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농구 감동 실화, ‘천기범과 아이들’을 아시나요?

# 식스맨 없이 5명이서 12년 만에 결승 진출 # 사고 친 '길거리 농구' 출신의 이단아들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전통의 ‘농구명문’ 용산고와 부산중앙고의 고등부 결승전이 열린 지난 12일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마지막 날. 선수층이 두터운 용산고가 89-63, 26점차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냈다. ‘농구대통령’ 허재 감독(전주 KCC)의 둘째 아들 허훈(용산고 2년)은 35점을 퍼부으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결과만 보면 용산고가 변함없는 위용을 드러낸 대회다. 하지만 이번 대회 최고 이슈메이커는 준우승에 그친 부산중앙고였다. 결승전서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되며 완패를 당하고도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은 팀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원주에서의 9일은 기적이었다. 영화 속 혹은 만화에서나 나옴직한 감동 실화다. ‘천기범과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부산중앙고가 써낸 드라마 같은 고교농구다.

부산중앙고는 주목받지 못한 하위권의 농구부다. 선수수급에 어려워 구색을 맞추기도 벅차다. 부산중앙고를 이끄는 강양현 코치는 모교를 맡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곤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A급 선수들은 없었다. 길거리 농구 출신이거나 농구를 정식으로 배워보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 그나마 농구를 배운 선수들은 중학교 때 벤치를 지키던 후보들이었다.

이번 대회에 나선 엔트리는 고작 6명. 그중 한 명인 정진욱은 부상을 당해 예선 두 번째 경기부터 나서지 못했다. 식스맨 없이 5명이서 대회를 치른 것. 그런데 참가에 의의를 뒀던 팀이 4강을 넘어 결승에 올랐다. 결승서는 경기 막판 두 명이 5반칙 퇴장을 당해 3명이서 경기를 마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끝까지 포기란 없었다.

부산중앙고의 결승 진출은 지난 2000년 강 코치가 3학년이던 추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대회에선 강 코치가 MVP에 선정됐다. 강 코치의 12년 묵은 한풀이를 지금 아이들이 해냈다. 강 코치는 “대부분의 애들은 중학교 때 한 경기도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했던 선수들”이라며 “아이들의 투혼이 기특하고 고맙기만 하다”고 감격했다.

부산중앙고는 "천기범과 아이들"로 불린다. 전천후 플레이로 팀의 야전사령관을 맡고 있는 천재가드 천기범. 사진제공= 점프볼 문복주 기자
부산중앙고를 두고 ‘천기범과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부산중앙고의 핵은 가드 천기범이다. 187cm의 장신가드인 천기범은 ‘천재가드’로 평가받는다. ‘원맨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천기범은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로 팀의 1~5번 포지션을 모두 소화한다.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오는 탁월한 개인기는 고교 최강이다. 돌파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거리를 가리지 않는 3점슛과 코트비전도 최고다.

천기범은 이번 대회 득점상(평균 27.5점), 어시스트상(평균 4.3개), 수비상(4.8스틸) 등 3관왕을 휩쓸었다. 부산중앙고는 천기범만 봉쇄하면 되기 때문에 모든 경기에서 다른 선수를 버리고 더블 팀이 들어온 상황에 거둔 개인 성적이다. 놀랍기만 하다.

강 코치는 “상대하는 팀마다 천기범을 막으려고 2~3명씩 달려들어도 절대 막지 못했다”고 본인도 놀랍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어 강 코치는 “우리는 천 코치로 부른다”며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할 정도다. 고교농구의 전주원이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강 코치의 말대로 천기범은 탁월한 리더십과 자신감을 갖췄다. ‘천기범과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 기적 같은 준우승을 이뤄낸 부산중앙고. 성적지상주의와 학원농구에 찌든 한국농구에 펼쳐진 고교농구의 감동 실화다.

우리는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다. 천기범 배규혁 정강호 홍순규 허재윤 정진욱. 역대 고교농구 역사에 기억될 부산중앙고 6명, ‘천기범과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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