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시청률 30%를 가뿐히 넘나들며 ‘국민 드라마’의 산실로 불렸으나, 근래 들어 전작들이 15%대 굴욕을 맛보며 깊은 침체에 빠진 KBS 주말극.
이 무겁고 치열한 위기의 순간, 구원투수로 등판한 새 주말드라마 ‘사랑이 온다’가 방영 단 2회 만에 시청률 13.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돌파하며 매서운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이 가파른 상승 곡선의 한가운데에는,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와 화려한 아이돌의 껍질을 완벽하게 벗어던진 배우 안희연(하니)이 서 있다.
“부담도 내 몫”… 사생활 리스크 지워버린 뚝심
사실 안희연의 이번 복귀는 결코 가벼운 발걸음이 아니었다. 방영을 앞두고 연인인 양재웅 원장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안타까운 환자 사망 사건이 불거졌고, 예정됐던 결혼 일정까지 무기한 연기하며 그를 향한 세간의 시선은 날카롭게 쏠려 있었다. 주연 배우로서 첫 방송 전 작품 외적인 구설에 오르는 것은 자칫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안희연은 대중의 시선 뒤로 숨지 않았다. 제작발표회 단상에 오른 그는 “개인적인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많은 분이 마음을 다해 만드는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부담 역시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어설픈 변명이나 회피 대신 온전히 책임을 짊어지겠다는 이 영리하고 단단한 ‘정면돌파’는, 대중의 우려를 단숨에 작품에 대한 기대로 돌려놓는 결정적 한 수가 됐다.
하니는 없다… 억척스러운 K-장녀 ‘한규림’의 진정성
대중의 날 선 잣대를 완벽히 무장해제 시킨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결국 안희연의 ‘연기력’이었다.
극 중 유복했던 집안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후 오남매의 생계를 홀로 짊어진 장녀 한규림 역을 맡은 그는, 첫 회부터 무대 위 화려했던 걸그룹 멤버 ‘하니’의 모습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
새벽부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동생들을 돌보고, 냉혹한 현실의 벽 앞에서 다가오는 사랑(하석진 분)마저 모질게 밀어내야 하는 억척스러운 K-장녀의 고단함. 안희연은 무너져 내리는 현실 속에서도 씩씩함을 잃지 않으려는 규림의 복잡한 내면을 억눌린 눈물 연기로 촘촘하게 채워 넣었다. 특히 불의를 참지 않고 무엇이든 해결하려 드는 이른바 ‘한반장’ 특유의 맑은 에너지는, 시청자들의 짙은 공감과 응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경희 작가 특유의 짙은 감성 서사와, 오너 셰프 김무진 역을 맡은 하석진과의 흔들림 없는 직진 로맨스 케미 역시 성공적인 합격점을 받았다.
위기를 기회로… 진짜 ‘배우 안희연’의 2막
배우에게 찾아온 사생활의 악재는 치명적인 독이 되기 십상이지만, 안희연은 이를 악물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그 독을 씻어내고 있다.
첫 주 만에 13%라는 의미 있는 숫자를 쥐며 굳게 닫혀있던 주말 안방극장의 시선을 사로잡은 안희연.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캐릭터에 완벽히 동화된 그가, 침체된 KBS 주말극을 부활시키는 진정한 구원투수이자 ‘믿고 보는 배우’로 완벽한 2막을 써 내려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묵직한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