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못 받고, 시합 못 나가더라도 우승만 할 수 있다면 거기에 도움을 주고 싶다”
개인 성적보다는 LG 트윈스의 선전이 먼저였다. ‘슈퍼 유틸리티’ 천성호의 이야기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는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이범호 감독의 KIA 타이거즈를 2-1로 물리쳤다.
7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천성호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결정적인 순간 클러치 능력을 뽐내며 LG 승리에 힘을 보탰다.
초반부터 천성호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아갔다. LG가 0-1로 뒤지던 2회말 1사 1, 3루에서 상대 선발투수 우완 김태형의 2구 126km 스위퍼를 공략해 1타점 우전 적시타를 쳤다. 이후 4회말 볼넷, 6회말 유격수 땅볼, 8회말 중견수 플라이를 기록하며 최종 성적은 3타수 1안타 1타점이 됐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천성호가 빠르게 따라 붙을 수 있는 동점 적시타를 쳤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천성호는 “항상 언제 나갈지 모르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긴장한다기 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하려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타격감은) 연습할 때부터 계속 좋았다. 그것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운도 따르며 좋은 타구들이 나오다 보니 볼도 잘 골라졌다. 자신감이 커져 방망이도 더 잘 나왔다”고 덧붙였다.
KIA는 8회말 2사 2루에서 천성호의 앞 타자 문성주가 나오자 자동 고의4구를 지시했다. 이후 타석에 등장한 천성호는 초구에 매섭게 배트를 돌렸으나, 아쉽게 중견수 플라이에 그쳤다.
천성호는 “초구부터 (문성주 선수에게 자동 고의4구를) 할 줄 알았다. 안 하시길래 투볼이나 원볼 됐을 때 하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투볼 되자마자 그냥 걸어가고 있더라. 제 앞에서 고의사구는 처음인 것 같았다. 안타를 너무 치고 싶어서 그런지 힘이 많이 들어갔다.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내일을 준비할 것”이라고 배시시 웃었다.
2020년 2차 2라운드 전체 12번으로 KT위즈에 지명된 천성호는 우투좌타 유틸리티 자원이다. 지난 시즌 중반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이적했으며, 통산 269경기에서 타율 0.266(523타수 139안타) 2홈런 40타점 1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75를 적어냈다.
특히 LG에서 활약이 좋았다. 중요한 순간 날카로운 컨택 능력을 뽐냈으며, 안정적인 수비로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런 천성호를 앞세운 LG는 지난해 V4의 위업을 달성했다.
올해에도 상승세는 계속되는 모양새다. 타격감을 유지하기 어려운 백업 자원임에도 이날 동점 적시타를 작렬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천성호는 “지금 (문)보경이가 아파 지명타자를 치고 있어서 시합을 나간다. 보경이가 다 나으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똑같이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이날 승리로 2연승을 달린 LG는 2승 3패를 기록, 개막 3연패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그는 “원래 LG가 3연패 한다고 무너지는 팀이 아니라 생각했다. 한 시즌 치르다보면 무조건 3연패를 하는 날이 온다. 그것을 하고 시작했다는 생각이다. (박)해민이 형이 말했다시피 4월 시작했으니 우리는 다시 올라갈 수 있다. 그것만 믿고 했던 게 조금이나마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해민 형이) 3연패 한 뒤 단톡방에 ‘우리 3연패 했지만, 3연패 하고도 우승할 수 있다. 작년에도 7연승으로 시작했지만, 끝날 때쯤 타이브레이커까지 갈 뻔하지 않았냐’ 이야기하셨다. ‘절대 우리는 지지 않는 팀’이라고 말씀하셨다. 팀에 좋은 메시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부터 KBO는 수비상에 유틸리티 부문을 추가했다. 활약이 계속될 경우 천성호도 노려볼 수 있을 터. 하지만 그는 개인적인 상 욕심보다는 LG의 우승이 우선이었다.
천성호는 “상 욕심보다는 팀 우승”이라며 “상 못 받고, 시합 못 나가더라도 우승만 할 수 있다면 거기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