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팀 삼성이다. 라이온즈 선수 모두가 MVP다.”
끝내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우승 트로피와 마주한 ‘캡틴’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이 환하게 웃었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KBO KS 5차전에서 이강철 감독의 KT위즈를 12-1로 대파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완성한 삼성은 KS 우승 트로피와 마주하게 됐다. 삼성이 정상에 선 것은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지난 2014년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9번째(1985, 2002, 2005, 2006, 2011, 2012, 2013, 2014, 2026)다.
구자욱의 공이 컸다. 이번 시리즈 5경기 동안 타율 0.500(20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을 올리며 삼성 공격을 이끌었다. 당장 이날에도 5타수 3안타 1타점을 폭발시켰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수비 및 주루 플레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궈낸 결과라 더 값진 성과다. 시리즈 MVP가 따라왔다.
경기 후 구자욱은 “긴 시간 우승을 못 시켜드려 팬들께 죄송했다. 긴 시간 시련도 많았지만,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팬 여러분”이라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MVP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제 마음속 MVP는 이승민, 박승규, 원태인, 크리스 페덱, 아리엘 후라도, 강민호, 최형우 등등 너무 많다. 우리는 팀 삼성이다. 라이온즈 선수 모두가 MVP”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2012년 2라운드 전체 12번으로 삼성의 부름을 받은 구자욱은 삼성 왕조의 후예다. 통산 1466경기에서 타율 0.322(5648타수 1820안타) 201홈런 98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10을 적어낸 우투좌타 외야 자원이다. 무려 네 차례(2021, 2023, 2024, 2025)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올해에도 활약은 계속됐다. 114경기에 나서 타율 0.371(420타수 156안타) 15홈런 102타점 OPS 1.039를 올렸다. 타율과 출루율(0.458)은 모두 1위다.
다만 KS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이 2011~2015년 5차례 정규리그 우승 및 4차례 통합우승을 차지했는데, 구자욱은 2015년 1군에 데뷔한 까닭이다. 삼성은 2015년 정규리그 정상에 섰지만, KS에서는 두산 베어스를 넘지 못했다.
구자욱은 “2012년에는 당연히 우승하는 줄 알았다. 2015년 군대 다녀와서도 당연히 우승할 줄 알았는데 당연한 건 없더라. 이후 삼성이 하위권에 머무르면서 힘들었다. 10년 넘게 시련 겪고 우승하니까 정말 감격스럽다”고 돌아봤다.
정규리그 막판에는 불의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러졌다. 당초 병원 최초 진단 결과는 전치 12주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기적처럼 복귀했고, 결국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무조건 할 수 있다 생각했다. 트레이너들이 매일 정성껏 돌봐준 덕분에 플레이했다. 모든 것은 트레이닝 파트 덕분이다. 찬사를 보낸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구자욱이 지명타자로 고정되면서 베테랑 최형우는 이번 가을야구에서 좌익수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구자욱은 “(최)형우 형이 있어 우승했다. 보고 배운 것이 많았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최형우’라고 답할 것”이라며 “수비는 인상적이었다”고 배시시 웃었다.
이제 목표는 ‘왕조 재건’이다. 그는 “험난한 길이지만, 우리 선수들은 그럴 능력이 있다.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노력하는 능력을 지닌 선수가 많다. 충분히 왕조를 다시 만들 수 있다”며 “방심은 안 된다. 이 기분을 하루만 느끼고 내년을 생각해야 하는 게 야구”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