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이 전 세계를 집어삼켰다. 공개 단 3일 만에 640만 시청 수를 찍으며 글로벌 비영어권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48개국 톱10 진입이라는 숫자가 증명하듯, 이 작품은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속도감과 쾌감이 폭발하는 ‘확실한 오락물’이다.
하지만 반응은 극단으로 찢어진다. 대중은 열광하며 환호하지만, 위근우 평론가가 작품을 “똥”이라 멸칭하며 맹비난했듯 한쪽에서는 이를 매우 불쾌한 ‘폭력적 문제작’으로 취급한다.
압도적인 흥행 랭킹이 과연 이 작품에 쏟아지는 윤리적 논란까지 덮어줄 수 있을까.
사실 ‘참교육’은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엎어질 뻔한 골칫덩어리였다. 원작 웹툰이 흑인 비하(N단어 사용) 등 끔찍한 인종·성차별적 묘사로 북미에서 퇴출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주연 제의를 받았던 배우 김남길이 두 번이나 대놓고 고사하며 손을 저었을까.
이 아슬아슬한 위기를 멱살 잡고 하드캐리한 건 결국 주연 김무열이다. 제작진과 김무열은 원작의 혐오 코드를 싹 다 도려냈고, 특유의 살벌하고 묵직한 액션으로 논란의 입을 틀어막았다. 미국 포브스는 그의 액션을 할리우드 영화 ‘존 윅’에 비벼대며 “서구권이 놓친 차세대 액션 스타”라 치켜세웠고, 심지어 할리우드 스타 존 시나가 직접 자신의 SNS에 김무열을 ‘샤라웃’하며 전 세계구급 어그로를 끄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독을 뺐다고 해서 이 드라마의 뼈대인 ‘사적 제재’의 위험성까지 날아간 건 아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법 대신 주먹을 택한 이유
대중이 이토록 무식하고 극단적인 폭력 서사에 환장하는 이유는 뻔하다. 서이초 비극, 대치동 마약 음료, 촉법소년 범죄 등 뉴스를 볼 때마다 피꺼솟(피가 거꾸로 솟는)하게 만들었던 씁쓸한 현실을 ‘교권보호국’이라는 가상 기관이 초법적으로 두들겨 패주기 때문이다.
“말로 해서 듣는 놈은 말로, 때려서 듣는 놈은 때려서 가르친다”는 극 중 나화진(김무열 분)의 대사는 철저히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짐승들의 법칙이다. 이는 범죄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한국 사법 시스템을 향한 대중의 지독한 불신이다. 법이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차라리 주먹으로 악당을 짓이겨버리는 ‘학교판 배트맨’을 미친 듯이 원하게 만든 것이다.
도파민 터지는 장르적 쾌감 이면에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숨어 있다. 교육계는 이 통쾌한 사이다 원샷 뒤에 남는 지독한 쓴맛을 지적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드라마보다 참혹한 학교 현실이 더 서글프다”며 일갈했다. 현장에서 개처럼 구르는 교사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김무열의 핵펀치가 아니라, 당장 날아오는 악성 민원을 막아줄 ‘법적 방패’라는 소리다.
전문가들의 경고도 매섭다. 윤석진 평론가는 현실의 답답함을 폭력으로 대리 만족하다 보면 “정서가 둔감해질 수 있다”고 꼬집었고, 정덕현 평론가는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기에 거리를 두고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학교의 썩은 뿌리를 고칠 생각은 안 하고, 당장 눈앞의 가해자를 때려잡는 말초적 응징에만 환호하다간 결국 폭력이 정당화된다는 뼈아픈 일침이다.
속은 시원한데, 왜 이리 찝찝할까
‘참교육’은 시원한 타격감과 카타르시스로 뇌를 마비시키는 ‘끝내주는 오락물’이 맞다. 하지만 넷플릭스 1위라는 타이틀이 이 드라마의 폭력성까지 정당화해 주는 면죄부는 아니다.
사이다를 들이켜며 환호하는 지금,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주먹질로 얻어낸 통쾌함이 진짜 무너진 교권을 세울 대안인가, 아니면 그저 쌓여있던 울화통을 1회용으로 배설하고 마는 싸구려 자극인가. ‘참교육’은 때깔 좋은 오락물의 가면을 썼지만, 그 속에는 법도 시스템도 믿지 못해 주먹의 시대에 열광하는 2026년 대한민국의 서글픈 얼굴이 고스란히 비치고 있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