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포르쉐 더 뉴 911 카레라, 카레라와 트윈 터보가 만났다

포르쉐 더 뉴 911 카레라(991.2)는 991 S가 부럽지 않은 동력 성능을 갖고 있다. 새 3.0 터보 엔진의 성능이 기대 이상이다. 새 트윈 터보 엔진은 저속부터 풍부한 토크를 생산하며, 자연흡기처럼 회전한다. 5단으로 290km/h을 넘길 만큼 힘도 좋다. 거기다 승차감까지 좋아졌다. 엔진 음색이 달라진 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포르쉐 911(991)이 큰 부분 변경을 거쳤다. 부분 변경된 911은 991 2세대라고도 불리며, 포르쉐 내부적으로는 991.2라고도 한다. 991.2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엔진. 엔진이 자연흡기에서 터보로 바뀌었다. 911 카레라에 터보 엔진이 탑재된 건 991.2가 처음이다. 이와 함께 안팎 디자인도 소폭 개선됐다. 포르쉐 911의 터보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975년형으로 출시된 930 터보가 시작이고, 공교롭게도 배기량은 3리터로 991.2와 같았다. 그러니까 포르쉐 911에 터보가 낯선 기술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카레라는 데뷔 이후 991까지 계속 자연흡기를 고수해 왔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회사들은 전통을 매우 중요시 한다. 전통은 강력한 마케팅 요소이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이득이 된다면 전통에서 과감하게 벗어나기도 한다. 포르쉐도 카레라의 엔진을 터보로 바꿨다. 자연흡기를 유지하는 것보다 터보가 갖는 장점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수냉식 엔진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싶다.

카레라의 엔진을 터보로 바꾼 이유는 성능과 효율 때문이다. 배기량을 줄여서 터보를 다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다. 이미 비슷한 급의 많은 차들, 심지어는 페라리의 488GTB에도 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터보는 자연흡기보다 차후 업그레이드가 용이하다는 이점도 있다.



카레라는 기존의 3.4 & 3.8리터에서 배기량이 3리터도 일원화 된다. 배기량은 줄었지만 터보를 두 개 달면서 출력과 토크는 물론 연비까지 좋아졌다. 포르쉐에 따르면 기존의 991 대비 평균 연비가 12%가 향상됐다. 그리고 최대 토크가 나오는 구간이 대폭 낮아지고 넓어진 게 눈에 띄는 부분이다. 코드네임 9A2의 배기량은 2,981cc이다. 기존의 자연흡기와 공유하는 부분이 거의 없고, 실린더 블록도 새로 개발한 것이다. 새로 개발한 실린더 블록은 알루미늄 알로이로 제작해 무게는 줄이고 강성은 높였다. 그리고 실린더 안쪽에는 로테이팅 싱글 와이어로 불리는 플라즈마 스프레이 코팅까지 더했다. 로테이팅 싱글 와이어는 기존의 니카실 또는 실리콘 로카실보다 내구성에서 더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9A2의 보어는 91mm이다. 기존 3.4리터의 97mm, 3.8리터의 102mm에서 대폭 짧아졌고, 스트로크도 77.5mm에서 76.4mm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고회전에 유리한 오버스퀘어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형식은 터보로 바뀌었지만 자연흡기의 질감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참고로 76.4mm는 964부터 997 GT3까지 사용하던 스트로크의 길이이고, 이후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실린더 헤드는 여전히 듀얼 가변 캠 페이징 및 바리오캠 플러스가 적용돼 있다. 그리고 연료를 직접 분사하는 인젝터의 위치도 보다 중심 부분으로 이동했다. 이를 통해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 한 쌍의 터빈은 보그워너가 공급한다. 911 터보와 달리 카레라의 터빈은 VTG가 아니다. VTG가 비싸기도 하지만 카레라의 터빈은 소형이라서 반응이 빠르다. 따라서 굳이 VTG까지는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370마력의 힘을 내는 카레라는 최대 부스트가 0.9바, 420마력의 카레라 S는 1.1바이다. 카레라와 S는 터빈의 컴프레서 휠 사이즈도 약간 다르다.

9A2는 블록과 오일 팬, 윤활 펌프, 배기 시스템 등이 경량화 됐다. 하지만 터보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엔진 전체의 무게는 20kg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속력을 비롯한 전체 성능은 좋아졌다. 이는 더 많은 토크가 더 넓은 구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기존은 최대 토크가 5,000 rpm 이상에서 나왔지만 9A2는 1,700 rpm부터 시작된다. 엔진 특성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이다.

991 카레라 S와 비교하면 저속에서 무겁게 움직이는 느낌이 감소했다. 그러니까 저속에서 좀 더 가볍게 움직인다. 엔진과 함께 7단 PDK의 개선도 있었기 때문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전체적인 소음 및 진동도 감소했다. 소음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진동 감소는 모두에게 환영받을 만한 요소이다.

새 터보 엔진은 터보 특유의 토크와 자연흡기의 질감을 모두 갖고 있다. 물론 자연흡기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최소한 질감을 살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급가속 기준으로 7,500 rpm까지 사용한다. 이는 기존 자연흡기 대비 300 rpm이 낮을 뿐이다. 터보 엔진으로는 드물게 고회전을 사용하는 유닛이다. 370마력의 최고 출력은 6,500 rpm이지만 그보다 1,000 rpm을 더 사용한다. 참고로 수동 모드에서는 자동으로 기어가 올라가지 않는데, 이럴 때는 대략 7,600 rpm에서 회전수가 제한된다.

991.2 카레라의 터보 시스템은 최대 0.9바의 부스트를 사용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살짝 넘을 때도 있다. 한창 맹렬하게 가속할 때는 순간적으로 15psi(0.96바)까지 치솟고, 보통은 12~14psi 사이이다. 그리고 245km/h부터는 13psi(0.89바)에 고정되다가 280km/h 바로 전에는 12psi(0.82바)로 떨어진다. 터빈의 부스트는 계기판에서 확인할 수 있고, 운전 중에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카레라에도 런치 컨트롤 기능이 내장돼 있다. 가장 빠른 순발력을 보장하는 기능이다. 포르쉐의 런치 컨트롤은 사용법이 아주 간단하다.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은 후, 오른발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자동으로 최적의 회전수에 맞춰진다. 이 상태에서 왼발을 떼면 가장 빠른 순발력으로 출발한다. 사실 런치 컨트롤로 출발할 때 약간의 딜레이는 있다. 어쨌든 런치 컨트롤은 운전의 재미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각 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거의 0단위로 끊어진다. 급가속 기준으로 1~4단에서는 각각 70, 120, 170, 230km/h까지 가속된다. 그리고 5단으로 290km/h을 넘긴다. 기세로 봐선 5단으로 제원상 최고 속도(293km/h)까지 가속하는 분위기다. 이때까지 도달하는 가속력으로 봐선 300km/h도 넘을 거 같긴 하다.

카레라의 최고 속도가 290km/h을 넘는 건 두드러진 개선이다. 카레라는 911의 베이스 모델이고, 이정도로 최고 속도가 높진 않았다. 991.2 카레라의 370마력 엔진은 기대 이상의 성능을 낸다. 이정도면 991 카레라 S가 부럽지 않은 성능이다. 거의 대등한 성능을 낸다. 물론 질감에서 조금 차이는 있다. 6,000 rpm 이상의 회전수에서 991 카레라 S의 3.8리터보다 토크가 조금 얇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기존 자연흡기 대비 두드러지게 개선된 것은 맞다.

거기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변화도 두드러진다. 포르쉐의 스포트 플러스는 공격적인 프로그램을 자랑하지만 991.2는 더하다. 노멀 모드에서 스포트 플러스로 모드를 변환하면 성격이 확 바뀐다. 다시 노멀 모드로 돌아오면 심심할 지경이다. 물론 노멀 모드로만 계속 달릴 때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991.2는 모드 버튼의 위치가 바뀌었다. 기존에는 기어 레버 좌측에 있었지만 991.2는 스티어링 휠로 옮겨왔다. 확실히 운전 중에 모드 변환하는 게 훨씬 손쉬워졌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아도 되는 게 가장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718 박스터도 같은 디자인이다.

991.2에는 인디비주얼 모드도 있다. 그러니까 개인의 취향에 맞게 엔진과 변속기, 스티어링, 댐퍼를 선택하는 것이다. 보통 인디비주얼이면 모든 모드를 스포트로 맞춘다. 이번 시승에서 고속 주행을 할 때는 댐핑을 노멀로 맞췄다. 고속 주행 또는 노면이 고르지 않은 곳에서는 노멀 댐핑의 접지력이 더 좋다고 느낀다.

991.2는 외관 디자인도 변경됐다. 가장 큰 변화가 전면의 인테이크다. 엔진이 터보로 바뀌면서 냉각을 위한 인테이크를 크게 키웠다. 특히 엔진과 직접적으로 통하는 리어 범퍼 양쪽에 2개의 인테이크가 생겼다. 전면은 구형보다 낫지만 후면의 인테이크는 기존 디자인만 못하다. 그리고 세로로 바뀐 엔진 커버의 핀도 기존만 못한 것 같다. 새로 추가된 기능으로는 스포트 리스폰스가 있다. 주행 모드 다이얼의 중앙에 보면 작은 버튼이 있는데, 이걸 누르면 스포트 리스폰스 기능이 활성화 된다. 스포트 리스폰스는 말 그대로 차가 낼 수 있는 최상의 반응을 제공한다. 스포트 리스폰스 버튼을 누르면 순간적으로 회전수가 치솟고, 가장 빠른 반응성을 낼 수 있는 세팅으로 변한다.

스포트 리스폰스는 한 번에 20초만 사용할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 우측 액정에 ‘20초’ 타이머가 뜬다. 이것을 보고 남은 시간을 알 수 있다. 물론 20초가 되기 전에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기능이 해제된다. 스포트 리스폰스는 주행 모드와 상관없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참고로 이 기능은 경주차의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대시보드에 마련된 스포트 크로노 패키지는 PCM과 연동된다. 이를 통해 랩타임 및 횟수, 최고 기록 등을 측정할 수도 있고, 계기판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스포트 크로노의 시계는 바늘이 움직이는 소리마저 스포티하다. ‘따르륵’하고 감기는 바늘 소리는 정밀한 독일 기계를 상징하는 것 같다. 991에 비해 이 소리가 조금 달라진 것(또는 줄어든 것) 같기는 하다.
계기판 우측 액정은 여러 가지 정보를 보여준다. 앞서 밝힌 터빈의 부스트와 랩타임은 물론 횡가속도까지 표시된다. 가감속과 회전 시 차가 받는 횡가속도를 표시하는 것이다. 이번 시승에서 측면 가속도는 최대 1.57g, 가속은 1.05g를 기록했다. 그러니까 g-포스는 실시간으로도 표시되지만 가장 높은 기록이 저장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일반도로에서는 991.2 카레라의 운동 성능을 모두 발휘하기가 힘들다. 1.57g를 기록하긴 했지만 몸으로 느끼는 한계는 그 위에 있다. 코너에서는 기본적인 하드웨어의 성능이 좋기도 하지만 소프트웨어의 지원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다. 순간적으로 개입하고 빠지는 전자장비의 속도가 번개 같다. 이 때문에 운전을 잘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코너를 빠르게 진입하면 뭔가 아슬아슬한 기분은 여전하다. 차의 거동과 실제 느낌은 조금 다른 경우가 있는데, 911이 그렇다. 코너의 정점에서는 머리가 조향하는 것보다 더 많이 안쪽으로 움직일 때가 있다. 이럴 때 아슬아슬한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고속 직진성도 조금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포르쉐에 따르면 공기저항계수는 동일하지만 세부적인 개선을 통해 고속 주행 시 들림 현상을 줄였다. 991.2는 전반적인 회전 성능도 좋아진 게 확실하다. 991.2 카레라가 991 카레라 S보다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이 빠르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와 함께 신형 P 제로 타이어가 지원하는 성능도 상당하다. 참고로 새 P 제로 타이어(트레드웨어 220)는 그립과 성능이 모두 개선됐다. 사이즈는 앞이 245/35ZR/20, 뒤가 305/30ZR/20이다. 옵션이긴 하지만 카레라에도 305 사이즈의 타이어가 들어간다. 엔진의 변화에 가렸지만 7단 PDK도 개선이 있었다. 7단 PDK는 듀얼 매스 플라이휠 등이 적용되면서 저속에서 변속감이 부드러워졌다. 저속에서 무겁게 움직이는 기분이 감소한 게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고회전에서 변속할 때의 절도감은 최고 수준이다. 높은 토크를 감당하면서 7,000 rpm 이상까지 커버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거기다 급제동 시 기어 단수가 떨어지는 모습마저 스포티하다. 토크가 높아지면서 기어비도 좀 더 벌릴 수 있었다.

참고로 991.2는 승차감마저 좋아졌다. 기본적으로 하체가 단단해서 장시간 운전하면 허리가 약간 아프긴 하다. 하지만 시내와 고속도로 주행 모두에서 괜찮은 승차감을 제공한다. 911의 진정한 가치는 매일 타고 다닐 수 있는 고성능 자동차라는 것이다. 이런 성격의 차가 드물다. 그리고 991.2에 와서는 이런 장점이 더욱 도드라진다. 얇아진 음색과 줄어든 엔진 소리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991.2 카레라는 991 카레라 S가 부럽지 않은 성능이다. 가속력은 거의 대등하고 운동 성능은 더 낫다. 카레라 S가 생각 안 나는 능력을 갖췄다. 반대로 얘기하면 991.2 카레라 S를 더욱 타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카레라 S가 단순히 50마력 높은 차는 아닐 것이다. 718 박스터의 예를 보면 S와의 운동 성능 차이가 상당하다. 포르쉐는 상위 모델을 타보고 싶어지게끔 차를 만든다.

[디지털뉴스국 한상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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