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확실합니까? 저는 그저 늙은 중계 캐스터일뿐입니다." 대통령 훈장 수상 소식을 전하는 백악관 관계자의 말에 빈 스컬리(88)는 이렇게 답했다.
그의 말처럼 중계 캐스터는 주목받기 힘든 자리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선수와 팀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지, 중계 캐스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지는 않는다. 그러나 스컬리는 다저스와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넘어 전국에서 존경받는 존재가 됐다.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은퇴했고, 이번에는 대통령 훈장을 받았다. 미국 유력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그를 2016년 올해의 스포츠인 최종 후보에 올렸다.
1950년부터 67년간 한 팀의 중계를 맡았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샌디 쿠펙스의 퍼펙트 게임부터 월드시리즈 1차전 커크 깁슨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까지 역사적인 순간 현장에서 목소리를 남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존경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스컬리에게는 이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이 없었다면 그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지난 4년간 현장을 취재하며 중계 부스 바깥에서 그가 남겼던 말들을 모아봤다. 그의 67년 경력과 비교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그의 됨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특별한 기회를 가진 가장 평범한 사람이다. 정말로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다." 스컬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말을 반복했다. 그는 2015년 건강 문제로 포스트시즌 중계를 놓쳤을 때도 "마음속으로 '포스트시즌을 한 번밖에 안 놓쳤네? 넌 행운아인줄 알아라'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중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해였던 2016년에도 은퇴 투어에 대해 "나는 그저 평범한 캐스터일뿐"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정말 좋은 플레이가 나오고 팬들이 이에 환호할 때,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문다. 그 시간에는 라디오를 듣고 있는 8살짜리 어린애로 돌아간다." 그는 은퇴하면 무엇이 가장 그리울 거 같냐는 질문에 '팬들의 함성'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극적인 순간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은 해설이 될 수 있음을 아는 사람이었다.
"몇 퍼센트의 시청자가 볼 거다, 이런 말은 하지 마세요. 저는 1%의 시청자든 100%든 최선을 다합니다." 스컬리가 기자회견 도중 소개한 과거 일화. 한 방송국에서 풋볼 중계를 하기 전 회의 시간에 방송국 관계자가 예상 시청률에 대해 언급하자 그는 이같이 답했다고 한다.
"도로가 꽉 막혀서 늦었다. 늦어서 정말 미안하다." 지난 2015년 중계를 1년 더 연장한다는 사실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는 첫 마디를 지각에 대한 사과로 시작했다.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은 오후 2시였고, 그가 들어 온 시간은 2시 2분이었다.
"내가 장담하는데, 내가 은퇴한 뒤에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이 거리를 지나며 '대체 빈 스컬리가 누구야?'라고 할 것이다." 지난 1월 팬페스트 현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스컬리는 다저스타디움 주출입구 앞 도로 이름을 '빈 스컬리 애비뉴'로 바꾸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거리 이름을 바꾸자는 LA 시장의 제안을 한사코 만류하다 마지막 해가 돼서야 이를 허락한 그는 사람들이 곧 자신을 잊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이름은 역사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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