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리센느 원이의 ‘무섭노’는 경상도 사투리인가, 아니면 일베식 표현일까.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주일째 뜨겁게 불타고 있는 가운데, 정작 ‘무섭노’로 ‘지옥문’을 활짝 연 경남 MBC 김현지 PD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그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사건의 발단은 김현지 PD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이하 ‘안원잘부’)에서는 멤버 미나미와 함께 그녀의 고향 집을 찾은 원이의 모습이 공개됐다. 미나미의 소개를 받아 방을 둘러보던 원이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방 조명에 PD가 “뭐야, 무섭노”라고 하자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답했다.
앞선 ‘안원잘부’에서는 ‘갸루’ 미나미와 함께 원이의 고향인 경상남도 거제에 방문, 고향 사투리를 사용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에피소드를 선보인 바 있다. 이뿐 아니라 ‘거제의 딸’이라 불리는 만큼 그동안 원이는 다양한 에피소드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편하게 사용하면서 친근하고 유쾌한 매력을 발산해왔다. 억지로 짜낸 사투리가 아닌, 자연스러운 생활 사투리에서 나오는 특유의 억양과 찰진 표현들은 보는 이들에게 큰 웃음과 친근감을 선사하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녀만의 확실한 매력 포인트로 자리 잡았던 터였다.
그렇기에 처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무섭노”가 ‘일베 논란’이 불거진 건 7월 2일 김현지 PD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엑스(X)에 “호평 받는 유튜브 클립 하나 봤는데 여성 아이돌과 피디가 사이좋게 노노 주고받고 있어 무척무척 속상했음”이라는 글을 올리면서부터였다.
해당 글을 접한 많은 이들은 당시 사용된 ‘무섭노’는 일베식 표현이 아닌, 자연스럽게 고향 사투리를 사용한 것이라고 반박에 나섰지만, 결국 해당 발언을 계기로 ‘무섭노’가 일베식 표현인지 여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으로까지 번졌다.
억지 지적이라는 의견이 꾸준하게 이어졌지만 김현지 PD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거나 사과하기보다는 “제가 열어버린 지옥문을 제가 닫을 수는 없군요. SNS는 토론에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는 건 다시 한번 확인했어요. 하루아침에 정리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일본어 잔재 없애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까요”라는 말만 남길 뿐이었다. 심지어 “마음 속에 분노보다는 고민을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노를 구분하느냐보다는 그 말에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면 사용에 잠깐의 머뭇거림이라도 둘 수 있지 않은지, 말입니다”며 “결국은 선택과 태도입니다. 제게 욕설로 시작해 -노로 끝나는 글을 보내시는 분들은 자신의 말이 무엇을 증명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보세요”라고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의견을 보내는 이들을 가르치는 듯한 발언을 남긴 채 사라지면서 더욱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 김현지 PD의 말처럼 ‘지옥문’이 활짝 열렸다. 섣부른 낙인찍기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걸그룹 멤버의 이름 앞에 ‘일베 의혹’ 혹은 ‘일베 논란’ 등의 말이 붙기 시작했으며, 해당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지며 연이은 잡음이 일어났다. 역풍은 김현지 PD 본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PD가 과거 연출에 참여했던 MBC경남의 예능 프로그램 ‘얍! 활력천국’에서 “뭐라하노”, “어딨노” 등 영남권 사투리를 활용한 자막이 빈번하게 사용된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이를 본 많은 누리꾼들은 “본인도 방송에서 사용해 놓고 아이돌에게만 이중잣대를 들이댄다”며 거세게 항의했고, MBC경남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 PD의 해고와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민원이 폭주했다. 여기에 원이뿐 아니라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여러 인기 아이돌 및 연예인들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일각에서는 “유명한 연예인은 무서워서 건들지도 못하면서 만만한 여자 아이돌을 표적 삼은 것이 불쾌하다”며 분노하기도 했다.
‘무섭노’를 둘러싼 잡음은 현재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무섭노”가 일베식 표현인가 사투리인가에 대한 논쟁에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무섭노’는 의문문이 아니고 감탄문 같은 것이다. 경상도 말에서는 ‘-오’형이 감탄형으로, 서울말로 비교하자면 ‘-네(무섭네)’로 쓸 때 ‘-오’라는 감탄문을 쓴다“라며, 해당 표현이 감탄형 경상 방언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여기에 “무섭노”가 일베식 표현이라며 나섰던 노무현재단 이사인 조수진 변호사 또한 항의가 계속되자 “이해가 부족했다”며 공개사과에 나섰다.
김현지 PD의 발언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불편을 토로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중심에는 ‘-노’라고 끝난다고 일베라고 몰아가는 행태가 지나치게 편협한 ‘편가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방언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상 지역 출신 누리꾼들은 “일상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편하게 사용하는 말들이, 한순간에 ‘일베’라고 지적 당한 기분이다. ‘-노’는 일베이기 전에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용어일 뿐”이라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의 해석과 여론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불씨를 지핀 김현지 PD는 ‘회피’와 ‘숨기’를 선택한 채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말의 사용을 머뭇거리라”던 본인의 조언과 달리, 정작 자신의 경솔한 발언이 무고한 신인 아이돌에게 남긴 깊은 상처에는 눈을 감고 있는 모양새다.
논란은 이미 개인의 SNS 발언을 넘어 한 아이돌과 지역 방언 사용자들에게 불필요한 의혹과 불편한 심기를 남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문제 제기는 것은 자유지만, 그에 따른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 사과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으며, 사과로 수습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시기를 놓친 사과는 변명이나 회피로 받아들여질 뿐이며,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마저 영영 잃게 만들 뿐이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