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재성·백승호·황희찬 선배 보며 독일 진출 꿈꿔” ‘포항의 호재’ 이호재의 마지막 인사···“포항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

이호재(25)가 포항 스틸러스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호재가 독일로 향한다. 이호재가 향하는 팀은 독일 2.분데스리가(2부) SV 다름슈타트 98이다. 다름슈타트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팀이다. 차범근을 시작으로 김진국, 지동원, 백승호 등이 다름슈타트에 몸담았다.

이호재가 7월 2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 현대전(0-2)을 마친 뒤 전한 이야기다.

이호재.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의 수많은 팬이 이호재를 기다렸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약 1시간 30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이호재는 인터뷰를 마무리한 뒤 자신을 기다려준 팬 한 명 한 명에게 사인해주고 사진 촬영에 응했다. 이호재가 포항에서 얼마나 큰 사랑을 받은 선수였는지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장면이었다. 사진=이근승 기자
‘세계를 깨부셔라 no.19 호재’ 포항 팬들이 이호재를 위해 내건 걸개. 사진=이근승 기자

Q. 포항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마지막 경기였다. 팀이 이겼다면 더 좋았을 텐데 결과가 좋지 않아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포항에서 보낸 5년 동안 많이 성장했다. 포항을 만난 덕분에 꿈꿔왔던 유럽 무대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포항 팬들께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다. 늘 가족처럼 챙겨주셨다. 큰 사랑을 받아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감독님과 동료들, 구단 직원들까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도와주셨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선수이자 사람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랑을 받으며 ‘포항의 호재’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포항은 나의 자부심이다. 그 자부심을 품고 새로운 무대에 자신 있게 도전하겠다.

Q. 박태하 감독은 경기 전 이호재의 결장을 예고했었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됐다. 경기에서 뛰고 싶은 의지가 강했나.

포항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였다. 최근 팀의 흐름도 좋지 않았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투입된 만큼 최대한 경기 흐름을 바꾸고 결과를 뒤집기 위해 노력했다. 득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살리지 못한 것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박태하 감독께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고 하셨지만 내 의지를 보고 예상보다 일찍 투입해 주셨다.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는데 결과가 아쉽다.

이호재. 사진=이근승 기자

Q. 다름슈타트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다름슈타트는 포항처럼 오랜 전통을 지닌 구단이다. 차범근, 지동원, 백승호 선배가 뛰었던 팀이기도 하다. 다름슈타트는 지난해부터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나를 원하는 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에 다름슈타트를 선택했다.

Q. 이전부터 독일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독일만을 고집했다기보다는 유럽에 진출하고 싶었다. 독일이 익숙했던 건 있다. 어릴 적 뉴질랜드에서 자랐다. 그때 독일 분데스리가를 많이 봤다. 손흥민 선배가 분데스리가에서 뛸 때다. 이재성, 백승호, 황희찬 선배가 독일에서 뛰는 것도 봤다. 나에게 분데스리가는 꿈의 무대다. 언젠가 ‘독일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는 꿈이 컸다.

Q. 이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선배들에게 조언도 구했나.

따로 연락해 조언을 구하지는 못했다. 유럽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기)성용이 형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성용이 형은 “유럽엔 조금이라도 빨리 도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시겠지만, 내가 어린 나이는 아니다. ‘더 늦기 전 유럽 무대에 뛰어들어 보라’는 조언이 이번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호재의 아버지 이기형. 이기형은 국가대표 출신 풀백으로 현역 시절 ‘캐논 슈터’로 불렸다. 사진=AFPBBNews=News1

Q. 아버지 이기형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아버지께선 진심으로 축하해 주셨다. 나는 축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유럽 진출과 국가대표를 목표로 삼았다. 두 가지 꿈을 모두 이루기는 했지만, 아직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새로운 무대에서도 열심히 노력해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선수가 돼라”고 조언해 주셨다.

Q. 이기형 감독이 국외(중국)에 있어 얼굴을 보지 못한 채 독일로 향한다. 아쉬움은 없나.

아버지가 국외에 계신다. 애초 시즌 중엔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지금과 비교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다(웃음).

Q. 어린 시절 뉴질랜드에서 생활했다. 언어나 생활적인 측면에서는 다른 선수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듯한데.

뉴질랜드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큰 자산이다.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다. 서양 음식도 잘 먹는 편이다. 어릴 때 뉴질랜드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서양 음식이 입에 더 맞을 때도 있다. 독일에서 생활하는 데도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일로 가면 독일어부터 배울 생각이다. 동료들과 빨리 어울려야 새로운 무대에 잘 적응할 것이라고 본다.

이호재. 사진=이근승 기자

Q. 독일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아직도 유럽에선 K리그를 높게 평가하진 않는 것 같다. 내 목표는 그 시선을 바꾸는 거다. 독일에서 반드시 좋은 활약을 펼쳐야 한다. 내가 잘하면 ‘K리그에 좋은 선수가 많다’는 게 증명된다. 독일에서 K리그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

Q. 경기 후 팬들이 이호재를 위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팬들이 준비한 걸개도 있었다. 어떤 감정이 들었나.

우리 팬들이 경기 후에만 박수를 보내준 게 아니다. 워밍업을 위해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였다. 팬들께서 내 응원가를 불러주시며 내 이름을 외쳐주셨다. 순간 울컥했다. 팬들은 내가 떠나는 날까지 사랑을 보내주시는데 어떻게 안 뛰나. 마지막 경기인 만큼 출전 기회를 얻는다면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바라는 대로 끝나지 않아 아쉽지만, 팬들의 박수와 응원가를 들으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호재가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사인해주고 있는 모습. 사진=이근승 기자
이호재. 사진=이근승 기자

Q. 이호재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팬도 많을 것 같다.

유럽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뒤 포항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다.

[포항=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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