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디종(JDA Bourgogne Dijon Handball)이 역사에 남을 대역전극을 완성하며 유러피언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디종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안방인 프랑스 디종의 Palais des Sports JM Geoffroy에서 열린 2025/26 EHF(유럽핸드볼연맹) 여자 핸드볼 유러피언리그 결승전에서 독일의 튀링어 HC(Thüringer HC)를 29-25로 제압했다.
디종은 전반 한때 9점 차까지 뒤지며 패색이 짙었으나, 후반전 동안 믿기 힘든 공세를 퍼부으며 경기 종료 5분을 남겨두고 오히려 리드를 잡는 대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로써 디종은 구단 역사상 최초로 유럽 무대 정상에 올랐고,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튀링어의 대회 2연패 도전을 극적으로 저지했다.
전반은 디종의 공격을 완벽히 틀어막은 튀링어가 15-6으로 크게 앞선 채 마쳤으나, 최종 스코어는 디종의 4점 차 승리였다. 디종의 니나 뒤리(Nina Dury)가 9득점(10시도)을 기록하며 대역전극의 선봉에 섰고, 튀링어는 요한나 라이헤르트(Johanna Reichert)가 8득점(13시도)을 올리며 분전했다.
경기는 초반부터 튀링어의 압도적인 흐름으로 흘러갔다. 튀링어는 디종의 실책을 틈타 무서운 속공을 퍼부으며 4-1 리드를 잡았다. 디종의 실책은 이후에도 계속되었고, 여기에 튀링어의 골키퍼 라우라 쿠스케(Laura Kuske)의 연이은 신들린 선방까지 더해지며 디종은 전반 17분 동안 단 2득점에 묶였다.
특히 전반 6분부터 17분까지 약 11분간은 아예 무득점 침묵에 빠졌다. 튀링어는 전반 10분 아이자와 나츠키(Natsuki Aizawa)의 첫 골을 시작으로 격차를 9점 차까지 벌렸고 이 흐름을 전반 종료 때까지 유지했다. 전반전 디종이 기록한 6득점은 역대 여자 유러피언리그 파이널 역사상 전반전 최소 득점 타이(블롬베르크 리페와 동률)를 기록할 만큼 디종의 완패가 예상되던 전반전이었다.
그러나 후반전 시작과 함께 홈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디종이 완전히 다른 팀으로 탈바꿈했다. 디종은 수비와 공격에서 강한 압박을 시도하며 튀링어를 쫓아가기 시작했고, 골키퍼 마누엘라 도스 레이스(Manuella Dos Reis)의 결정적인 선방들이 터지며 순식간에 16-18, 2점 차까지 턱밑 추격을 개시했다. 디종의 거센 추격에 당황한 튀링어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고, 후반 중반 디종의 니나 뒤리가 마침내 21-21 동점 골을 터뜨리며 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날 승부의 결정적인 분수령은 후반 53분에 찾아왔다. 디종의 골키퍼 마누엘라 도스 레이스가 튀링어의 7미터 드로우를 극적으로 막아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곧바로 아드리아나 홀레조바(Adriana Holejova)가 자신의 5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22-21, 경기 시작 후 처음으로 디종에 리드를 안겼다.
흐름을 완벽히 장악한 디종은 경기 종료 5분을 남겨두고 2점 차로 달아나며 체육관을 가득 메운 홈 관중들을 모두 기립하게 만들었다. 이번 대회 득점왕인 튀링어의 요한나 라이헤르트가 8골을 넣으며 재역전을 노렸으나, 한 번 달아오른 디종의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디종은 니나 뒤리와 아드리아나 홀레조바가 후반에만 무려 14골을 합작하는 폭발력을 선보이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번 시즌 디종에 합류해 이번 파이널 주말 동안 총 15골을 몰아친 아드리아나 홀레조바는 대회 MVP의 영예를 안았다.
디종의 클레망 알카세르(Clement Alcacer) 감독은 유럽핸드볼연맹과의 인터뷰에서 “하프타임 때 선수들에게 우리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저를 믿고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저와 함께하면서 이미 수많은 역전극을 만들어냈던 선수들이기에 우리 팀의 가치와 능력을 확신했다. 선수들과 구단, 그리고 팬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만약 이곳 홈구장(Palais des Sports)이 아니었다면 이런 기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라우라 쿠스케(Laura Kuske) 튀링어 HC 골키퍼는 “체육관 분위기는 정말 대단했다. 결승전에 오르기 전에는 이 파이널 무대에 다시 선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었지만, 눈앞에서 우승 타이틀을 놓친 지금은 당연히 전혀 기쁘지 않다. 다 잡은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내일이면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라고 말했다.
[김용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