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도, 법원도 금지했지만...이란 경기 앞두고 경기장 앞을 뒤덮은 ‘그 국기’ [WC현장]

북중미 월드컵 조별 예선 첫 경기를 앞둔 이란, 경기장 앞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란은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 있는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뉴질랜드와 G조 예선 첫 경기를 갖는다.

이 경기는 지난 2월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양 국간 군사적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대표팀이 미국땅에서 경기를 갖는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란과 뉴질랜드의 경기를 앞두고 한 여성팬이 혁명 이전 이란 국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美 잉글우드)= 김재호 특파원

그리고 경기 당일, 축제와 화합의 장이 되어야 할 월드컵 경기장 앞마당은 이란 정치 분열의 현실을 알려주는 시위장으로 변했다.

이날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 앞에서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현 정권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란의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두고 벌어진 반정부 시위

대부분이 이란에서 온 이주민들인 시위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지금의 이란 국기가 아닌, 초록색 흰색 붉은색 삼색기에 가운데 황금 사자 문양이 들어간 혁명 이전의 이란 국기를 들고 참가했다.

앞서 FIFA는 이란의 입장을 고려, 이 깃발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했다. 경기 당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고등법원에서 열린 긴급 심리에서도 판사는 깃발 반입 금지를 정지해달라는 요청을 기각했다.

한 여성이 이란 혁명 이전의 국기와 레자 팔레비를 지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美 잉글우드)= 김재호 특파원

법원은 이 깃발의 반입 금지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보다는 경기장 행동 강령에 따라 정치적 성향을 띤 것으로 간주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관중 중에도 이 국기를 들거나 이 국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입장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시위자들은 이 깃발만이 아니라 다양한 선전물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의사를 드러냈다. 이란의 마지막 국왕인 샤의 맏아들로 태어나 현재 망명 중인 레자 팔레비의 사진부터 미국 국기, 이스라엘 국기를 함께 흔들며 정권에 대한 반대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16일(한국시간) 경기장 건너편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美 잉글우드)= 김재호 특파원
16일(한국시간) 경기장 건너편에서 벌어진 이란 반정부 시위 현장. 사진(美 잉글우드)= 김재호 특파원

이들은 대표팀에게도 적의를 드러냈다. 시위 행렬에는 ‘테러리스트 이슬람 정권 아래에서 뛰는 축구 대표팀은 이란의 국민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구호도 등장했다.

미국 정부에게 환영받지 못하며 베이스캠프도 멕시코로 옮겨야 했던 이란 대표팀은 자국 출신 동포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잉글우드(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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