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박승일 쪽지…SK 역전 도화선

10년째 루게릭병으로 투병중인 모비스 전 코치 박승일씨(가운데)가 농구장을 찾았다. 인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동해(오른쪽)도 함께 동행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mk 스포츠(잠실학생)=서민교 기자] “경은아, 목에 힘 좀 빼.” 루게릭병으로 투병중인 농구인 박승일씨가 서울 SK 문경은 감독대행을 보고 눈으로 글자판에 한 자 한 자 힘겹게 써냈다. 재치가 넘쳤다. 눈으로 말한 짧은 한 마디. 그 안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루게릭병으로 투병중인 농구인 박승일씨가 11월1일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았다. SK의 아름다운 선행이 박씨를 체육관으로 이끌었다. SK는 하프타임에 박씨에게 치료지원비 500만원을 전달했다. 올해로 7년째 박승일씨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는 SK는 올해 지원금 포함 총 4,9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박씨는 울산 모비스에서 최연소 코치로 몸담던 2002년 갑작스레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전신 근육이 마비되어 거동을 할 수 없는 상태다. 10년째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으로 불리는 루게릭병과 힘겨운 혈투를 벌이고 있는 것. 이제 유일하게 살아있는 근육은 눈동자와 눈꺼풀뿐이다. 그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박씨는 외출이 쉽지 않다. 농구장 방문은 연례행사보다 힘든 일. 최근에는 음식을 잘못 섭취해 40일 동안 설사를 반복했다. 10월초에 결국 입원까지 하면서 체중은 더 줄었다. 일반인들과 달리 장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이날도 특별 제작된 전동 휠체어를 타고 체육관을 찾았다. 모교인 연세대 로고가 새겨진 모자 티에 박씨의 루게릭 환우들을 위한 요양소 건립 후원자인 션이 선물한 야구 모자로 멋을 냈다.



발병 이후 직접 체육관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2009-10시즌 삼성과 모비스 경기 이후 두 시즌만이다. 그러기에 박씨에게 누구보다 소중한 시간이다. 그에게 농구 경기 시간은 짧기만 하다. 눈으로 담아내기 위해 바쁘게 눈동자를 움직였다.

경기 시작 전 문경은 감독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문 감독이 경기 직전 SK의 벤치 옆에 자리 잡은 박씨를 발견하고 먼저 다가선 것. 문 감독은 연세대 동기이자 오랜 친구. 문 감독은 박씨의 손을 꼭 잡고 눈으로 인사했다.

박씨는 벤치에서 감독을 맡은 문 감독의, 아니 친구의 정장차림이 어색하기만 하다. “경은아, 목에 힘 좀 빼.” 그가 남긴 짧은 말이다. 이내 박씨는 연세대 시절 함께 뛰었던 모비스 김재훈 코치를 찾기 위해 눈동자를 돌렸다. 반대쪽 벤치에 있던 김 코치가 보이지 않았다. “재훈이 보고 싶어.” 박씨의 옆을 한결 같이 지키고 있던 여자친구 김중현씨가 고개를 살짝 돌려주고 나서야 김 코치를 보고 만족했다.

하지만 어머니 선복순씨는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기쁘지 않다. 코트에서 뛰고 있어야 할 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기 때문. 선씨는 “기분이 좋지 않다. 여기 오면 예전 생각이 더 많이 난다”며 “승일이가 저기 있어야 하는데…”라며 이내 눈물을 흘렸다.

이날 박씨 옆에는 반가운 손님도 있었다. 아시아 최고의 인기그룹 슈퍼주니어 멤버인 동해. 동해는 박씨의 집을 수시로 방문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소녀시대 수영도 동해를 통해 박씨와 인연을 맺었을 정도로 사랑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

이날 동해는 바쁜 스케줄을 제쳐두고 농구장을 찾았다. 동해는 “아침에 형이 ‘농구 보러 가자’고 문자를 보내 스케줄을 마치고 바로 왔다”며 “내가 형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형이 항상 나를 챙겨줘 고마운 마음 뿐”이라고 전하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박씨의 옆을 서서 지켰다.

SK는 전반을 30-41로 뒤졌다. 전반 내내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인 것. 박씨는 답답한 마음에 문 감독에게 전해달라며 ‘1대5로 싸우고 있는 것 같아, 경은아’라고 적힌 쪽지를 건넸다. 쪽지를 전해받은 문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후반을 맞았다.

그래서일까. SK는 후반 들어 전반과 전혀 다른 경기력으로 경기 막판까지 접전을 펼친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냈다. 문 감독이 힘든 몸을 이끌고 체육관을 직접 찾아 응원해준 친구 박씨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었다.

사진=mk 스포츠 옥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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