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판 데르 파르트(43·네덜란드)가 고개를 숙였다.
네덜란드 축구 대표팀 레전드인 판 데르 파르트가 일본 축구 대표팀을 향한 인종차별성 발언으로 세계적인 논란에 휩싸인 뒤 공식 사과했다.
문제의 발언은 6월 15일(이하 한국시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F조 1차전 일본과 네덜란드의 맞대결에서 나왔다.
판 데르 파르트는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 해설위원으로 이 경기를 지켜봤다.
네덜란드는 이날 일본과 2-2로 비겼다. 일본은 경기 막판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점 1점을 따냈다.
판 데르 파르트는 일본의 동점골 장면을 짚었다. 후반 43분 코너킥이었다. 네덜란드 수비수 미키 판 더 펜의 마크가 느슨했다는 게 판 데르 파르트의 지적이었다.
문제는 이후 발언이었다.
판 데르 파르트는 “일본 선수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 판 더 펜이 마크할 선수를 혼동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순간 스튜디오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판 데르 파르트도 이를 의식한 듯 “물론 농담이다.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다”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이었다. 특정 인종의 외모를 조롱하는 듯한 발언은 빠르게 세계로 알려졌다.
각국 언론도 판 데르 파르트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월드컵이라는 세계 축제에서, 그것도 공영방송 생중계 도중 나온 발언이었기에 파장은 컸다.
판 데르 파르트가 입을 열었다.
영국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판 데르 파르트는 공식 성명을 내고 “생방송 중 ‘일본 선수들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인종차별적이거나 차별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상처 주거나, 차별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나는 모든 출신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한다. 내 말로 상처받았다고 느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판 데르 파르트는 “내 발언으로 누군가를 불쾌하게 했다면 사과하고 싶다. 결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판 데르 파르트는 자신의 발언이 받아들여지는 방식도 인정했다.
그는 “여러분의 반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말의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내 발언에 인종차별적이거나 차별적인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설명을 통해 내 의도와 발언이 나온 상황을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판 데르 파르트는 네덜란드 축구를 대표했던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그는 선수 시절 아약스, 함부르크, 레알 마드리드, 토트넘 홋스퍼 등에서 뛰었다. 네덜란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는 A매치 109경기에 출전해 25골을 기록했다.
판 데르 파르트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3차례, 월드컵에 2차례 출전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선 일본과 맞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판 데르 파르트는 네덜란드 축구계에서 상징성이 큰 인물이다.
그런 판 데르 파르트가 공영방송 생방송에서 던진 한마디는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거센 비판을 불렀다.
판 데르 파르트가 공식 사과에 나섰지만, 월드컵에서 불거진 인종차별성 발언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