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에서 뛸 때는 피부가 지금보다는 괜찮았다. 미국에 와서 너무 많이 탔다.”
‘피부가 좋다는 칭찬이 많다’는 기자의 칭찬에 김혜성은 자기 얼굴을 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LA다저스 내야수 겸 외야수 김혜성은 이번 스프링캠프 고운 피부로 화제가 됐다. 구단 주관 방송사 인터뷰 도중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여기자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하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숙이며 “야구를 잘해야 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스스로를 낮췄지만, 이번 스프링캠프 김혜성은 ‘야구를 잘하는 선수’다. 대표팀 합류전까지 4경기에서 13타수 6안타 기록했다. 27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홈경기에서는 마지막 타석에서 우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현재 공석인 주전 2루 자리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가운데 대표팀으로 향한다.
그는 “아무래도 작년에 비해 편해진 것이 도움이 되는 거 같다. 타격에서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는 거 같아 다행”이라며 지난해보다 나아진 모습에 대해 말했다.
지난해 다저스와 계약,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혜성은 타격 동작에서 하체에 변화를 줬다. 레그킥을 버리고 토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바꾼 것의 연장선으로 구단에서 알려준 문제점을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이전에도 한국이나 일본에서 뛰던 타자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마다 레그킥을 놓고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강정호처럼 레그킥을 고수하며 성공을 거둔 경우도 있지만, 김혜성의 다저스 동료 오타니 쇼헤이처럼 레그킥을 버린 경우도 있다. 김혜성은 후자를 택했다.
어찌 됐든 자신이 오랜 시간 사용한 방법을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 그는 이와 관련해 “다른 분들은 레그킥을 워낙 잘했으니 바꾸기 힘들었던 것이고, 나는 레그킥을 잘 못했기에 수월하게 바꿀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성은 좋은 타격감과 함께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표팀 공식 평가전이 열리는 오사카에서 팀에 합류, 공식 평가전을 치른 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일정에 참가한다.
지난 대회에서 팀의 탈락을 막지 못했던 그는 “지난 대회에 경기를 많이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결과도 안 좋았다. 선수로서 아쉬운 마음이 컸다”며 3년 전을 떠올렸다.
이어 “이번 대회 내가 얼마나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가서 뛸 수 있다면 꼭 열심히 해서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 (토너먼트가 열리는) 마이애미에 가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3년 전 김혜성은 김하성과 토미 에드먼에게 기회를 내줬지만, 이번 대회는 김하성과 에드먼 모두 부상으로 나오지 못한다. 김혜성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와 함께 대표팀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어떻게든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며 “잘 준비해서 최대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하겠다”며 대표팀으로서 책임감을 전했다.
대표팀 주장 이정후의 존재는 든든하기만 하다. “너무 듬직하다”며 말을 이은 그는 “좋은 선수고, 최고의 선수다. (이)정후가 야구할 때 리더십이 좋은 선수다. 대표팀에 어린 선수들도 많아졌는데 어린 친구들과 위에 선배들 잘 조화를 이뤄서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키움히어로즈 시절 동료에 대해 말했다.
오랜만에 같은 한국말을 쓰는 선수들과 함께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16시간이 차이 나는 시차는 적응이 고민이다.
그는 “타격감은 솔직히 오락가락하는 것이 있기에 어쩔 수 없다. 진짜 걱정되는 것은 시차”라며 일본 도착 후 시차 적응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김혜성은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수 차례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다. ‘일주일 만에 오는 거냐?’라는 짓궂은 인사에는 웃으며 “투 윅스(Two weeks)”라고 직접 영어로 답하기도 했다.
“많이 부족하지만, 팀원들이 영어가 부족한 것을 이해하고 있다. 내가 부족하게 말해도 잘 이해해주고 있다”고 밝힌 그는 “영어 공부는 하고 있는데 머리가 좋지 않아 늘지 않고 있다”며 웃었다.
미국에서 보낸 두 번째 시즌, 확실히 분위기에 녹아든 모습이다. 3년 전보다 조금 더 큰 무대에서 더 큰 선수가 된 그는 이번 WBC에서 어떤 드라마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글렌데일(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