 2차 기자회견, 그리고 템퍼링의 주체는 자신이 아닌 뉴진스 멤버의 가족이라고 책임을 돌렸던 3차 기자회견에 이어 어느덧 4차 기자회견이다. 하루 전, 그것도 통상적인 퇴근 시간인 6시까지 불과 30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고 급하게 기자회견 개최 공지를 보내온 표면적인 이유는 1심 소송 결과 및 오케이 레코즈 향후 계획에 대해 직접 밝히기 위해서였다.

민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오후 종로구 모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사진 = 천정환 기자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한 주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승소의 대가로 얻게 될 256억 원을 다른 가치와 바꾸기로 결정했음을 알리기 위해서” 기자회견을 급하게 열었다고 밝힌 민 대표는 “제가 256억 원을 내려놓는 대신,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민형사 소송을 즉각 멈추고 모든 분쟁을 종결하길 제안한다. 이 제안에는 저 개인뿐만 아니라, 뉴진스 멤버, 외주 파트너사, 전 어도어 직원들은 물론, 이 싸움에 휘말려 상처받은 팬덤을 향한 모든 고소와 고발 종료까지 포함돼 있다”고 선언했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 중 가장 절실한 이유로는 역시나 ‘뉴진스’ 멤버를 꼽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민 대표는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뉴진스 템퍼링’을 시도한 주체는 뉴진스 멤버 가족 이모씨라며, 멤버의 가족을 저격했다는 점이다. 뉴진스 멤버의 큰 아버지와 민희진 대표가 나눈 카톡 및 녹취 등을 공개하며, 뉴진스 멤버 가족과의 전면전을 예고했던 민 대표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뉴진스를 위해’를 앞세우고, 하이브의 분쟁 중단을 종용하며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표면적으로는 뉴진스와 지인들을 위해 256억이라는 거액을 포기하는 대인배처럼 보이는 민 대표지만 어딘가 찝찝하다. 그도 그럴 것이 ‘K팝 산업을 위한 대승적 제안’이라고 포장했지만, 막상 그 안을 들여다보면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일종의 ‘포기쇼’의 성격이 강하게 보인다. 5분가량 낭독할 입장문이면 보도자료 혹은 라이브 방송으로 대체해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전날 밤 급하게 취재진을 소환한 민 대표는 자신이 할 말만 하고 홀연히 사라졌고, 이는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얻기 위해 취재진을 이용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지난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받아쓰기만 하면 안 된다”고 호통을 쳤던 민 대표 측이었다. ‘인형’이 되지 말라고 했으면서, 질의응답도 없이 사라진 민 대표 측의 ‘한 입으로 두말하기’는 여론전을 위해 언론을 이용하는 것으로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특히 민 대표는 자신과 주변 지인들에게 걸린 소송을 ‘하이브’라고 묶으며 ‘개인 대 대기업’의 프레임으로 묶어버렸지만, 정작 소송들을 살펴보면 개인과 레이블 간의 갈등이 복잡하게 얽힌 만큼, 256억 원으로 ‘퉁’치기 쉬운 것이 아니다. 당장 아일릿의 소속사 빌리프랩은 민 대표를 상대로 20억 원 규모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며, 르세라핌의 소속사 쏘스뮤직 역시 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빌리프랩은 뉴진스 팬덤 ‘팀 버니즈’를 상대로도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여기에 어도어는 전속계약 분쟁을 일으키고,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그리고 민 대표를 상대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이 뿐 아니라 어도어는 ‘디토’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돌고래유괴단(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1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최근 1심에서 10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으며, 어도어 전 직원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형사 소송을 제외하고서도 민사만 470억 원이 넘는 상황에서 ‘내가 가진 256억을 포기할 테니 하이브도 다 포기해’라는 민 대표의 제안은 아무리 봐도 철저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나온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기자회견을 하기 하루 전인 24일 하이브가 1심이 판결한 255억원에 대한 가집행을 멈춰달라는 취지로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했으며 법원에서 인용된 된 바 있다. 하이브가 항소를 한 만큼, 2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256억을 지급할 이유가 없는 데다, 이미 받은 것도 아닌 돈을 놓고 ‘화해를 받으면 손해, 안 받으면 비난’의 구조로 상대를 압박하면서 ‘화합’을 종용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민 대표는 스스로 “템퍼링이 허상이었음이 밝혀졌다”고 하지만, 정작 해소되지 못한 의혹들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정말로 민 대표 본인이 ‘뉴진스 이탈’에 책임이 없으면 오히려 법적으로 가려서 명백함을 밝히는 것이 그의 명예 회복에 유리하다. 하지만 정작 그는 ‘뉴진스’를 앞세우며 ‘소를 취하하라’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4차 기자회견을 조금만 뜯어봐도 찝찝한 요소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옴에도, 민 대표는 ‘256억 포기’ 카드로 여전히 많은 이들의 눈을 가린 채 현실을 호도한다.

대의명분은 그럴듯하고 포장은 화려하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안으로 옮기면 그 속은 비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희진은 확실히 영리한 크리에이터다. 본질적인 결핍을 감추고 감각적인 오브제를 덧씌워 ‘명품’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 그것이 그의 전매특허니까. 이번 기자회견 역시 그가 그동안 보여준 결과물과 궤를 같이한다. 진실 규명이 아닌, 대중의 감성을 공략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또 하나의 ‘크리에이티브’일 뿐이다. 무려 256억 원을 소품으로 사용한.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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