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금요일 저녁 8시, 갑작스럽게 찾아온 초겨울의 칼바람이 매섭게 불어닥친 서울 뚝섬한강공원 청담대교 아래. 두꺼운 패딩과 핫팩으로 무장한 수천 명의 인파가 스크럼을 짜듯 겹겹이 운집해 있었다.
이들이 추위를 견디며 시선을 고정한 곳은 다름 아닌 대형 스크린.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 23세기아이들이 선보인 5인조 멀티 페르소나 보이그룹 ‘위고식스(WE GO-6)’의 첫 오프라인 버스킹 현장이다.
이날 열린 마음 연결 프로젝트 ‘우리들의 럭키’ EP.3 피날레 “소원을 비는 밤”은 단순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넘어, 차세대 K-POP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형태의 ‘하이브리드 팬덤 문화’를 여실히 보여준 무대였다.
주최 측이 마련한 좌석은 진작에 동이 났고, 산책로 일대까지 가득 메운 구름 관중 속에는 국내 팬은 물론 일본, 중국, 북미 등지에서 날아온 다국적 팬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공연의 가장 큰 성과는 이질감의 극복이다. 버추얼 아이돌의 오프라인 공연이 자칫 ‘다 같이 모여 영상물 시청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위고식스는 실시간 인터랙션과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으로 완벽하게 불식시켰다.
포문을 연 데뷔곡 ‘럭키참’ 무대에서 멤버들은 유쾌한 ‘늑대 유닛’으로 변신, 힘 있는 브라스 리프와 강렬한 퍼포먼스로 현장의 열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이어지는 개인 및 유닛 무대에서는 멤버 각자의 탄탄한 보컬 역량이 빛을 발했다. 성시경의 ‘너의 모든 순간’을 재해석한 제로와 태강의 듀엣, 관객들의 “랄라랄라” 떼창을 이끌어낸 우연의 ‘기억을 걷는 시간’, 호소력 짙은 보컬로 아련한 감성을 전한 일본인 멤버 쿠우타의 커버 무대 등은 버추얼이라는 형태 뒤에 가려질 수 없는 아티스트로서의 본질적인 실력을 입증했다.
특히 리더시우는 솔로곡 ‘Picnic(피크닉)’을 부르며 관객과 ‘기차놀이’ 퍼포먼스를 유도해 현장을 유쾌한 소풍으로 탈바꿈시켰고, 선공개 프롤로그 싱글 ‘괴물(Monster)’ 무대에서는 애절한 ‘엔젤 유닛’의 서사를 가창력으로 뿜어내며 ‘멀티 페르소나’라는 그룹의 정체성을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밤하늘을 수놓은 1만 3천 개의 진심
공연의 백미는 전 세계 팬들이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등록한 1만 3천여 개의 디지털 소원 풍등이 현장 스크린과 한강의 밤하늘을 배경으로 일제히 날아오르는 장관이었다. 이 거대한 은하수 아래서 위고식스는 오는 11월 중순 발매될 첫 번째 EP 앨범 ‘SIX HEARTS(식스 하츠)’의 수록곡 ‘루미나리아(Luminaria)’를 최초로 공개했다. 별처럼 빛나는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묵직한 메시지와 멤버들의 섬세한 화음은 매서운 강바람조차 훈훈하게 데우며 현장과 온라인 시청자 모두에게 소름 돋는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공연 말미, 멤버들이 털어놓은 소회는 이 그룹이 왜 짧은 시간 안에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들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리더 시우의 고백부터, “언어를 초월해 마음이 전해짐을 확신했다”는 막내 쿠우타의 진심 어린 눈물은 모니터 너머의 픽셀이 아닌, 숨 쉬고 교감하는 인격체로서 관객의 마음을 관통했다.
현재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누가 더 정교한 그래픽과 렌더링 기술을 가졌는지 다투는 ‘기술의 과시 쟁탈전’에 빠져 있다. 그러나 위고식스는 이번 한강 버스킹을 통해 전혀 다른 해답을 내놓았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아바타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인간적인 결핍’과 ‘진심의 연대’라는 것을 말이다.
팬들의 자아(W/ EGO-6)와 멤버들이 함께 나아간다(WE GO)는 직관적인 팀명처럼, 이들은 완벽하게 조형된 가상의 신비주의를 버리고 한파 속에서 관객의 패딩을 걱정하며 농담을 던지는 친숙함을 택했다. 온라인에 떠도는 한낱 데이터일지라도, 사람의 진심이 담긴다면 시공간을 넘어 서로를 연결할 수 있다는 철학을 증명해 낸 것이다.
단순한 신인 버추얼 그룹을 넘어, 기술과 감성의 완벽한 융합을 제시하며 K-POP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한 위고식스. 성공적인 오프라인 검증을 마친 이들이 조만간 발매하는 첫 EP ‘SIX HEARTS’를 통해 또 어떤 ‘무한 변신’을 보여줄지, 가요계의 시선이 뚝섬의 밤하늘 너머로 쏠리고 있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