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팬덤의 유료 소통 플랫폼이 소속사와 아티스트의 법적 분쟁 앞에서 씁쓸한 한계를 드러냈다. 어도어(ADOR)가 그룹 뉴진스에서 퇴출된 다니엘의 전용 소통 플랫폼 ‘포닝(Phoning)’ 대화 내역을 영구 삭제하기로 하면서다.
3일 어도어는 포닝 공지를 통해 “오는 4월 3일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다니엘의 메시지(Messages) 탭 대화 내역 운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포닝 측은 서비스 재정비를 이유로 들며 한 달의 열람 기간을 부여했지만, 이는 전속계약 해지에 따른 당연한 행정적 수순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아티스트와 유대감을 쌓아온 주체인 팬들의 상실감이 철저히 배제된다는 점이다.
다니엘의 포닝 기록 삭제는 벼랑 끝으로 치달은 양측의 법적 갈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앞서 뉴진스는 지난해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이 파탄 사유가 전무하다며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것. 이후 하니, 해린, 혜인은 어도어 복귀를 확정 지었고 민지는 논의 중이다. 반면 독자 행보를 고수한 다니엘은 지난해 12월 29일 자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고, 어도어로부터 무려 431억 원 규모의 위약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냉혹한 법적 다툼 속에서도 다니엘은 지난 1월 자신의 계정을 통해 “민지, 하니, 해린, 혜인은 나의 두 번째 가족”이라며 “같이 행동할 시간이 어긋났지만 우리를 갈라놓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애틋한 진심을 전한 바 있다.
다니엘의 메시지는 4월 3일이면 서버에서 완전히 삭제된다. 천문학적인 소송전과 소속사의 흔적 지우기 속에서, 결국 파편화된 그룹의 현실을 지켜보며 그간의 추억마저 강제로 압수당하게 된 것은 팬덤 ‘버니즈’다. 플랫폼에 종속된 K팝 팬덤의 기억이 얼마나 쉽게 휘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선례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